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의원협회가 지난 3일 '건강보험료 26억 원을 문재인 케어 홍보비로 사용한 것은 정부와 공단의 불법적인 배임 행위이다.'라는 성명에서, 해당 행위의 시정을 보건복지부에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성명서에서 대한의원협회는 "보건복지부가 새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인 '문재인 케어'를 홍보하기 위해 2달 동안 무려 26억 원의 광고비를 건강보험재정에서 지출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의원협회 설명에 따르면 자유한국당 김상훈 의원이 10월 31일 보건복지부 종합감사에서 "복지부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재정 26억 원을 받아 TV 광고 229회, 라디오광고 216회, 택시나 버스, 지하철 등 옥외광고, 극장 내 광고 등에 집행했다. 더욱 문제는 건강보험 관련 전문가들이 유력 언론매체에 문재인 케어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기고문을 게재하도록 하고, 신문사에 건당 756만 원에서 1,650만 원의 돈을 냈다는 것"이라고 해당 행위를 비판한 바 있다.
이에 대한의원협회는 "보건복지부가 막대한 건강보험재정을 사용하여 문재인 케어의 홍보와 기고문 게재의 대가를 지급한 것은 상당히 심각한 문제"라고 보고 다음의 근거를 들어 정부 행위를 비판했다.
◆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대한의원협회는 "문 케어 발표 이후 2달이라는 짧은 기간에 문 케어 홍보를 위해 26억 원의 광고비를 집중적으로 집행한 것은 우호적인 국민 여론을 조성해 의료계의 반대를 잠재우고 문 케어를 강행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의약분업과 포괄수가제를 강행할 때 과거 정부가 취했던 구태를 그대로 답습한 것으로서 공정성을 최고의 가치로 내세운 현 정부의 의지와 정면 배치된다."라고 했다.
이어 "지난 8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이 발표된 이후 정부가 발표한 소요 재원의 조달 가능성 및 과소 추계, 의료전달체계 붕괴, 신의료기술 도입 지연, 건강보험료 폭등, 최선의 진료 억제 등에 대한 우려로 의료계는 문 케어 시행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계의 우려에 타당한 근거를 제시하고 합리적인 설득을 하는 것이 아니라, 대대적인 광고를 통해 여론몰이하고, 동시에 의료계를 압박하는 일에만 치중하고 있는 보건복지부의 행태는 공정성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 과거에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새 정부에서 이런 구태를 그대로 답습하는 것은 적폐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 건강보험재정을 전용했다.
대한의원협회는 "이번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은 문재인 대통령의 주요 공약사항으로 시행 발표 역시 대통령이 직접 하였다. 무엇보다 문 케어의 실행계획을 보건복지부가 주도적으로 짜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 정책을 홍보하는 것이므로 당연히 정부 예산에서 광고비를 지출했어야 한다. 그러나 복지부는 정부 예산이 아니라 국민들이 혹시 모를 질병이나 부상의 위험에 대비해 낸 건강보험료를 사용해 정부 정책을 홍보했다. 건강보험재정이 복지부 쌈짓돈이나 되듯이 자유자재로 꺼내어 전용한 것"이라고 했다.
◆ 건강보험 보험자라는 건보공단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대한의원협회는 "문 케어는 건강보험 제도를 완전히 뒤바꿔놓을 정책이다. 의료계는 문 케어 시행으로 의료비 부담이 경감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의료이용량 증가로 의료비가 폭증해 국민들에게 건강보험료 폭탄을 안겨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며, "비근한 예로 보건복지부는 65세 이상 노인 대상 틀니·임플란트 보장성 강화대책에 연간 약 4,500~5,250억 원의 재정이 소요된다고 추계했으나, 2016년도에 실제로 소요된 진료비는 추계액보다 무려 6배나 많은 3조 1,857억 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의료계가 문 케어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따라서 공단이 진정 건강보험의 보험자라면, 문 케어의 여러 문제점을 심층 분석하여 정부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주도적인 모습을 보였어야 한다. 그러나 공단은 오로지 복지부가 하자는 대로 끌려만 가고 있다."고 했다.
