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 유해성이 적다고 여겨지는 전자담배의 사용량이 점차 증가하는 가운데, 전자담배가 금연에 도움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가 지난 9일 오전 11시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제124차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전자담배의 유해성을 경고하는 동시에 '임상의사를 위한 금연진료지침서' 개발이 완료되었음을 알리고 10일 초판 발표 · 배부할 예정임을 전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IQOS, 전자담배의 안정성과 금연 진료지침서 개발' 주제로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 호흡기내과 천은미 교수가 발제를 맡았다.
서론에서 천은미 교수는 국내 성인 남성흡연률이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으나, 아직도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 상태임을 지적했다. 2015년 담배 가격이 4천원대로 오른 후 일시적으로 남성흡연율은 3.8%(2014년 43.1% → 2015년 39.3%) 감소했지만 2016년 이후 다시 흡연율이 증가했다.
일반적으로 금연계획율이 증가할 수록 흡연율은 감소한다. 국내 성인 금연계획율은 2001년 7.5%로 흡연율은 60.9%였으나, 2015년 25.6%로 증가함에 따라 흡연율은 39.3%로 감소했다. 천 교수는 이러한 통계치를 바탕으로 담배가격 인상 이외에 금연 계획을 유도할 수 있는 국가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전자담배, 과연 안전할까?
보건복지부가 2013년 발표한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평생 전자담배 흡연율(지금까지 전자담배를 피워본 적이 있는 사람의 분율)은 2013년 기준 남자 11.2%, 여자 2.1%로 남자가 여자보다 약 5배 높았다.
보건복지부가 2012년 발표한 '국제 담배 규약 정책평가 프로젝트 보고서'에 따르면, '성인이 전자 담배를 사용하는 이유'로 63.9%가 '금연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 답했다. '일반 담배보다 덜 해롭기 때문'이 49.2%, '금연 구역에서 담배를 피우기 위해'가 47.3%, '일반담배를 줄이기 위해'가 46.8%로 그 뒤를 이었다.
즉, 성인 흡연자들이 전자담배를 선호하는 이유는 궐련담배보다 유해성이 적고 금연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가 2014년 발표한 '청소년건강행태온라인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전자담배 평생 흡연율은 남학생은 14.5%, 여학생 3.3%로 남학생이 약 4배 높았다.
천 교수는 청소년이 전자 담배를 사용하는 이유는 '전자담배가 해롭지 않을 것 같아서', '금연에 도움이 되기 때문' 등으로 설명하면서, "궐련담배만을 사용하고 전자담배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와 비교해, 궐련담배를 한번도 사용 않고 전자담배를 피우는 청소년은 천식 발생이 2.74배 증가한다."며, 전자담배의 유해성을 설명했다.
천은미 교수는 "전자담배 흡연자들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궐련담배와 함께 사용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천 교수는 "전자담배만을 단독으로 사용할 경우 니코틴 양이 적기 때문에 궐련담배와 전자담배를 함께 사용한다."고 덧붙였다.
금연 방법으로 전자담배를 사용하는 문제에 대해서 천 교수는 "전자담배를 사용하지 않은 흡연자보다 니코틴 대체제 · 전자담배를 동시 사용한 경우의 3개월 · 6개월 금연율이 더 낮아, 전자담배의 동시 사용이 금연에 도움되지 않은 연구결과가 있다."면서, "일부 연구에서 효과가 있다는 보고가 있지만, 지금까지의 연구에 의하면 금연 방법으로는 권고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 찐 담배 '아이코스', 전자담배와 비교하면?
일명 찐 담배(Heat not Burn)라 불리는 아이코스(IQOS, I Quit Ordinary Smoking)는 684도 열에서 '태우는' 일반담배가 아닌 330도 열에서 '찌는' 담배로서, 연소과정에서 유해물질이 발생하지 않아 유해성이 적고 냄새도 없으며 2차 흡연피해가 없다고 소개된 바 있다.
천은미 교수는 "가장 최근 관심갖는 것이 HNB이다. 1회 14번 정도 흡입할 수 있고, 한 번 피우고 나서 다시 피우려면 충전을 해야하는데 이때 충전시간은 4분이다."라면서, "충전 때문에 담배를 피우는 간격이 줄어들어 궐련담배보다 적게 필 수 있다."고 설명했다.
