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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성전환수술요? 요새는 성확정수술이라고 불러요”

‘국제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 기념 강동성심병원 LGBTQ+센터 김결희 교수 인터뷰 ②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성소수자를 위한 의료 환경은 변화가 시작됐다. 대표적으로 그간 ‘성전환수술’이라고 부르던 수술을 이제는 ‘성확정수술’이라고 부르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성소수자 의료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연구회도 등장했다. 

그러나 비교적 더딘 부분도 눈에 들어온다. 급여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호르몬요법을 위한 약물에 대한 선택권이 외국 대비 제한돼있다.

이처럼 변화와 정체가 공존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트랜지션 외의 목적으로 진료실에 방문할 수도 있는 성소수자를 위해 의료계에서 대비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서울의대에서는 성소수자 환자를 위한 교육 과정을 개설했다.

3월 31일 국제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을 맞아 한림의대 강동성심병원 LGBTQ+센터 김결희 교수와 함께 국내 성소수자 의료환경에 대해 짚어보고 나아갈 방향에 대해 모색해봤다.


Q. 통상 ‘성전환수술’이라고 부르는 수술에 대해 최근 ‘성확정수술’이라고 많이 표현하고 있는데요. 두 단어의 의미 차이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어떤 단어를 쓰는지가 중요한 이유는 사회가 변화하면서 의식이 변화하고, 그 변화하는 의식을 언어가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도 예전에 똑같은 양상으로 단어가 변했습니다. 미국은 예전에 Sex Change Surgery, 즉 성전환수술이라고 얘기했습니다. 그 다음에는 Sex Re-assignment Surgery로 성 재지정 수술이라고 불렀고, 이 다음으로는 Gender Confirming Surgery 그리고 Gender Affirming Surgery로 변했습니다.

Confirming과 Affirming은 조금 다릅니다. Confirm은 마치 누구한테 동의를 얻어야 하는 것처럼 들리고 Affirm은 환자가 주도적으로 내가 나의 성을 지정한다는 느낌이기 때문에 현재 쓰이는 말은 성확정수술입니다.

최근 세계트랜스젠더보건의료전문가협회(WPATH)에서 나오는 최신 8판 가이드라인 번역작업을 한국성소수자의료연구회에서 하면서, 성확정수술보다 좀 더 나은 단어가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재밌는 것은 환자분들이 오히려 예전 단어를 사용하세요. 환자분들이 가장 많이 쓰는 단어는 SRS(Sex Re-assignment Surgery)입니다. 성소수자 커뮤니티 내에서 이 단어를 많이 쓰거든요. 그래서 환자분들께 SRS는 좋은 의미가 아니라고 말씀드리기도 해요.


Q. 트랜스젠더 환자의 트랜지션 과정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트랜지션을 어디까지 할 것인지, 어느 순서로 할 것인지는 사실 결정된 것이 없습니다. 우리가 100명의 트랜스젠더가 있으면 100개의 트랜지션이 있다고 얘기해요. 꼭 정해져 있지는 않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처음에 성별 불일치감에 대한 정신의학적 진단을 받고, 그 진단서를 갖고 호르몬 치료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호르몬 치료를 일정 기간 하다가 수술을 받는데, 수술은 성확정수술뿐만 아니라 안면성형수술, 가슴성형수술, 음성여성화 수술 등 다양한 수술이 있습니다. 이후 법적 성별 정정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골인 지점이 있는 마라톤처럼 누구나 다 호르몬치료를 하고, 누구나 다 수술을 하고, 법적 성별 정정까지 하지는 않아요. 여행을 가게 되면 어느정도 가다가 여기가 괜찮다 싶으면 거기서 멈출 수도 있고, 그러다 다시 떠날 수도 있는 것처럼 트랜지션의 속도나 순서, 어디까지 하느냐는 성소수자 당사자 개개인의 선택에 달려있습니다. 

때문에 호르몬요법을 진행하지 않고 성확정수술을 먼저 하는 분들도 계세요. 호르몬이 주는 영향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분들도 있거든요.

다만 WPATH에서는 생식샘 제거 수술(트랜스여성의 경우 정소 절제술, 트랜스남성의 경우 자궁∙난소 절제술)은 호르몬 치료 6개월 후에 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Q. 호르몬요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신다면요.

모든 트랜스젠더 환자분들이 호르몬 치료를 하는 건 아니지만 호르몬 치료가 어느정도 나에게 성별 불편감을 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되는 경우에 시작합니다.

트랜스남성은 남성호르몬 요법을, 그리고 트랜스여성은 여성호르몬 그리고 남성호르몬 억제제 요법을 하게 됩니다.

사실 호르몬요법은 시스남성, 시스여성분들도 받으시는 요법이에요. 시스여성분들도 폐경이 오면 호르몬요법을 받고 요즘 시스남성분들도 중년 이상이 되면 기억이나 스테미나 향상을 위해 남성호르몬 치료를 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단지 다른 점은 트랜스젠더 환자분들은 좀 더 주기적으로 그리고 장기적으로 하게 됩니다. 

주기는 약물마다 달라요. 약물의 종류는 여러가지가 있거든요. 먹는 약도 있고, 주사제도 있고, 바르는 젤도 있습니다.