또한, 대한의원협회는 "지난 10월 24일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이 문 케어의 재원 마련 대책에 대해 질의하자, 성상철 공단 이사장은 '누적적립금 11조 원을 쓰고 사후정산을 포함해 국고지원을 늘리면서 보험료를 3.2%를 늘리면 된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고 통상적인 방법으로 추계한 것인데, 이 세 가지 재원 조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답변했다."며, "이 판단대로라면 문 케어의 재원조달 방안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인데, 왜 보건복지부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지 않았는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한의원협회는 "건강보험 보험자로서 가입자와 공급자를 위해 제 목소리도 전혀 못 내고, 건보재정으로 정부 정책 홍보비를 지원하는 역할만 할 것이라면, 당장 보험자 자리를 정부에 넘기고 보험료 징수 및 자격관리 업무에만 전념하는 것이 낫다."고 했다.
◆ 기고 대가를 지급한 것은 사실이다.
대한의원협회는 "김상훈 의원의 지적에 대해 박능후 장관이 1일 '문 케어 관련 전문가 대중언론 기고 관련 대가 지급은 아니다. 다만, 관련 시기에 광고를 집행한 것을 사실이다', '전문가의 대중언론 기고와 겸해서 광고를 집행한 것은 사실이다. 다만 기고의 대가는 아니다' 등으로 해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궁색한 변명으로 보인다."고 했다.
대한의원협회는 또한, "이 해명대로 하더라도, 이는 종합광고 일부로서 기고문을 게재한 것이므로 결국 기고의 대가를 지급한 것을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다. 정부가 전문가 명성을 이용해 실질적인 광고를 한 것은 국민들을 속인 것에 불과하다. 언론기사나 전문가 기고의 형식을 통해 광고하면서 광고라고 표시하지 않은 것은 도의적으로 문제 되는 것에서 벗어나 표시광고공정화에 관한 법률 등 현행법에도 저촉되는 행위이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결론적으로 대한의원협회는 "본 회는 보건복지부가 문 케어 홍보를 위해 26억 원의 건강보험료를 전용하고, 전문가의 기고문을 게재하는 대가로 언론매체에 돈을 지급한 것은 공정성을 중시하는 정부 부처로서 매우 부적절한 처사라고 본다. 당장 시정할 것"을 보건복지부에 강력히 요구했다.
성명서에서 대한위원협회는 본 회가 문 케어를 비판적으로 보는 이유를 원칙 없는 급여화와 건강보험 자체를 복지정책의 도구로 인식함으로써 건강보험제도 자체를 부정하는 정책이기 때문으로 설명했다.
대한의원협회는 "이러한 잘못된 인식이 있기에 가입자, 공급자와의 최소한의 논의 없이 건강보험재정을 정부 정책의 홍보용으로 사용한 것이고, 재정이 잘못 유용되는 것을 막아야 하는 공단은 보험자 역할을 망각하고 정부의 꼭두각시 역할만 한 것"이라고 했다.
대한의원협회는 특히 "공단과 심평원이 정부의 정책 광고비로 국민건강보험재정을 사용한 것은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대가로 국민연금기금에 손해를 끼친 것과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하는 심각한 사안이다. 공단과 심평원은 건강보험재정이 일방적으로 낭비된 본건의 의사결정과정이 정당한 절차를 거쳤는지, 투명하게 집행된 것인지 등에 관해 명백히 밝혀야 하고 책임자를 문책하여 재발방지대책을 소상히 밝혀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대한의원협회는 "본 회는 보건복지부가 문 케어 시행에만 목매지 말고 부디 의료계에서 제기하는 우려에 진심으로 귀 기울여줄 것을, 그리고 그 우려가 타당하다면 애초 문 케어 안을 대폭 수정하거나 전면 폐지해서라도 의료계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할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