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높은 사망률을 기록하는 '패혈증'은 낮은 인지도 및 경각심 때문에 조기발견이 어렵고, 상태 악화 책임을 병원 측이 떠안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며, 전담 전문 인력 부족 등의 문제 등이 발생하고 있어 이에 정책 개선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지난 15일 오전 9시 30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개최된 '우리나라 패혈증의 실태와 대책 마련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대한중환자의학회 임채만 회장이 '우리나라 패혈증 사망률 지나치게 높다' 주제로 발제를 맡았다.

패혈증은 감염으로 전신적인 염증 반응이 발생하고 주요 장기의 기능부전이 초래되는 질환으로, 조기 발견으로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률이 40~70%에 달하게 된다. 임 회장은 "노약자가 가장 취약하지만 건강한 사람도 패혈증에 걸릴 수 있다. 2015년 발표된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09년도에 무려 만 4천여 명이 패혈증으로 사망했다. 이를 365일로 나눠보면 하루 평균 39명 정도가 사망하는 것을 알 수 있다."라면서, "2015년 메르스 사망자가 39명이었다. 우리는 매일 패혈증으로 메르스를 겪고 있는 거나 다름없다."라고 했다.
지역별 패혈증 사망률을 살펴보면, A지역 사망률은 36%인데, L지역은 72%로 두 배다. 병원 종별 사망률을 보면, 상급종합병원은 37%고 종합병원은 55%며, 병원급은 82%이다. 이 차이는 전담전문의가 있고 없고의 차이이다. 또, 간호 인력에 따른 사망률을 살펴보면, 한 간호사 당 환자 2~3명을 보는 간호 1등급 기관의 경우 사망률이 27%이고, 한 간호사 당 환자 8명을 보는 간호 9등급 기관의 경우 79%이다.
임 회장은 "79%와 27%의 차이는 무척 참담하다. 한편으로는 희망이기도 하다. 차이가 크다는 것은 개선 여지가 있다는 것이고 정책이 바뀌면 사망률을 줄일 수 있다. 패혈증 등록사업을 정부 차원에서 도와줘야 하며, 중환자실 인력을 보강해야 한다."라면서, "패혈증은 수일 안에 생사가 결정된다. 절박한 상황에서 우선적 구제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79%가 27%가 될 수 있도록 정책이 개선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어진 패널토론에는 대한중환자의학회 서지영 부회장, 서울대학교 의료관리학 김윤 교수, 대한병원협회 서진수 보험위원장, 병원중환자간호사회 이순행 회장, 사단법인 소비자와 함께 박명희 대표, 조선일보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보건복지부 질병정책과 강민규 과장 등이 참여했다.

대한중환자의학회 서지영 부회장은 "패혈증은 감염과 관련된 예방 가능한 사망의 가장 흔한 원인이다. 패혈증은 흔하고 중요한 병이지만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결핵의 경우 2013년 기준으로 환자 수는 3만 6천여 명이며 사망자 수는 2천 2백 명 정도이다. 그런데 패혈증의 경우 2013년 기준으로 3만 3천여 명이며, 사망자는 만 2천여 명에 달한다."라면서, "건강한 사람에게서도 패혈증이 발병할 수 있다. 패혈증의 3분의 1 내지 2는 기저질환이 없는 사람들에게 발생한다."라고 강조했다.
서 부회장은 "외상의 경우 병원 외부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언제 발생했는지 확실하고, 나도 언제든지 당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있으며 공공 의료적인 면이 강하다. 반면, 패혈증의 경우 병원 내에서 발생하고 은밀히 진행되며, 대다수가 패혈증을 잘 모르는 상태이다."라면서, "즉, 국민, 정책입안자, 입법부, 의료계 등 패혈증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패혈증에 대한 자료가 부족하다. 또한, 패혈증을 포함한 급성기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패혈증 조기 발견이 어렵고, 적시에 적절한 치료 제공이 어렵다."라고 했다.
서 부회장은 "한국은 패혈증 전담전문의가 없어도 된다는 식이고, 간호사의 경우 상급종합병원 평균 1인당 3~4명의 환자를 본다. 극소수 병원 중환자실에서 1:2를 겨우 유지하는 실정이다. 2014년 심평원 적정성 평가에 따르면, 전담의 1명당 환자 수는 44.7명으로 나타났다. 반면 일본의 경우 전담전문의가 24시간 상주하고, 간호사는 1인당 2명의 환자를 보며, 전담의는 10명 내외의 환자를 맡는다."라고 했다.