쓸 수 있는 약의 종류가 많아서 환자분들이 사용하기 편하시거나 아니면 자신한테 맞는 약을 사용하실 수 있으면 좋겠는데 전체적으로 보면 트랜스젠더가 쓰는 호르몬약품의 시장은 그다지 크지 않습니다. 때문에 사용 가능한 모든 약품들이 국내에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품귀 현상도 많이 일어나요. 이런 점은 좀 안타깝습니다. 

Q. 성확정수술 후에도 계속 호르몬요법을 하시는 분들이 많은가요?

사실 성확정수술을 하게 되면 호르몬요법은 그 때부터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됩니다. 

트랜스여성을 예로 들어보면 성확정수술 전에는 정소에서 남성호르몬이 생성되기 때문에 남성호르몬 억제제와 여성호르몬을 맞게 됩니다. 

그런데 성확정수술을 하게 되면 정소가 제거돼 내 몸에서 나오는 성호르몬이 하나도 없게 돼요.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완경과 같은 상태가 되는 거거든요. 그렇게 되면 그야말로 완경에서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 즉 골다공증이나 심혈관계 합병증 등이 증가합니다.

때문에 저희는 성확정수술을 하고 나서는 시스여성분들이 완경이 오는 시기(50대 중후반~60대 초반)까지는 호르몬 치료를 하시는 것이 좋다고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Q. 호르몬요법, 성확정수술 등 트랜지션 과정은 비급여입니다. 학회 등의 차원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점이 있나요? 

트랜지션 관련 의료가 급여화되는 것은 우리가 궁극적으로 가야 할 길이죠. 지금 북미권이나 유럽에서는 다 이런 트랜지션 관련된 케어들이 다 급여화되고 있고요. 

사실은 세 분야가 같이 일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첫 번째는 활동가분들입니다. 활동가분들은 정말 생생한 성소수자 당사자분들의 얘기들을 들려주시죠. 이게 개인의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자살 위험성이나 트랜지션 등이 사회생활로 돌아가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를 생생한 이야기를 공유해 주셔서 결국은 이런 이야기들로 대중들이 이런 성소수자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는 것을 도와주셔야 합니다.

또 하나는 의료진인데 결국 저 같은 사람들이 해야 할 것은, 환자분들을 진료하면서 나중에 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의학적 근거 자료들을 모아가는 것입니다. 물론 전 세계적으로 성확정수술, 트랜지션이 개개인의 삶의 질을 얼마나 높여주고 자살률을 예방해 주며 성소수자분들이 유능한 사회구성원으로서 복귀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는 다 잘 증명되고 연구로서 나와 있습니다. 그러나 결국 한국사회에서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한국 내에서의 데이터가 필요한 것이죠. 
그래서 활동가들이 공유해 주시는 이야기로 국민적인 공감대가 조성이 되고, 의료진이 만들어낸 데이터로 결국은 정부에서 거기에 맞는 정책을 만들어가는 등 차별없는 진료를 위해 3분야가 함께 일해나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사회적으로도 예민한 이슈이다보니 보건당국뿐만 아니라 국민들도 납득할 수 있을 만한 보다 현실적인 근거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트랜지션 관련한 의료를 급여화 하는데 있어서 국민적인 공감대 형성은 필수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트렌스젠더 환자들 성확정수술을 하는데에 건강보험 돈이 쓰인다고?’, ‘내 건강보험료가 쓰인다고?’ 라는 반응이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한 사회의 선진화 정도는 그 사회가 소수자들을 어떻게 동일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대우하는지로 가늠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소소수자 전반에 대한 국민들이 이해도를 높이는 것은 필수적인 과정일 것입니다. 


Q. 국내에 성소수자 의료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학회나 단체 등이 있나요? 

한국성소수자의료연구회가 있습니다. 성소수자 진료를 주로 하고 계시는 산부인과, 가정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성형외과 등 다양한 과의 선생님들과 이와 관련한 의대생 교육 등에 대한 연구를 하고 계신 연구진들이 모여서 만든 단체입니다. 

WPATH 새 가이드라인 번역 작업도 같이 하고 있으며, 작년에는 국내 최초 성소수자 진료 가이드라인 북인 ‘차별없는 병원’을 출판하기도 했습니다. 

Q. 예비 의사들을 대상으로 성소수자 진료와 관련해 교육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점이 있나요?

저도 작년에 제 모교인 한림의대에서 본과 2학년을 대상으로 성소수자 의료에 대해 강의를 잠깐 했었습니다. 문제는 점차 의료가 발전 폭이 넓어지고, 분야도 넓어지고, 전문 지식도 많아지니까 제한된 커리큘럼에 어떤 지식들을 꼭 의대생들에게 전달해야 되는지를 정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현재까지는 성소수자 의료가 정규과정에 포함되는 등 모든 의대를 졸업하는 학생들이 이 수업을 듣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결국 중요한 것은 정규 과정에 들어가는 것이겠죠. 

물론 성소수자 관련된 모든 전문지식들은 자신의 전문분야를 택하면서 들어갈 수 있지만, 사실은 트랜지션과 관련되지 않은 어떠한 과들도 자기 진료실에서 성소수자 환자분들을 만나게 될 거거든요. 그분들을 이해할 수 있고, 그분들이 어떤 의료가 필요한지 정도의 기본적인 지식은 전달될 수 있을 정도로 의대 정규 교과과정에 편입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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