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선은 면역 조절기능의 이상이 나타나는 만성 염증성 피부질환으로서, 우리나라 인구 0.5~1%에 해당하는 25~50만 명의 환자가 건선으로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한건선학회가 '2017 세계건선의 날(10월 29일)'을 맞이해 지난 6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내 건선의 현황과 시행 5개월째에 들어선 중증건선 산정특례제도 및 바람직한 건선치료의 나아갈 방향을 소개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건선 치료 현황' 자료에 의하면, 2013년 한 해 동안 모두 163,936명이 건선으로 치료를 받았고, 진료비는 177억 원에 달한다. 대한건선학회가 최근 건강보험공단 자료를 이용해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인구 10만 명당 유병률이 2002년부터 2010년까지 313.2명에서 453.5명으로 증가했다.
환자들은 피부 병변 자체로 괴로움을 겪으며 사회생활과 생업에 큰 지장을 받을 뿐만 아니라 대사이상 질환 및 심혈관 질환 등 전신적 동반 질환으로 이중고에 시달린다.
특히 중증 건선은 전신 염증 반응을 유발해 대사성 질환 및 수명을 단축할 수 있는 심혈관 질환 · 뇌졸중 등 심각한 합병증 발병 위험률도 높게 나타난다. 따라서 건선도 당뇨병처럼 지속적인 약물치료와 라이프 스타일 매니지먼트를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한건선학회는 우리나라 건선환자의 임상 양상의 특성을 확인하기 위해 전국 25개 병원에서 성인 건선환자를 대상으로 시행된 전국 규모 공동임상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국내 건선환자는 20대에 병이 시작되는 경우가 가장 흔하며, 50대 연령의 환자 군이 가장 많다.
특히 사회적 · 경제적 활동량이 가장 높은 20~40대의 젊은 건선환자가 전체의 40%를 차지하고 있어, 이 질환이 사회생활에 미치는 영향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건선의 중증도를 확인한 결과, 환자의 약 25%가 중등도 이상(PASI점수≥10)의 건선을 앓고 있으며, 환자의 절반 이상이 삶의 질(DLQI)에 심각한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처럼 심각한 영향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2015년 대한건선학회에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건선 증상이 나타난 후 언제쯤 병원을 찾았는지'의 질문에 50.8%가 6개월 이내 병원을 찾았다고 응답했지만, 발병 1개월 이내에 병원을 찾은 환자들은 30.8%에 불과했으며, 1~2년이 지난 후에야 병원을 찾았다는 응답도 21.5%에 달했다.
또한. 응답자 중 병·의원을 찾기 전까지 민간요법 · 자가진료 등 다른 치료로 매년 100만 원 이상의 비용을 쓴 경우도 20% 이상으로 적지 않았다. 건선 치료에는 꾸준한 치료가 필요하지만 실제로 환자들이 가장 어려운 점으로 '꾸준한 치료 및 관리(83.1%)'를 꼽았다.
조기 치료의 시기를 놓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피부과 전문의로부터 받는 제대로 된 치료가 아닌 방법에 사용한 경제적 비용의 낭비도 상당해, 우리나라 건선환자들에게 올바른 질환 및 치료 정보를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정규적인 건선의 치료 방법에는 연고를 바르는 국소 치료, 광선치료, 전신약제 치료, 그리고 최신의 생물학적제제 치료 등이 있다. 피부과 전문의가 건선의 심한 정도, 환자의 전신 상태 및 생활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장 효과적이고 안전한 치료법을 찾아주게 된다.
침범된 부위가 광범위하거나 기존 전신 치료에 호전이 없는 경우에는 건선을 유발 · 악화시키는 체내 염증 물질만을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하는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생물학적 제제는 뛰어난 효과를 보여 환자와 의료진의 기대를 받는 새로운 치료방법이지만, 고가이므로 사용 시 환자에게 경제적인 부담이 따른다.
따라서 이 약제는 전신약제 치료 또는 광선치료를 3개월간 받았는데도 10% 이상의 전신피부에 병변을 보이고, 건선중증도지수(PASI점수)가 10점 이상인 환자들에게 건강보험 지원(본인부담률 60%)을 받아 사용됐다. 다행히도 올해 6월부터 중증건선이 희귀 · 난치성 질환에 포함돼 산정특례 적용대상이 되면서 환자의 본인부담률이 10%로 낮아졌다.
다만, 이 산정특례제도의 적용을 받는 환자는 전신약제 치료와 광선 치료를 각각 3개월씩 총 6개월 이상(부작용으로 특정 약제나 광선치료가 불가능한 경우는 가능한 한가지 치료를 6개월간 시행) 받고도 체표면적 10% 이상, 건선 중증도 점수 10점 이상 수준으로 호전이 없는 경우에만 해당하며, 조직 검사 소견이 필요하다.
또한, 항상 보습제를 잘 사용하고 술과 담배를 줄이며 체중을 조절하는 것이 치료의 기본이다. 심하지 않은 건선의 경우는 충분한 보습제 사용으로 어느 정도 조절이 가능하다. 술과 담배, 비만 등에 의해 건선의 중증도가 높아지고 약물에 대한 치료반응이 떨어진다는 것이 여러 연구로 증명돼 스트레스 관리와 더불어 이러한 생활 관리를 잘 한다면 건선의 치료율을 높일 수 있다.

대한건선학회 송해준 회장(고대구로병원)은 "건선은 환자들의 신체적 · 정신적 고통이 상당한 질환으로서, 호전을 보기 위하여 상당한 인내가 필요하고, 호전 후에도 지속적인 유지 치료가 필요하지만, 조기에 진단을 받지 못하거나 올바른 치료를 받게 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적절한 치료를 꾸준히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학회는 건선 환자들을 위해 올바른 질환 및 치료 정보를 전달하여 환자들이 조기에 피부과 전문의들을 찾아 효과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교육 등 다양한 캠페인을 지속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중증건선 산정특례제도의 현주소에 대해 발표한 대한건선학회 박혜진 기획이사(일산백병원 피부과)는 "중증건선 환자들은 그동안 경제적 부담으로 치료를 중단하거나 망설이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 혜택을 통해 더 많은 치료기회를 제공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산정특례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기존의 치료를 단계적으로 진행하면서 질환 상태를 점검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피부과 전문의와 함께 현재 질환의 상태에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10월 29일은 세계건선협회연맹(IFPA; International Federation of Psoriasis Associations)이 지정한 '세계 건선의 날'이다. 2004년 처음 시작된 '건선의 날'은 세계 곳곳에 흩어져 활동하던 건선 환자들에 의해 작은 규모로 진행되어오다 현재는 세계건선협회연맹에 의해 정기적인 캠페인으로 매년 전개되고 있다.
건선 질환에 대한 편견과 오해로 일상생활의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세계 1억 2,500명의 건선환자들을 위해 세계 건선의 날 캠페인에서는 매년 다른 슬로건 하에 각국에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과 이벤트가 매년 진행되고 있다. 올해에는 'Psoriasis Inside Out(건선 속속들이 알아보기)' 주제로 건선의 모든 것을 서로 이야기하며 건선 및 건선관절염의 실상과 마주하고 건선에 대한 인식을 증대하며, 치료 접근성을 향상하기 위한 캠페인을 각국에서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