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9일 정부가 문재인 케어를 발표하면서 2022년까지 신포괄수가제를 민간 포함해 2020년까지 200개 기관으로 확대 · 적용키로 했다. 문 케어에는 비급여 감축 인센티브 도입, 질 평가 인센티브 확대 방안 등 지불제도 개편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에 한국보건의료연구원과 보건복지부가 공동 주최한 제2차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의료체계 혁신포럼'이 16일 오전 10시 양재동 엘타워 지하 1층 루비홀에서 개최됐다.
이날 '적정수가와 의료 질 향상' 주제로 서울대학교 의대 김윤 교수가 1부 발제를 맡았고, 이어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현웅 연구기획조정실장이 '지속가능한 지불제도 개선' 주제로 2부 발제를 맡았다.
신현웅 연구기획조정실장은 서두에서 "문재인 케어 추진에 대응한 건강보험 지불제도 개편방안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초저출산 · 고령화로 인구절벽시대가 도래하면서 생산가능인구 감소 · 질병구조 변화로 건강보험료 부과기반이 축소되고 의료이용량이 증가함에 따라 건강보험 수입기반 악화 및 건강보험 지출 가속화로 인해 건강보험을 둘러싼 미래 환경적 · 정책적 변화에 대응한 지속가능한 건강보험 제도 구축이 요구됐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과거에는 병원치료 중심으로 치료하는 게 효율적이었고, 양적기반으로서 치료행위 자체에 인센티브를 줬으며, 인센티브 방향이 정책목표와 일치했다. 미래에는 인구절벽시대에서 치료보다는 예방 · 조정 · 질병관리 등을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하는데 인센티브 방향이 정책목표와 다르기 때문에 논의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신현웅 실장은 "행위별수가제(FFS)는 수요가 늘어날수록 공급자가 이익을 보는 체계인데, 이게 얼마나 지속 가능할지 모르겠다. 지불제도는 현 공급자중심 수요기반 의료체계에서 환자중심 니즈기반 의료체계로 개편해야 한다."면서, "현재 지불제도는 세분화 사후적 지불결정제인 FFS이며 이제 포괄화 사전적 지불결정 쪽으로 가야 하는데, 보험자 재정위험이 감소하면서 의료공급자가 위험을 떠안게 된다. 위험 증가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가치 기반 · 질 기반해서 재정위험 손실분에 대해 충분히 보상해주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신현웅 실장은 지불제도 개선을 위해서는 일정 기간의 '고통의 시간'이 존재함에 따라 이해당사자가 함께 고통의 시간을 뛰어넘는 것과 단기적으로는 정책설계 및 인센티브 지원, 장기적으로는 창출되는 편익과 가치에 대한 비전을 제시 ·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신현웅 실장은 "눈앞에 있는 이익보다는 충분히 시간을 두고서 국민, 공급자, 보험자 합의 하에 미래 발전을 위해 큰 계획 · 방향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강보험 지불제도 개선을 위한 기본 원칙으로 신현웅 실장은 ▲국민중심성을 향상할 수 있는 서비스에 더 많이 보상할 것, ▲공급자의 합리적 행동에 대해 정당하게 보상할 것, ▲정확한 자원소모량 반영 노력을 최대화하고, 불필요한 비용지출 가능성을 최소화할 것, ▲의료 질 향상 방향으로 보상을 집중할 것 등을 꼽았다.

신현웅 실장은 건강보험 보상체계 개념 · 지불제도의 3가지 요소를 도식화하고, 보상수준은 현재 상대가치 수가 문제, 지불단위는 세분화 사후적 지불 · 포괄화 사전적 지불 문제, 진료량과 총액에 기반을 두되 지불단위와 지불기준 아이디어를 모아서 혼합 기반을 둘 수 있고, 가치 기반과 질 기반을 추가로 얹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현웅 실장은 "그리고 무엇에 보상할 거냐면, 환자중심 니즈에 기반을 둬서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하고 정책방향성에 맞게끔 거기에 더 보상하는 거다."라면서, "FFS는 지불 정확성, 과소의료제공 방지 등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단일지불방식으로 활용 시 지불단위인 서비스 행위, 지불기준인 서비스양, 치료 후인 지불결정시점에 있어서 의료 질 취약 등 문제점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현재 FFS 중심의 양적기반 보상체계 아래에서는 무한경쟁이 유발되고, 공급자 입장에서는 진료량을 극대화해 이익을 추구하며, 살아남기 위해서 원가를 낮추고 생산성을 극대화한다.
