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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학회

1차의료라는데…트랜스젠더 호르몬치료는 ‘원정진료’

KITE 연구팀, 7일 2025년 조사결과 발표회 개최
5~10년 등 장기 호르몬치료에도 만족도 높아
성별정정 위해 원치 않는 수술도…정신건강은 ‘자살 고위험군’


트랜스젠더와 성별다양성이 있는 사람들의 성별확정치료 과정에서 호르몬치료는 장기사용에도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그러나 의료접근성의 한계와 정신건강은 여전히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비용 부담으로 생식력 보존을 포기하거나, 법적 성별정정을 위해 원치 않는 수술을 감내한 사례도 확인됐다.

한국 트랜스젠더 건강 코호트 연구(Korean Initiative for Transgender Health, KITE) 연구팀이 7일 강동성심병원 일송홀에서 ‘KITE 2025 연구결과 발표회’를 열었다. 

이번 발표회에서는 서울대학교병원 공공진료센터 이선영 교수가 KITE 2025 결과 발표 및 향후계획에 대해 공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KITE 연구는 성별확정의료를 제공하는 8개 의료기관이 참여한 다기관 전향 코호트 연구로, 이미 호르몬요법이나 수술을 받은 트랜스젠더 당사자들을 등록, 수년간 추적관찰하며 건강변화를 살펴보는 연구다.

연구는 2023년 12월 시작됐으며 2025년 1월에 2024년 진행한 1차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이어 지난 2025년에는 1년 추적조사 및 신규 대상자 모집이 이뤄졌고, 2026년 현재는 장기추적 및 수술결과를 중심으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2025년 조사에는 총 956명이 응답했다. 2024년 응답자 중 약 79%가 이번 조사에 응답해 높은 추적관찰률을 보였다. 신규 등록자는 288명이었으며 이 중 129명은 호르몬치료를 새로 시작하는 참여자였다. 

참여자 구성으로는 트랜스여성이 50%, 트랜스남성이 30%, 논바이너리가 20%였으며 중위 연령값은 28세였다. 호르몬치료 신규 시작자 중위연령은 25세로 나타났다. 

◆호르몬치료 만족도 90% 이상…장기사용 ‘긍정적’

호르몬치료 만족도는 트랜스남성 94%, 트랜스여성 90%로 전반적으로 높은 편이었다. 성별 일치감 향상, 젠더표현에 긍정적 영향을 줬다는 점 외에도 삶의 질이나 자존감, 정신건강이 좋아졌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번 연구에서는 장기사용에 대한 분석도 이뤄졌다. 호르몬치료 경험자 806명 중 10년이상 사용자가 85명, 5년이상 사용자가 305명이었고, 20년이상 사용한 참여자도 포함됐다. 만족도는 10년이상 사용자는 95%, 5년이상 사용자는 88%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호르몬을 오래 쓰면 만족도가 높다는 의미보다는, 5년·10년 이상 사용해도 괜찮을지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실제 장기사용자들도 치료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자가인지 효과 분석에서도 호르몬 치료를 장기간 사용한 참여자들의 만족도가 사용초기인 참여자의 만족도보다 높았다. 이 교수는 호르몬 치료의 신체적 효과가 안정적으로 나타나기까지 약 1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했다. 

자신의 몸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측정하는 신체이미지 조사에서도 호르몬치료의 영향이 확인됐다. 트랜스젠더 응답자의 신체이미지 중위수는 1.8점으로 이전 연구에서 조사된 한국성인 평균인 3.57점에 비해 매우 낮았지만, 호르몬 치료 기간이 길수록 점수는 상승했다. 갓 치료를 시작한 참여자는 1.6점, 10년 이상 사용자는 2.2점으로 나타났다.

◆자살 고위험군 ‘트랜스젠더’…연령 높아질수록 정신건강 안정

정신건강 지표는 여전히 심각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진단 경험이 우울증 35%, 불안장애 20%, 수면장애 15%로, 트랜스젠더 인구의 취약한 정신건강 향상을 위한 지원이 촉구됐다. 

또 지난 1년간 자살사고를 경험한 비율은  30%, 자살계획은 14%, 자살시도는 6%로 나타났다. 일반인구 조사결과에 비해 자살사고와 계획은 20배 이상, 시도는 50배 이상 높은 수치다.

이 교수는 트랜스젠더는 자살 고위험군에 해당되지만 사회적으로 충분히 조명받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가적으로 자살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재난으로 인식되며 정부 주도로 국가자살예방전략이 수립되고 자살실태조사가 이뤄지고 있으나 트랜스젠더를 포함한 성소수자 인구는 가시화돼 있지 않아 자살예방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자살 고위험군을 조기에 발굴하고 대응하고자 하는 계획에서도 성소수자 인구는 지원 대상으로 포함돼 있지 않아, 현재 정책적으로 소외돼 있는 위험인구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견해다.

