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9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발표와 더불어 문재인 정부가 "비보험 진료에 의존 않고 정상 운영되도록 적정 보험수가를 보장하겠다."고 밝힌바, 이에 정부 및 전문가 · 연구자들이 모여 건강보험 수가 및 지불제도 개혁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과 보건복지부가 공동 주최한 제2차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의료체계 혁신포럼'이 16일 오전 10시 양재동 엘타워 지하 1층 루비홀에서 개최됐다.
이날 '적정수가와 의료 질 향상' 주제로 서울대학교 의대 김윤 교수가 1부 발제를 맡았다.
서두에서 김윤 교수는 "비급여를 급여화해서 남은 비급여 초과이익 4조를 수가를 올리는 데 사용해, 현 87%의 원가보전율을 100%로 끌어올릴 수 있다."면서, "적정수가 보장이 현 과제이지만 보장성 강화로 환자 본인부담금 감소 시 수도권 · 대형병원 쏠림현상이 나타날 수 있어 적정수가 보장과 더불어 의료전달체계 개편과 일차의료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윤 교수는 "1·2·3차 병원의 균형 있는 역할 분담으로 환자 진료가 이뤄져야 한다. 우리나라는 1·2·3차 병원 칸막이가 존재하지 않아서 국민 대부분이 상대적으로 좋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인식이 강한 3차 병원으로 옮겨간다. 이 때문에 의료기관들이 비급여 진료, 과잉진료, 장기입원 등으로 그 공백을 채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1·2·3차 병원 칸막이가 없어서 생기는 문제는 공급과잉이다. 2000년대 초반에 인구당 병상 수가 OECD 국가 평균을 추월했으며, 수급추계 결과에서도 공급과잉으로 전환했다. 또한, 1차 병원이 3차 병원에 환자를 뺏기니까 의원급 진료비가 병원급을 추월하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김윤 교수는 의료전달체계 개편으로 ▲중증도에 따른 진료비 차등제, ▲노인과 만성질환자를 위한 일차의료 강화, ▲지역거점병원과 전문병원 육성, ▲권역거점병원 육성, ▲권역 단위 의료생태계 구축을 제안했다.
김윤 교수는 "1차 병원은 경증 · 외래 진료, 지역거점 병원은 경증 · 입원 진료, 권역거점(상급종합) 병원은 중증환자 외래 · 입원 진료를 담당해야 한다. 또한, 재정 중립하면서 경증 가산을 깎은 만큼 중증을 올리는 게 바람직하게 진료비를 올리는 방안이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외래의 경우 경증질환 진료비 차등제 강화와 중증질환 심층진찰료 도입으로 2·3차 병원이 1차 병원에 1조 6백억 원을 돌려주고, 의원 입원기능 해소와 지역거점병원에 개방 병원 기능 허용으로 1차 병원이 2차 병원에 입원환자 진료비 1조억 원을 돌려주는 식으로 의료비 차등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입원의 경우 중증환자는 상급종합에서, 경증환자는 병원급에서 입원진료를 받아야 하며, 상급종합에서 DRG를 병원급과 약 7천억 원 정도 주고받으면 종별 기능에 맞는 입원환자 재배분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여기까지가 2년 동안 논의된 내용으로, 대한의사협회 및 대한병원협회에서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아 논의가 진전이 안 됐다."고 말했다.
김윤 교수는 정적수가 개편 원칙으로 ▲비급여 진료비 포함 총진료비 크기를 유지할 것, ▲일차의료 강화와 전달체계 구축에 기여할 것, ▲양에 대한 보상을 가치에 대한 보상으로 전환할 것 등을 꼽았다.