신현웅 실장은 "향후 개선방향은 단기가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서비스 행위는 포괄화하는 방향으로, 지불결정은 치료 후가 아닌 사전결정으로, 양적 중심에서 가치 기반으로 보상체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현재 단일 FFS보다는 환자의 니즈를 반영한 서비스 제공체계 개발과 연계해 혼합지불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정책목표와 관련해 외래에서는 중증 질환의 경우 심층 상담을 원하는 욕구가 있고, 경증 질환의 경우 만성질환 관리 등 일차 의료 중심이다. 이렇게 각각의 유형에 맞게 보상체계가 개선돼야 한다. 입원에서는 일반병동에서 통합병동으로 점진적인 전환이 이뤄져야 하며, 급성기 병동의 경우 간호간병통합서비스에 수가를 높이는 식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신 실장은 건강보험 지불제도의 뉴 패러다임으로 ▲지불단위의 포괄화 및 사전적 총합화, ▲질 · 효율성 향상 등 가치기반 보상체계 확대, ▲의료전달체계 개편과 연계한 지불방식의 다양화 등을 제안했다. 즉, 국민이 더 건강할수록 더 많은 이익을 얻는 보상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정부는 행위별수가제와 포괄수가제의 단점 보완 · 장점 강화 목적으로 2009년부터 신포괄수가제(FFS+DRG)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신현웅 실장은 신포괄수가제의 뉴 패러다임으로 ▲'지불단위: 질병군 중심+서비스 행위 보완', ▲신 DRG link to Value(정책가산), ▲비급여 행위까지 포괄화, ▲질환별 표준재원일수를 기준으로 한 보상 차등화 등을 제안했다. 즉, 의료 · 요양 간 연계에 대비해 입원서비스 지불제도로의 개선을 주장했다.
신현웅 실장은 "현재 공공병원에서만 운영되고 있는 신포괄수가제를 민간까지 확대해야 한다."면서, "한편, 일각에서는 신포괄수가제가 오히려 FFS와 DRG의 장점을 희석하고 있는 게 아니냐며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신포괄수가제 도입목적을 고려한 각 조정기전 구성 요인별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선행돼야 신포괄수가제가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계획에 따르면, 신포괄수가제 운영 의료기관을 2021년까지 200기관 이상으로 늘리고, 유형별 조정계수를 지속적으로 개선할 방침이다. 또한, 의료 질, 효율성, 비급여 축소 지표를 확대하고, 원가자료를 수집하고 원가분석 후, 원가기반 모형설계와 시범 적용이 이뤄질 계획이다.
신현웅 실장은 가치기반 지불제도의 확대를 주장하면서 뉴 패러다임으로 ▲의료 질, 환자 안전 등 공급자 성과를 반영한 보상, ▲효율성 향상, 불필요한 지출 감소를 유도하는 보상, ▲예방, 조정, 질병관리 등을 모두 포괄한 보상 등을 제시하고, 환자중심의 통합적 · 연속적 의료 서비스 제공을 지원하는 보상체계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현웅 실장은 "가치기반이란 정확한 개념은 없고, 의료 질 · 효과성 · 효율성 측면에서 얘기 중이다. 우리나라에 알맞은 가치기반 지불제도를 도입하는 데 있어 종합적인 논의를 통해 개념을 정립하는 게 필요할 것 같다."라면서, "의료 질, 환자 안전과 연관된 보상체계로 갔으면 한다."라고 덧붙였다.
신현웅 실장의 발제에 이어 2부 패널토론에서는 연세대학교 보건행정학과 정형선 교수를 좌장으로, 서울대학교 의대 오주환 교수, 울산대학교 의대 이상일 교수, 대한의사협회 이용민 의료정책연구소장,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지영건 급여기준실장,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 현재룡 부원장, 대한의사협회 비대위 이동욱 총괄사무총장, 대한병원협회 서진수 보험위원장,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홍승령 사무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형준 국장이 참석했다.