주목할만한 점은 연령이 높아질수록 정신건강은 비교적 안정됐다는 점이다. 자살 및 자해 관련한 연령별 분석에서도 20대 초반에서 30% 이상으로 높았던 자살사고는 40대 이상에서는 15%로 낮아지는 것을 보여, 20대 트랜스젠더의 정신건강 보호와 자살 예방을 위한 관심의 필요성이 지적됐다.

◆생식력 보존, ‘비용’ 때문에 알아도 못한다

생식력 보존과 관련해서는 응답자 90% 이상이 보존방법 존재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구체적인 정보 접근성은 낮았다. 의료인으로부터 설명을 들었다는 50%의 응답자 중에서도 비용, 보존가능 기관, 향후 사용방법 등까지 안내받은 비율은 30%에 불과했다.

응답자의 30% 이상이 이미 생식샘 제거 수술을 받았고, 실제로 생식력을 보존한 경우는 2명에 그쳤다. 보존하지 않은 이유로는 ‘자녀를 원하지 않아서’보다 ‘향후 사용이 어려울 것 같아서’, ‘비용 부담’이 많았고, 향후 생식력 보존 의향이 없거나 모르겠다고 응답한 사람들 중에서도 30%는 비용부담이 주요 이유였다. 

성별확정의료를 주로 시작하는 시점인 20대 중반의 트랜스젠더에게 수십만원에 달하는 생식력보존 시술 비용이 큰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생식력을 보존을 하지 않은 응답자 중 10%는 ‘사전에 관련 정보를 알았다면 보존을 했을 것’이라고 답해 트랜스젠더의 성별확정의료에 있어 생식력 보존에 대한 정보 제공과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트랜스젠더 5명 중 1명 “아파도 병원 못 간다”

의료접근성 문제도 두드러졌다. 일반진료의 경우 95% 이상이 1시간 이내 병원을 이용할 수 있었지만, 호르몬치료를 위해서는 응답자 60% 이상이 1시간 이상 이동해야 했다. 2시간 이상도 10% 이상이었고, 3시간 이상이라는 응답도 있었다.

이 교수는 “세계트랜스젠더보건의료전문가협회(WPATH) 가이드라인은 트랜스젠더 호르몬치료를 당뇨, 고혈압 치료와 같이 지역에서 편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 1차의료로 정의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접근성이 낮다”며 “근처에 호르몬치료를 제공하는 기관이 없거나, 친화적이지 않은 등 여러가지 이유로 호르몬치료를 위한 병원 방문에 1시간 이상을 투자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성별확정의료가 아닌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때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의료기관 이용 경험이 있는 응답자 중 70%는 의료진이 트랜스젠더에 대해 잘 모른다고 느꼈다. 50%는 병원에서 트랜스젠더임을 밝혔지만, 의료진이 트랜스젠더와 성별확정의료에 대해 잘 몰라서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했다.

의료기관에서 차별을 경험했다는 응답도 40%에 달했다. 성별을 재차 확인하거나, 불필요한 질문을 받거나, 트랜스젠더 정체성을 밝힌 후 진료가 거부되는 경험 등이 사례로 제시됐다. 

차별에 대한 두려움으로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지난 1년간 20% (평생경험 기준 30% 이상)에 달했다. 이는 2024년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나타난 한국 연간 미충족 의료율 8%의 약 2.5배에 달하는 수치다.

◆법적 성별정정, “원하지 않는 수술이 장벽”

법적 성별정정을 완료한 응답자는 25%였지만, 트랜스여성의 성별정정 비율은 16%에 불과했다. 반면 앞으로 성별정정을 원한다고 답한 트랜스여성은 68%로, 트랜스여성의 성별정정에 제도적 장벽이 크다는 점이 드러났다. 

성별정정을 완료한 사람 중 10%는 ‘성별정정을 위해 원하지 않는 수술’을 했다고 응답했다. 특히 성별정정을 한 트랜스남성의 14%가 성별정정을 위해 원하지 않는 자궁절제술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성별정정을 원하지 않는다고 답했던 사람들 중에서도 20%는 성별정정 과정이 어렵고, 원하지 않는 의료행위를 해야 한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이 교수는 “성별 정정요건으로 수술을 강요하는 것은 신체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면서 “불명확한 성별정정 요건과 절차가 성별정정을 가로막는 구조로 작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KITE 연구팀은 이미 2026년 조사를 시작했다. 올해 연구에서는 ▲신체이미지 변화 ▲성별확정의료 장기효과 ▲호르몬치료 1년 추적조사 ▲성별확정수술 등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KITE 연구는 향후 최대 10년까지 장기 추적관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성소수자 당사자들도 장기 연구결과에 대해 주목하고 있는 만큼, 장기추적 조사가 실제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당사자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가 중요한 열쇠로 작용할 전망이다. 

KITE 연구는 정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재원으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되고 있다. (No. RS-2024-00335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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