IQOS는 니코틴 배출이 '1.40±0.16㎎/12puffs'이며, '1.99±0.20㎎/cigarette'인 궐련담배의 80%에 해당하는 니코틴 양을 배출한다.
Auer 등의 연구에서는 IQOS의 니코틴은 일반담배의 84%, 다핵방향족탄화수소인 아세나프텐(Acenaphthene)의 경우는 295배까지 높다고 보고했다. Bekki 등의 연구에서는 니코틴 함량은 궐련담배와 유사한 반면, 일산화탄소 배출량이 궐련담배의 100분의 1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보고했다.
천 교수는 "아이코스를 사용하는 흡연자들은 다음날 두통이 없고 개운하다고 말한다. 일산화탄소 가스가 궐련담배보다 낮기 때문에 그렇다."고 설명했다.
또한, "HNB의 안전성에 대한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전자담배와 마찬가지로 지속적인 관찰 · 연구가 필요하다. 그러나 아이코스를 사용할 경우 니코틴 중독에서 벗어나기 어려우므로 금연교육 입장에서는 권고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 임상의료인을 위한 '금연진료지침서' 발표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지원으로 금연연구회에서 올해 1월 금연지침서 개발을 위한 위원회가 발족됐다. 금연치료 임상겸험이 축적된 전국 대학병원 · 종합병원의 호흡과 전문의 · 정신과 전문의 40명 이상이 개발위원으로 참여해, 10여 회 이상의 회의를 거쳐 9월 공청회를 거쳤고, 10일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임상의사를 위한 금연진료 지침서의 초판 발표 · 배부가 이뤄진다.
천 교수는 "의료인들은 비급여인 금연약물이나 의료수가 문제 외에도, 금연교육에 대한 경험부족 및 금연치료 · 교육에 사용할만한 검증된 국내지침서의 부재로, 금연권고 ·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하기 어려웠다."면서, "2015년도부터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원으로 금연치료가 경제적인 부담 없이 가능하게 되면서, 국내 임상의를 위한 금연지침서의 필요성이 부각됐다."고 본 지침서 개발의 취지를 설명했다.
'서론'에서는 ▲담배의 역사와 종류, ▲니코틴 중독 기전, ▲흡연의 해독과 금연의 이득, ▲우리나라의 흡연현황과 금연정책, ▲금연에서 의사의 역할 등을 소개한다.
'비 약물 파트'에서는 ▲상담과 약물치료의 병행, ▲금연을 위한 심리적 지지, ▲동기부여 상담, ▲금연상담전화, ▲자가지침서, ▲다양한 방법의 금연 시도, ▲금연 중 운동 요법, ▲금연 중 식이 요법, ▲금단 증상 및 흡연 욕구 대처법 등을 수록했다.
가장 중요한 '약물 파트'에서는 ▲니코틴 대체제 치료, ▲부프로피온 서방정, ▲바레니클린, ▲1차 약제 병용 치료 등을 수록했다.
'특수상황의 금연'에서는 여성 및 임산부, 청소년, 동반질환이 있는 흡연자의 금연, 입원환자, 고령자, 정신질환 동반 흡연자, 교도소 내 금연, 군대 내 금연 등으로 분류해 작성했다. 지침서를 살펴보면, 임산부의 경우 약물치료를 할 수 없으므로 심리 치료 등이 우선적으로 권고된다고 나와 있다.
'질문과 답변'에서는 가장 많이 받는 17개 질문, 예를 들면 '우리나라 건강보험공단 지원을 받는 금연진료는 어떻게 시행할 수 있나요?' 등에 대한 전문가의 상세한 답변을 수록했다.
천은미 교수는 "3~5년 주기로 정기적으로 국내외 최신 연구자료와 국내 금연정책을 포함한 개정판을 개발할 예정"이며, "본 지침서를 바탕으로 국내 금연관련 임상연구를 다기관참여로 진행할 예정"이라 말했다.
천 교수는 또한, "2017년 금연진료지침서 초판의 구성은 금연 치료를 하는 모든 임상의료인들이 손쉽게 접할 수 있도록 금연치료에 필요한 내용 중심으로 구성했다. 또한, 국외 지침서에서 공통적으로 권고하는 사항을 중심으로 전자담배, HnB 등 최신 연구결과와 국내 금연정책 · 금연교육 정보를 수록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