울산대학교 의대 이상일 교수는 "지금 지불제도 논의 자체가 적절한가에 의문이 든다. 정치적인 구호는 비급여를 전면급여화하는 건데, 이에 두 가지 방식이 있다. 현 지불제도를 그대로 놔둔 채 비급여를 전환하는 방법과 지불제도를 바꿔나가면서 비급여를 다루는 방법이 있는데, 현재까지 나온 얘기는 후자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상일 교수는 "공급자 입장에서는 지불체계 개편 이후에 대해 불확실성을 갖고 있다. 어떠한 종류의 불확실성이 있는지 체감해보고 바꿔나가야 하는데, 신포괄수가제라는 게 포괄수가제 냄새가 나는 것에 맛만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일 교수는 "가치기반 지불제도에 관해서는 전면적 · 장기적 가치기반을 위해서 비급여를 포함한 모든 진료비 자료를 제출하도록 해야 한다. 공급자는 비급여가 얼마만큼 급여화되고 손실되는지 추정할 수 없다. 자료 내놓고 같이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이용민 의료정책연구소장은 "문 케어는 홍보부서에서 확 질러버린 후, 기획 · 실무 부서에서 뒤치다꺼리하는 꼴이다. 문 케어는 지난 정부 때 이미 다 한 걸 지금 정부가 과대 포장해서 발표한 거다."라면서, "비급여의 전면급여화는 있을 수 없는 얘기이다. 치료적 비급여만 최소 100조가 넘는다. 지불제도 개선 전에 만약 이대로 실현돼버린다면 공급자 측이 먼저 무너진다."고 우려했다.
이용민 소장은 "문 케어는 사기이다. 공무원, 학자 등 사기인 거 다 알고 있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과대 포장된 대국민 기만인데 모른 척 하고 넘어가는 것이다. 신포괄수가제 원칙 절대 벗어나면 안 된다. 자원소모량을 정확히 반영하고, 불필요한 비용 지출을 최소화하고, 서비스 질적 수준을 보장하고, 기술 발전을 저해하면 안 된다."라면서, "정부는 의료비 총액을 규제하려고만 한다. 돈 걷고 모자라면 투자하고 금액 정확히 얼마 되는지 얘기해서 동의를 구하는 게 순서다."라고 말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지영건 급여기준실장은 "우리가 생각하는 환자 입장의 가치는 '어떻게 얼마나 아파서 무슨 치료 받고 어떻게 좋아졌다'인데, 그 정보를 심평원에서는 받지 못하고 있다. 무슨 약을 줬고 치료했는지에 대한 자료만 받았다. 환자 입장의 가치 기반 평가와 지불제도로 가려 한다면 그 자료들을 수집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환자 살리는 기술에 가치를 두고, 고가 시설 장비보다는 인적에 가치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지영건 실장은 "재활 치료의 경우 욕창으로 입원했으면 고중증도로 분류돼 수가가 높다. 병원 입장에서는 치료 안 하고 오래 입원시켜야 돈을 벌 수 있다. 그러한 부분의 잘못된 보상체계를 현재 개선하고 있다. 그리고 요양병원의 경우 간병이 필요 없고 복지만 필요한 사람이 1년에 백만 원을 내고 요양병원에 가서 의사 있는 복지를 해결한다. 정작 요양과 간병이 필요한 사람들은 간병비 부담할 돈이 없어서 요양병원 못가고 요양원에 가 있다. 이처럼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제도들은 개선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지 실장은 "수가를 줘야 하는 개념에서 잘하는 곳에 보상을 주기보다 국민이 받아야 하는 기본 서비스는 인프라 지원금으로 줘야 한다. 수가 만능주의는 지금과 같은 대형병원 쏠림현상만 야기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홍승령 사무관은 "정부는 문 케어를 발표하며 지불제도를 어떻게 개편해 나가겠다는 로드맵을 밝힌 적이 없다. 이번 대책은 국민이 부담하는 의료비를 어떻게 낮출 수 있을까로 시작했고, 비급여 해소 과정에서 지불제도 개편이라는 수단이 필요하다면 그 수단이 도입될 수 있다."면서, "당연히 정부는 의료 질이 저하되지 않게 설계하려 하고, 지불제도는 건강보험 자체가 국민에게 적정한 가격으로 질 저하가 되지 않게 제대로 서비스가 공급되는 체계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승령 사무관은 "이번 대책은 큰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다. 그런데 신뢰 없고 소통 안 되는 상태라고 한다면 아무것도 시행될 수 없다. 권위주의적인 방식이 아니라 지금부터 대화하고 실행계획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적정한 공급자 보상과 국민 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게 하는 게 본 정책의 기본 전제다. 우리나라의 상황에 맞춰 여러 지불방식을 고민하고 도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신포괄수가제 통해서 비급여 줄여나가는 부분과 의료 질을 유지하면서 적절한 인센티브 참여유인제도를 만드는 건 의료계와 정부가 함께 해나갈 몫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홍승령 사무관은 "의료인력 부분은 전문성을 기반을 두고 있다. 전문성을 발휘해 서비스가 좋게 제공되는 과정은 단순 수가만으로 이뤄질 수 없고 후속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거 다 알고 있다. 지불제도 개편 또한, 오해 불러일으켰던 부분들을 협의해 풀어나갈 수 있도록 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