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보 노디스크와 릴리가 GLP-1 RA 제제에 대한 새로운 연구결과들을 연이어 발표하며, 당뇨 치료에 있어 GLP-1 RA의 사용 확대 가능성에 청신호가 켜졌다.
GLP-1 RA 제제가 당뇨 치료 시장에 등장한 지는 벌써 10년이 훌쩍 넘었다. 현재까지 글로벌 시장에 출시된 GLP-1 RA 제제는 크게 7개 제품.
2005년 FDA로부터 제2형 당뇨 치료제로 최초 승인된 아스트라제네카의 ‘바이에타(성분명 엑세나타이드, 당시 릴리 개발)’를 시작으로 2010년 노보 노디스크의 ‘빅토자(성분명 리라글루티드)’, 2012년 엑세나타이드의 장기방출형 ‘바이듀리언’ 승인, 2014년 GSK ‘이페르잔(성분명 알비글루타이드)’과 릴리의 ‘트루리시티(성분명 둘라글루타이드)’ 그리고 2016년 승인된 ‘사노피 ‘릭수미아(성분명 릭시세나티드)’와 2017년 막바지에 승인된 노보 노디스크의 ‘오잼픽(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까지.
그러나 주사제라는 한계로 인해 사용이 부진해왔던 게 현실이다.
한편, 당뇨 치료가 단순히 혈당 강화만을 목적으로 이뤄지던 과거에 반해 점차 심혈관질환, 비만, 혈압, 신질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치료하는 접근법이 제시되며, 이를 반영해 당뇨 치료제들도 개발에 개발을 거듭했다.
메트포르민이나 설포닐우레아, 티아졸리딘, 인슐린 등이 주를 이루던 당뇨 치료에 차세대 약물로 DPP-4 억제제가 등장하며 당뇨 치료제 시장의 주인공으로 등극했지만, 곧이어 혈당 강화 효과와 심혈관 안정성, 체중 감소, 신장 안전성까지 갖춘 SGLT-2 억제제와 그 효과가 더욱더 강화된 GLP-1 RA의 효과가 임상연구들을 통해 알려지며, 주요 국가의 당뇨 치료 가이드라인이 이들의 사용을 메트포르민을 제외한 다른 치료제보다 더 우선시하여 권고하는 등 변화를 맞은 것이다.
시장 상황도 이를 자연스럽게 반영하여 매년 SGLT-2 억제제와 GLP-1 RA 제제가 큰 변화폭을 나타내며 매출액 상승 가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메트포르민이 당뇨 치료에 가장 기본적인 약물임을 감안하면 주사제인 GLP-1 RA 제제의 사용은 그 효과와 안전성에 비해 현저히 낮은 편에 속한다. 덕분에 당뇨 치료 경구요법을 받고 있는 환자에서는 SGLT-2 억제제의 사용이 급증하고 있다.
다만 주사제에 대한 거부감과 번거로움을 덜 느끼는 인슐린 치료 환자들에게는 GLP-1 RA 제제의 사용이 훨씬 수월하게 진행되어 왔다.
최근에는 당뇨 치료에 있어 혈당 수치를 조기에 정상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추후 환자의 심혈관 사망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들이 하나둘 발표되며, 조기부터 인슐린 등 혈당 강하 효과가 뛰어난 약물을 사용해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혈당 강화 효과가 다른 어떤 약물보다 뛰어나며 저혈당 위험이 없는 GLP-1 RA 제제가 더욱 주목을 받으며 사용 범위 확장을 위한 여러 연구들이 진행 중이다.
이런 와중에 최근 노보 노디스크가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 제제에 대한 성공적인 3상 임상을 발표하며, 주사제로서의 한계를 뛰어넘는 가능성을 제시해 화제가 됐다. 대부분의 당뇨 환자들이 경구 치료를 받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연구 결과는 GLP-1 RA 제제 사용 확산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
노보 노디스크는 지난 22일(현지시각) 발표한 PIONEER 1 연구는 제2형 당뇨 치료제로서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 정제의 1일 1회 용법을 평가하기 위해 진행됐다.
703명의 제2형 당뇨 환자를 대상으로 26주간 3, 7, 14 mg 세 가지 용량을 위약과 비교하여 평가한 결과, 세 가지 용량 모두에서 위약 대비 유의미하고 우월한 혈당 개선 효과를 보이며 주요 목표를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4 mg 복용군에서 위약 대비 유의미하고 우월한 체중 감량을 보였다고 전했다.
26주 치료 후 3, 7, 14mg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 치료를 받은 군에서 당화혈색소는 각각 0.8%, 1.3% 및 1.5% 감소했으며(위약군 0.1% 감소), 미국당뇨병학회(ADA)가 제시한 치료 목표치인 HbA1c 7% 이하를 달성한 환자는 각각 59%, 72%, 80%로 나타났다(위약군 34%).
뿐만 아니라 26주 치료 후 3, 7, 14mg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 치료군에서 각각 1.7kg, 2.5kg 및 4.1kg의 체중 감량을 보였으며(위약군 1.5kg 감소), 안전성 프로파일 역시 별다른 특이점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노보 노디스크의 발표 이후 강력한 라이벌인 릴리는 지난 26일(현지시각) GLP-1 RA 제제 사용의 또 다른 확대 가능성을 제시했다.
자사의 ‘트루리시티’와 SGLT2 억제제의 병용 효과를 연구한 AWARD-10 3상 임상연구 데이터를 발표한 것.
릴리는 지속적으로 SGLT2 억제제 치료를 받고 있는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주 1회 ‘트루리시티’ 병용투여가 혈당 개선에 탁월한 효과를 나타냈다고 전했다.
SGLT-2 억제제 치료 환자에서 트루리시티 1.5, 0.75mg 두 용량과 위약을 투여한 결과, 24주 후 각각 당화혈색소 수치가 1.34%, 1.21%, 0.54% 감소하며 유의미한 혈당 개선 효과를 입증했다는 것.
또한 목표 혈당인 A1C 6.5~7%에 도달한 환자는 각각 50%, 38%, 14%로 나타나 더욱 뚜렷한 효과를 보였다고 전했다. 추가적인 결과로는 체중 감소가 세 군에서 각각 3.1kg, 2.6kg, 2.1kg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 연구 결과는 경구요법을 받는 당뇨 환자에 있어 추가적인 혈당 개선이 필요할 경우, GLP-1 RA 제제의 병용이 효과적이라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릴리가 최근 발표된 노보 노디스크의 GLP-1 RA 제제 혁신에 대한 견제 방안으로 SGLT-2 억제제와의 병용 연구를 활용했다는 의견이다.
주사제에 특화된 노보 노디스크는 SGLT-2 억제제를 보유하고 있지 않지만, 릴리의 경우 베링거와 함께 판매중인 강력한 SGLT-2 억제제 품목 ‘자디앙’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
한편, 자디앙의 강력한 라이벌인 SGLT-2 억제제 ‘포시가’를 보유하고 있는 아스트라제네카 또한 자사의 GLP-1 RA 제제 ‘바이듀리언’과의 병용에 긍정적인 연구 결과를 얻은 바 있어, GLP-1 RA 제제를 둘러싼 경쟁 구도는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2018년 ADA 가이드라인에 인슐린 치료 환자에서 추가적인 치료법으로 GLP-1 RA 제제의 병용이 권고되고 있어 그 쓰임을 더욱 확대될 예정이다.
분명한 것은 경구제로의 제제 혁신을 통한 확대든, SGLT-2 억제제 혹은 인슐린과의 병용으로 인한 확대든, 새로운 당뇨 치료 패러다임의 중심에 GLP-1 RA 제제가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