김윤 교수는 "의료기관 유형 간 총진료비 크기를 최대한 유지해야 할 것이고, 비급여 중 의학적으로 필수적인 것만 예비급여로 전환해야 한다. 이 경우 영양주사라든지 의원 상급병실료, 도수치료, 로봇수술은 해당 사항이 아니다. 즉, 의료전달체계 개편 방향에 부합하는 적정수가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적정수가 추진방안으로 ▲수술 및 처치는 원가 대비 100% 보상, ▲종별 기능에 부합되도록 진찰료 · 입원료 100% 보상, ▲종별 기능에 부합하지 않은 경우 진찰료 · 입원료 유지, ▲급성기 병원 입원료 100% 보상을 제안했다.
김윤 교수는 "상급종합에서 중증환자 진료비는 100% 보상하는 반면, 경증환자 진료비는 유지하는 식으로 가야 한다. 종합병원은 외래 진찰료를 유지하고 중증환자 제외 입원료 인상이 이뤄져야 한다. 병원에서는 급성 · 전문 · 아급성 · 재활 · 요양 등 기능분화 촉진이 일어나야 하며, 유형별로 적절한 입원료 지불방식과 수가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의원은 크게 일차의료, 전문의료, 입원진료 담당으로 나눌 수 있다. 이것을 의원이라 하는 한 묶음으로 수가 보상하는 게 아니라 일차의료 의원은 만성질환 관리, 교육상담, 환자 관리 등에 보상하고, 전문진료 의원은 수술, 처치료 인상하고 입원료를 유지하는 식으로 돼야 한다. 입원진료 의원의 경우 병원급과 유사한 진료 기능을 갖춘다는 전제하에 수가 인상하는 게 바람직하다. 외래 진찰료의 경우 만성질환관리를 위한 급여 확대와 연계해 인상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일차의료 강화방안으로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관리 기능 강화, ▲초기평가, 교육상담, 환자관리 등 급여 확대, ▲예방서비스, ▲지역사회서비스 연계, ▲일차의료 의원의 집단개원 등을 제안했다.
김윤 교수는 "포괄평가, 필수검사, 교육상담, 환자관리 등 수가를 신설해 약 810만 명의 환자에 새로운 급여 패키지를 적용하여 의원급 총진료비의 약 22% 규모인 약 2.5조억 원의 진료비를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일차의료 서비스 질이 올라가려면 연수교육, 질 평가, 질 평가 결과의 환류 · 공개가 이뤄져야 하며, 질 평가 결과에 따른 인센티브가 제공돼야 한다. 또한, 주치의 선택권 방식을 도입하면서, 의료쇼핑 방지 차원으로 주치의에게만 확대된 급여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달체계 개편 방안으로 김윤 교수는 ▲양질의 입원진료를 위한 지역거점병원 육성, ▲급성기 · 아급성기 · 요양병원 등 전문병원 육성,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의 연계 · 통합,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 개편, ▲권역거점병원 육성, ▲병상공급에 대한 합리적 규제, ▲병상공급에 대한 합리적 규제, ▲계획과 정책에 기반한 의료인력 공급 등을 제안했다.
한편, 이날 패널토론에서는 연세대학교 보건행정학과 정형선 교수를 좌장으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영석 선임연구위원, 건국대학교 의대 이건세 교수, 아주대학교 의대 허윤정 교수, 보건복지부 손영래 예비급여팀장,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강희정 수가개발실장, 한겨레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대한의사협회 비대위 이동욱 총괄사무총장, 대한병원협회 서진수 보험위원장,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이찬진 실행위원이 참석했다.