또한, "Mosaic 연구에서 전담전문의 여부와 환자 대 간호사비에 따른 중증패혈증 환자 사망률을 살펴보면 전담전문의가 있는 경우 17.95%, 없는 경우 41.62%로 조사됐다. 간호사 1인당 환자 수가 2명인 경우 20%, 3명인 경우 38.75%, 4명인 경우는 무려 41.67%로 나타났다."라면서, "패혈증에 대한 자료가 구축돼야 하며, 중환자실에 적절한 수의 전문 인력이 유지돼야 한다. 패혈증을 조기 발견할 수 있는 체계가 구축돼야 하고, 패혈증을 포함한 중환자실 환자에게 적시 적소의 치료가 제공돼야 한다. 또한, 정부 내 패혈증 전담 부서가 지정돼야 한다. 패혈증 환자에 대한 자료가 수집 · 분석돼야 하고, 패혈증에 대한 정책 수립 및 치료 결과가 확인돼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서울대학교 의료관리학 김윤 교수는 "올해 발표된 패혈증 문제 개선을 위한 WHO 권고사항을 살펴보면, 예방 · 진단 · 치료하기 위한 국가 정책 · 절차를 마련하고, 정책을 만드는 데 있어 근거 기반을 마련하고, 패혈증 증상에 대한 인지도를 개선하라고 돼 있다. 또한, 의료인 교육 · 훈련을 강화하도록 돼 있는데, 교육 · 훈련 목적은 신속한 진료이다. 그리고 패혈증 부담을 정확히 평가할 수 있도록 질병코드를 정확하게 개선하고, 환자 건강결과가 어느 정도 개선되었는가를 모니터링하도록 권고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패혈증 치료에 있어 우선순위가 가장 높은 것은 조기발견 및 조기치료인 것 같다."라면서, "패혈증 관리는 복지부가 위에서 지원하고 그 아래에 중앙응급진료센터, 질병관리본부가 주관해야겠고, 예방 · 진단 · 치료 지침은 주관 기관과 학회가 협력해 만들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의료인 대상으로 교육 · 훈련이 강화돼야 하며, 의무기록 패혈증 진단코드의 정확성이 개선돼야 할 것이다. 그리고 패혈증 등록 DB 기반 모니터링과 패혈증 관련 연구가 활성화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패혈증에 진료지침을 도입할 것을 주장하며 "2013년 미국 뉴욕주에서는 패혈증 조기발견과 적극적 치료를 위해 두 가지 지침을 만들고 주 정부로부터 승인받도록 의무화했다. 그리고 주 보건부에 패혈증 진료자료를 제출했다. 이 같은 진료 개선사업 결과, 진료지침 적용 환자는 진료지침을 적용하지 않은 환자 대비 사망률이 21% 감소, 진료지침에 따른 치료를 모두 받은 경우 27% 감소했다. 또, 진료지침에 따른 치료를 6시간 내 받은 경우 26%가 감소했다."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패혈증에서의 의료 질 향상 정책수단으로 ▲진료지침 개발, ▲의료 질 평가, ▲평가결과 환류 및 공개, ▲의료 질 가산, ▲지원 및 교육 등을 제시하며 여기에는 전문가와 이해당사자가 함께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의료 질 향상에는 자발적 및 국가 규제적 방식 등 두 가지 경로가 있다. 평가결과를 피드백하는 것은 자발적 방식이고, 평가결과를 공개하고 재정적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규제적 전략이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규제 피라미드'를 제시하며 "시장 기전의 자율 규제를 활용하는 경우는 문제가 복잡하고 객관적 판단이 어려운 상황에서이다. 직접 규제를 선택하기 유리한 경우는 전문주의가 취약하고, 간단한 문제와 객관적 판단이 가능한 상황이다."라고 설명하면서, "패혈증은 복잡한 것에 해당하는데 전문주의가 부족해서 자발적 질 향상 노력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 의무 인증을 받아야 하는데 인증받는 기관이 거의 없다."라고 지적했다.
