4차 산업혁명이 도래해 전 산업군이 그에 맞는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무장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유독 제약산업에 있어서는 그가 가진 특수한 환경 탓에 변화의 속도가 늦어질 수밖에 없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IT 전문가까지 포함하는 진정한 오픈 이노베이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미그룹에서 IT 기술 구축 및 운영을 총괄하고 있는 한재종 한미IT 이사는 지난 27일 서울 코리아나 호텔에서 개최된 'Pharma 4.0 미래 전략 포럼'에서 위와 같이 지적했다.
'Pharma 4.0 미래 전략 포럼'은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래에 따른 제약산업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 미래 신기술 기반 제약기업의 신약개발 전략 수립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공동으로 주최했다. 제약산업 전주기 중 신약탐색, 진단, 임상, 빅데이터, 스마트 공장, IoT 등 4차 산업혁명 기술 적용분야를 소개하고 미래 발전 가능성에 대한 지식을 공유했다.
이날 한재종 이사는 ‘제약 스마트공장 현황과 한미약품 사례’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하며, 유독 제약산업군의 IT 기술이 타 산업군보다 늦춰지고 있는 이유로 '모든 과정에서 단계별로 GMP 규정을 준수'하는 제약산업만의 특징을 꼽았다.
현재 제약업계는 의약품의 우수한 품질과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해 GMP 인증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제조소의 구조, 설비부터 의약품의 원료, 자재 구입과 제조, 포장 등 제조 및 품질관리 전반에 지켜야 할 기준을 규정해 의약품의 일정한 품질을 보장할 수 있는 것이다.
한미약품의 스마트공장을 구축하고 IoT 관리 시스템을 컨설팅 한 한재종 이사는 “본인은 IT 전문가로서 제약산업에 발을 들인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제약산업군만의 독특한 특징을 발견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제약사들은 GMP 인증을 최우선으로 하는 문화로 인해 제조 및 품질관리 전반에 걸쳐 모든 과정에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 인적 자원까지 GMP 기준에 맞춰야 하며, 모든 과정에 대해 인증을 받아야 하며, 문서 형태로 기록되어야 한다”고 규정 준수가 우선인 제약계 인식을 꼬집었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다른 산업군은 제조공정이나 관리공정 등이 점차 기계화, 자동화, 간소화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제약산업군만의 이 제한된 단계별 인증 절차로 신기술 도입 속도가 늦춰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이사는 향후 제약업계가 당면할 변화된 환경을 설명하며, 앞으로 제약업계가 기술적으로 갖춰야 할 부분을 설명했다.
그는 “최근 의약품일련번호 제도와 RFID의 도입 등 유통 환경이 변화하고 있고, PIC/S 가입 등 국내 제약사들의 글로벌 진출이 잦아짐에 따라 국제 규제 조화를 위한 전자문서 시스템의 도입이 요구되는 등 모든 과정이 수작업으로는 인력수급이 불가능한 상황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따라서 제조공정에서의 자동화 시스템과 연속 생산공정이 갖춰져야 하며, 전자문서로 기록, 보고할 수 있는 정보 시스템 구축, 유통에 있어서도 입고에서부터 출고까지 자동화 시스템으로 대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한 이사는 한미약품의 스마트공장을 소개하며 “핵심은 자동화 시스템”이라고 말하며, “관리공정이 용이하고, 공정이 이뤄지는 환경을 점검할 수 있으며, 보관 관리가 편리한 시스템을 갖췄으며, 이 모든 과정을 모바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재종 이사는 “한미를 포함해 현재까지 제약사들이 말하는 스마트 공정은 아주 기초적인 수준에 불과”하다며, “IT 분야의 전문가로서 제약업계의 실제적인 스마트 공정은 시작 단계”라고 지적했다.
또한 한 이사는 “화려한 이상만 바라보지 말고 기초부터 닦아 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기업 내 임원부터 임직원 대부분 IT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해 소통의 갭이 존재한다”고 말하며, “제약산업계의 IT 발전은 기술 규현에 대한 투자보다는 교육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재종 이사는 마지막으로 “정부도 제약산업을 미래 성장동력 산업으로 규정하고 4차 산업혁명에 따른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 있는 만큼, 그 과정에 있어 단순히 제약 관련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엔지니어 등 IT 관련 전문가들까지 포함한 광범위한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현재 제약업계의 화두가 ‘오픈 이노베이션’이지만 신약개발 과정에서의 바이오산업이나 벤쳐, 스타트업, CMO, CRO 등에 집중된 소통이 아니라 산업군을 초월한 ‘진정한 의미의 오픈 이노베이션의 필요성’을 당부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