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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의료전달체계 핵심은 저수가 기반의 박리다매 구조 바꿀 '인센티브'

커뮤니티케어, 대규모 시범사업 통한 학습 효과 및 지방정부 역할 중요

문재인 케어 성공의 키는 △비급여 관리 △적정수가 보장 △의료전달체계 구축 △커뮤니티케어의 완성 등으로, 종별 병원 기능 전환을 위한 재정적 인센티브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23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 노보텔 앰배서더에서 열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국제심포지엄'에서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이하 김 교수)가 '한국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향후 과제' 주제로 발제했다.



지난해 8월 9일 문재인 정부는 비급여의 급여화를 핵심으로 하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일명 문재인 케어(이하 문케어)를 발표했다. 지난 10여 년간 건강보험 보장률은 60% 초반대로 정체됐고 재난적 의료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했는데, 이러한 현상에는 건강보험의 저수가 · 보장성 강화가 새로운 비급여 창출로 이어지는 비급여 풍선효과가 원인으로 작용했다.

김 교수는 "문케어는 건강보험 저수가와 비급여 풍선효과 간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적정수가를 보장함으로써 보장성 강화로 발생하는 손실을 메꾸기 위해 새로운 비급여를 창출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적 기전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라고 말했다.

문케어는 2017년부터 5년간 30조 6천억 원을 투자하여 의학적 비급여를 완전히 해소하고, 적정수가를 보장하여 건강보험 보장률을 70%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며, 그 과제로 △적정수가 보장 △의료전달체계 구축 △비급여 관리 △의료기술 평가체계 보완 △커뮤니티케어 시범사업 성공 등이 있다. 

김 교수는 "문케어 완성으로 건강보험 보장률이 70%에 도달하면, 의료전달체계 · 의료비 급증과 관련한 부작용 문제가 그 이상의 보장률을 올리는 과정에서 더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러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 보장성 강화와 다른 보건의료정책을 체계적이고 조화롭게 추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 전후 암 입원환자의 상급종합병원 분포 변화를 살펴보면, Big 5 병원의 경우 신규 암환자와 기존에 암을 앓던 환자 모두 증가한 반면, 서울 외 상급종합병원은 두 군 모두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났다.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의료기관 유형별 입원 · 외래 환자 수 변화 추이를 보면 △상급종합병원은 1.31배 △종합병원 1.44배 △병원급 1.23배 증가했고 △의원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즉, 보장성 강화와 더불어 환자 쏠림현상이 현저히 나타나는 것이다.

환자 쏠림현상뿐만 아니라 의료 질 문제도 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에는 의료전달체계가 없어서 환자 중증도와 의료기관 진료 기능의 미스매치가 발생한다. 의료기관 유형별로 자기 수준에 맞지 않는 환자를 진료하는 행위는 결국 높은 사망률로 귀결되며, 상급종합병원의 값비싼 의료자원이 경증 환자에게 소모되는 현상으로 이어진다."며, "흔히 대도시가 환자 사망률이 낮고 농촌은 높다고 생각되지만, 우리나라에서 사망률이 가장 낮은 지역은 강원도 강릉이다. 의료자원 배치의 균등성이 해당 지역의 사망률을 결정한다. 부산 · 대구 · 대전 등의 지역은 평균보다 사망률이 높다."라고 시사했다.

우리나라의 병원은 요양병원 · 특수병원을 제외한 상태에서 1,700개 정도로, 단과병원 비중이 상당히 높다. 이들 병원을 분류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다양한 종류의 환자를 진료하는지 △얼마나 난도 높은 환자를 보는지 △평균 재원일수 · 수술비율 △보유 의료인력 수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김 교수는 △3차 △포괄 2차 △일반 2차 △제한 2차 등 4개의 군으로 병원을 분류했다.

김 교수는 "국내 의료기관을 나눠보면 외래 진료만 담당하는 1차 의료기관이 있고, 2차 의료기관을 △단과병원 △기존 전문병원을 합한 단과병원으로 나눌 수 있다. 다시 그 아랫급을 △300병상 이상의 교과서적인 2차 진료를 하는 지역거점병원 △그보다 낮은 수준의 입원환자 진료를 담당하는 지역병원으로 나눌 수 있다."며, "그밖에 3차 의료기관 및 아급성기 병원 · 장기요양기관이 있다. 현재 넘쳐나는 지역병원은 아급성기 혹은 타 유형의 병원으로 기능 전환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병원 기능을 전환하기 위해 재정적 인센티브를 사용하는 부담적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의료기관 유형별로 자기 진료기능에 부합하는 환자 진료 시 유형별 진료기능에 부합하는 특정 진료영역의 건강보험 수가에 대해 선별적으로 가산하는 방안을 주장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단기적으로 민간의료기관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결국 건강보험과 수가를 이용한 재정적 유인 기전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상급 기관에서 중증환자를 보고 하급 기관에서 경증환자를 보는 질환 중심 접근법이 있는데, 영역별 수가를 전달체계 구축과 연계해 인상하는 방안이 최종적으로는 가장 바람직하다."라고 제언했다.