즉, 김 교수의 주장은 질 향상을 위해서는 평가가 필요하고, 평가 결과에 근거해서 자발적 질 향상을 유도할 수 있는 유인책이 필요한데, 패혈증을 고려할 때 유인 성격은 규제적 방식보다는 '자발적' 방식을 택하는 게 적절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의료사고를 줄이기 위해 제작된 수술환자 안전 점검표를 보여주며 자발적 규제의 장점을 설명했다. 김 교수는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는 수술환자안전 점검표를 의무화했는데 사망률 감소 효과가 없었다. 반면,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는 자발적 프로그램으로 시행했는데 사망률이 22%가 감소했다."라면서, "결국 중요한 것은 규제적이든 자발적이든 의료인들의 질 향상 동기를 유발해내지 못하면 효과가 없다는 것이고, 자발적 노력을 유인하기 위해 국가가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하는지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대한병원협회 서진수 보험위원장(일산백병원 원장)은 "중환자실에서의 패혈증 관리에 큰 허점이 있다는 인식과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인식을 공유하는 것 같다. 의료공급자 입장에서는 병상 규모에 비해 중환자실을 크게 운영하고 있으나 수가가 반영되고 있지 않다. 조사한 바에 의하면 선진국 기준으로 10분의 1 수준의 수가가 매겨져 있다. 당장 동일 수준으로 갈 수는 없지만, 점진적으로 수가가 현실화될 필요성이 있다."라면서, "2년 전부터 우리 병원에 중환자실 전담인력을 고용했다. 병원 입장에서는 투자이다. 주어진 수가와 비교해 급여가 많이 나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고용하면서 성적이 좋아지는 것을 느껴서 잘 한 결정이라 믿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이 순방향으로 적용되기 위해서는 전담인력에 대한 수가 현실화 또한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서 위원장은 "전담인력 교육도 중요하지만 일반 의료진 교육도 중요하다. 자발적 교육이 진행되기를 바라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하고, 학회 주축으로 정부 지원이 있어야 개선된다. 또, 패혈증 진단이 모호한 측면이 있고, 증상이 일정하지 않아서 한두 병원 자료로 연구를 활성화하기 어렵다. 기초 자료를 모으고 연구가 제대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플랫폼이 지원돼야 한다. 보고하는 의무만 병원에 지워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서 위원장은 "또, 국민의 패혈증 인지도가 너무 낮다. 이는 의료진의 소신 진료를 방해하는 장애물로 작용한다. 이 정도가 아니었는데 병원에 와서 나빠졌다고 항의한다. 이게 의료분쟁 문제로 연결된다. 국민 차원에서 패혈증에 대한 홍보가 필요하다."라고 말하고, "과거 같으면 사망했을 환자들이 사망하지 않고 중환자실에서 지속해서 케어를 받는 상황이 늘어나고 있다. 중환자실이 꽉 차서 더는 환자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대형병원에 발생 중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서 위원장은 "중환자들을 케어하는 데 있어 간호사들이 굉장히 힘들어한다. 이 부분에도 수가가 현실화돼야 한다. 중환자 관련해서 간호등급제가 시행되고 있다. 상위등급에 가고자 하는 노력이 순방향이 돼야 하는데, 상위등급보다 적당등급에 머무르는 게 수익성이 높다. 그래서 순방향 유도가 안 된다."라면서, "의료 질 향상을 지원하면서 중환자실 패혈증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라고 주장했다.

병원중환자간호사회 이순행 회장은 "상급종합병원의 중환자실 간호등급을 상향 조정해 근무조별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 수가 2명을 넘지 않아야 하며, 구체적인 간호 인력 기준에 대한 명시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체외막산소화장치(ECMO) 같은 전문적인 기계를 다루는 숙련된 전담간호사를 배치해야 한다는 세부기준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이 회장은 "자원 낭비를 유도하게 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기 때문에 모든 병원이 높은 기준을 적용할 필요는 없다. 병원별 역할과 기능에 따라 갖춰야 할 기준은 명확하게 달라야 한다. 고난도 의료기술을 필요로 하는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부족한 인프라 때문에 환자 생명이 위협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라면서, "중환자실 간호사는 슈퍼맨이 아니다. 물 한 모금 마시고 싶을 때 마실 수 있고, 환자의 간호요구량이 올라갈 때 정확한 타이밍에 적정한 간호를 제공해 환자 생명을 안전히 지킬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이러한 최소한의 기준이 마련돼 적정 간호 인력이 배치될 수 있다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환자를 지키려는 간호사들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질병정책과 강민규 과장은 "작년에 WHO에서 패혈증 권고문을 발표했다. 권고문이 한 국가를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은 없지만 반박하거나 따르지 않을 이유가 없다. 사실상 강제력을 가진다고 이해한다. 그 내용은 패혈증 감염 및 관리에 대해 국민 인식 개선이 필요하고, R&D 활성화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한 김윤 교수가 제시한 관리 전략은 합리적이라 생각하고, 서지영 부회장이 제시한 자료 구축, 중환자실 등급화 및 이에 따른 전달체계 확립, 패혈증 전담 부서 추진 등에 대해 전반적으로 찬성한다."라고 했다.
강 과장은 "그러나 패혈증으로 인한 사망률을 낮추기 위한 정책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모든 문제를 포괄하는 위원회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정책 구성 요소들이 여러 부서에 산재해 있어서 보건복지부의 중요 안건이 되지 않고 있다."라면서, "WHO 패혈증 권고사항을 기반으로 대한중환자의학회에서 준 내용을 묶어서 정책 내용을 만들도록 하겠다. 특히 패혈증 문제는 김윤 교수가 말한 것처럼 정부가 강제하는 방향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자율성을 기반으로 전문가 · 학회 중심의 정책을 생성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했다.
강 과장은 "실현 과정은 정부 혼자만으로는 어렵다. 의료계, 중환자학회, 국회의원, 시민단체, 언론 등 패혈증 문제가 중요하다는 것을 환기하고 주의를 북돋아 줘야 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