건국대학교 의대 이건세 교수는 "아무리 좋은 자동차도 브레이크 없이 속도를 내면 사고가 난다. 속도를 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원할 때 브레이크를 정확하게 밟는 게 중요하다. 같은 맥락에서 의료 공급자 · 소비자에게 지금부터라도 강력한 재정절감, 안전장치, 본인부담, 페널티, 구조조정 등에 대한 신호를 줘야 한다. 공급자든 환자든 재정절감되고 건강도움되며 필요할 때 상급종합병원에 가서 유능한 의사에게 진찰받고 수술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주면 좋을 거다. 그렇지 않으면 미래 보장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강희정 수가개발실장은 "전달체계 개편이 반드시 수반되지 않으면 정책 효과는 안 나타난다. 현재 정부는 의료체계 개편을 위해 2년째 수많은 검토를 진행해왔고, 심평원에서도 업무를 지원하면서 일차의료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강희정 실장은 "이번 문 케어에서 비급여를 3800여 개라고 발표했었는데, 의료행위가 800여 개고 재료가 3000여 개이다. 치료재료의 경우 필수성 · 대체성 등에서 비켜 나간 것들이 많고, 그런 재료들을 골라내는 작업은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통해 진행해 나가려 한다. 의료행위 중에서는 예를 들어 로봇수술이 경우 비용이 많이 들고 필수성이 없으며 복강경으로 대체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한다."면서, "선택진료는 2014년도부터 개선해 왔는데 내년 1월이면 선택진료 중 부담이 컸던 부분이 적정 수가 쪽으로 전환된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비대위 이동욱 총괄사무총장은 "건강보험이 현재 58조인데 4조만 더 있으면 원가보전된다는 건 잘못된 거다. 의료계는 원가보전율을 현재 69%로 말한다. 58조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24조를 더해 82조가 필요한데, 20조의 편차를 보인다는 것은 아주 큰 문제다. 문재인 케어의 재정 추계가 적절한 지 검증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동욱 사무총장은 "현재 병상이 넘쳐난다는데, 상급종합에서는 입원 · 수술하려면 약 7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모순점이 심각하다."고 말하고, "만성질환 관리 의사로 가겠다고 하면 소정의 교육을 진행해 간판의 차이를 없애야 한다. 대부분 국민은 내과만 만성질환을 관리한다고 인식한다. 일차의원으로 내려간 외과계열 의사들에 대한 대책이 없다. "고 말했다.
이동욱 사무총장은 "의료전달체계 개편은 인턴제도 폐지만 해도 상당 부분 이룬 것인데 아직도 폐지 못하고 있다. 문 케어는 현재 '도로도 제대로 닦지 않았는데 자동차부터 수입 · 배포하자'와 같은 양상이다. 발생 · 수반될 문제들을 2달 이내에 검토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의료제도 문제를 인식한다면 만성질환 관리 및 일차의료기관 인프라 구성 등 근본적인 부분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 손영래 예비급여팀장은 "정부가 바라보는 개념은 현재 상태 그대로 비급여 및 급여의 합산 수익을 지켜주면서 비급여를 없애자는 것이다. 계속 강조되는 건 현 의료기관들이 비급여로 수익을 벌충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급여만으로 운영 가능한 체계로 개선하자는 게 문재인 케어의 핵심이다."라면서, "비급여를 급여로 전환할 때 통상적으로 수가가 낮기 때문에 차익이 발생한다. 이 차익은 저수가 부분으로 이전시켜서 동반시키자는 방법을 생각 중이다. 이때 저수가 부분으로 수가를 향상할 때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에 대한 방향성이 필요하다. 비급여 없애는 부분에서는 해당 비급여에서 수익이 발생하던 진료과와 종별 비급여손실액을 보전해줘야 의료공급에 차질이 생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좀 더 좋은 의료체계를 유도 · 개선해나가야 한다. 되도록 의료 질, 전문성 등이 상향화되고, 종별 의료전달체계가 강화될 수 있는 방향으로 수가를 올려줘야 한다. 비급여를 급여화하면서 손실을 메꿔주는 수준의 수가 조정은 좁은 방법론이고, 전체적인 재정배분을 조정해주는 게 큰 방법론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손영래 팀장은 "이번 보장성 대책은 보건복지부가 바라보기에는 과거 정부의 보장성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다. 폭을 보다 심화시켜서 5년 이내에 전면적으로 해내자는 강도점이 다를 뿐이다. 반대보다는 대책을 진행해 나가면서 의료체계를 어떻게 향상할 수 있는지에 대해 합리적인 방법론을 논의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