규제적 정책을 쓸 수 있는 유일한 영역은 상급종합병원 지정제도라고 했다. 김 교수는 입원환자의 경우 병상 규모를 제한하고 있으나 외래환자 증가를 제어할 기전이 없다며, 경증환자를 많이 보는 상급종합병원은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되지 못하게 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상급종합병원은 해당 지역 병원들의 네트워크에서 리더 역할을 해야 한다. 주변 병원과 협력하여 응급환자를 잘 보고, 만성질환 환자를 잘 연계하며, 위기관리를 잘하는 기준이 상급 지정기준에 포함돼야 한다. 지역거점병원에 대한 교육 · 훈련도 지정기준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의료기술평가와 관련하여 최근 이슈로 예비급여 · 신의료기술평가 체계 개선 등이 있다. 이 중 예비급여는 근거가 불충분한 신의료기술을 대상으로 일정 기간 사용하면서 근거를 생성해 최종적으로 급여화를 판단하는 근거 생성 성격 및 가치 기반 본인부담률 차등제 성격을 지닌다. 

김 교수는 "예비급여를 도입해 비급여의 관행 수가가 원가 수준으로 낮아지게 된다. 의료제공자의 경우 초과 진료가 사라지고 의학적으로 꼭 필요하지 않은 비급여를 굳이 하지 않는 동기가 생긴다. 또한, 심사 · 평가 대상이 되므로 보다 의학적 근거를 두고 사용하는 투명성이 확보된다. 이러한 두 가지 효과로 기존보다 비급여 이용량이 줄어들게 된다."며, "비급여는 높은 가격에서 원가 기반의 가격으로 내려가기 때문에 환자 입장에서는 본인 부담이 줄어든다. 의료제공자도 비싸서 못 썼던 기술을 의학적으로 필요할 때 환자에게 권유하는 효과가 있다."라고 했다.

지난 정부에서 추진한 4대 중증질환의 보장성 강화에서 선별급여가 시행된 행위 항목 9개 · 치료재료 12개 항목을 분석한 결과, 비급여로 사용될 때보다 급여로 전환된 이후 이용량이 36%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같은 결과는 비싸서 못 썼던 것보다도 △초과 이윤 때문에 더 많이 쓰거나 △심사 · 평가 대상이 아니어서 자유롭게 썼던 것이 더 중요한 요인이었음을 시사한다. 

이 외 의료기기 규제 혁신 방안은 △위험도 기반 신의료기술평가 도입 △근거 생성 조건부 급여 △신의료기술 가치에 대한 보상 등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한편, 의료시스템 혁신과 관련하여 미국에서는 오바마 케어 액트(Affordable Care Act, ACA)에서 미국 의료체계 혁신을 위한 시범사업에 10년간 약 10조 원을 투자하도록 명시했다. 이에 미국 보건복지부에 산하기구로 CMS(Center for Medicare & Medicaid Services)를 설치하고 △ACO △PCMH △CPC △PICORI 등 대규모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영국은 새로운 전달체계 · 재정 기전 개발을 목적으로 한 '뉴 케어 모델(New Care Models)' 시범사업을 추진하면서 해당 사업을 위한 여러 형태의 연구를 진행 중이며, 독일은 연방공동위원회 산하에 이노베이션 펀드(Innovation Fund)를 설치해 신의료기술을 개발 · 확산하고 있다.

이러한 시범사업의 공통점은 △혁신을 위한 대규모 시범사업 펀드를 조성하고 △대규모 시범사업을 지속적으로 확산하면서 모형의 고도화를 이루며 △지속적인 학습을 통한 환자 진료 과정 · 서비스 모형을 개선한다는 것이다. 또한 △의료제공자 · 환자의 자발적 참여에 기반해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커뮤니티케어와 관련하여 김 교수는 "지방정부 역량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커뮤니티케어의 성공을 위해서는 시 · 군 · 구가 책임을 지고 진행해야만 가능하다."며, "저수가에 기반한 박리다매 구조를 깨는 인센티브를 만들지 않으면 어떤 형태의 시범사업도 제공체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의료제공량은 현재 적정제공량의 1.5배 정도이다. 이윤이 박하기 때문에 이윤을 늘리려고 제공량을 늘리는 구조이다. 적정제공량을 제공할 시스템을 공급자에게 제공하게 되면, 이윤을 현재 3.3%에서 4.5%로 올려줘도 지출되는 돈이 더 적어질 수 있다."라고 언급했다.

OECD 기준으로 의료서비스 제공량을 보면, 우리나라는 의료서비스 가격을 보정하여 평균 대비 1.3배를 더 제공하고 있다. 김 교수는 "의료서비스 과잉 제공으로 의료진은 나가떨어지고, 국민은 질이 낮은 의료 서비스를 받게 돼 결국 죽거나 의료사고를 경험한다. 시범사업 등을 통해 이 같은 구조를 깨고, 의료체계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