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발표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은 2017년부터 5년간 30조 6천억 원을 투자하여 의학적 비급여 3,600여 개 항목을 해소하고, 건강보험 보장률을 70%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같은 보장성 강화라는 큰 줄기를 중심으로, 2018년 보건의료계에는 다사다난이라는 말이 어울릴 만큼 수많은 사건 · 사고가 발생했다. 메디포뉴스는 대리수술 · 응급실 폭행 등 금년 한해 발생한 이슈 중 주요 사건을 모아서 정리했다. [편집자 주]
◆ 이대목동병원 의료진 구속, 분노하는 의료계
지난해 12월 16일 발생한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의 여파가 결국 의료진 구속으로 이어졌다. 4월 4일 서울남부지방법원 이환승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신생아 중환자실 주치의 A교수 · B교수 · 수간호사 C씨 등 3명에 대해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이 과정에서 의료계는 거세게 반발했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최대집 회장은 소아청소년과 교수 2인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희생양을 삼으려는 행태를 즉각 멈출 것을 정부에 요구하며, 서울남부지방법원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대한병원협회를 비롯한 의사단체와 대한간호협회 및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의료노조) 등 시민단체에서도 의료진에게만 책임을 묻는 수사당국의 부당함을 호소하고 구속 영장 철회를 주장했다.
그러나 4월 29일 서울남부지검 환경보건범죄전담부는 신생아 중환자실 A교수 · 수간호사 B씨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신생아 중환자실장인 C교수 등 5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에 대한 금년도 공판은 9월 4일을 시작으로 5차까지 진행됐다. 1 · 2 · 3차 재판에서는 사망 원인으로 지적된 패혈증을 두고 공방이 벌어졌으며, 11월에 열린 4 · 5차 재판에서는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2019년도 공판은 현재 1월 9일 · 15일 · 16일로 예정된 상태다.
◆ 속수무책인 응급실 폭행, 솜방망이 처벌이 재발 부른다

7월 1일 전북 익산 소재 A병원 응급실에서 한 주취자가 당직 근무 중이던 의사를 폭행하고 난동을 부린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사건은 의료진 폭행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는 도화선이 되어 의료진 폭행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그러나 해당 사건이 발생한 지 일주일도 채 안 돼 강원 강릉 소재 B병원에서 조현병 환자가 정신과 전문의에게 망치를 휘둘렀고, 같은 달 경북 구미 소재 C병원에서는 주취자가 철제 트레이로 전공의를 가격하여 전치 3주의 상해를 입혔다. 대한응급의학회 이경원 섭외이사는 "병원 내에서는 단 하루라도 만취한 환자가 소리 지르고, 밀고, 때리지 않는 날이 없다."며, 익산 사건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응급실 폭행범에 대한 가중 처벌을 요구하는 국민 요구도가 높아지면서 자유한국당 박인숙 · 윤종필 의원 등을 시작으로 관련 법안이 수없이 발의되기도 했다.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 · 경찰청은 11월 12일 응급실 폭행범에 대한 형량하한제를 도입하고, 응급실 내 보안인력 배치를 의무화하는 응급실 폭행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동 대책은 △응급실 · 경찰 간 핫라인 구축 △경찰관 현장 엄정 집행 지침 및 응급의료 종사자 대응 지침 마련 △응급실 내 CCTV 등 보안장비 확충 지원 △응급실 이용 정보 제공을 위한 홍보 강화 등의 내용을 포함한다.
◆ 의료 영리화 · 공공화를 둘러싼 우려…녹지국제병원 · 국립공공의대 설립 가시화!
지난해 12월 폐쇄 명령이 내려진 서남대학교를 대신하여 금년 4월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 복지부는 지역사회 내 의료 공백 해소를 위해 국립 공공보건의료대학(이하 공공의대)을 2022년 3월 개교를 목표로 전북 남원 지역에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단순한 인력 증원으로 분포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의료계 반대에도 공공의대 설립은 무탈하게 진행됐다. 9월 21일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원장은 '공공의대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했고, 10월 1일 복지부는 공공보건의료 발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한편, 국내 1호 영리병원으로 불리는 제주 녹지국제병원은 10월 4일 숙의형 공론조사 위원회의 불허 권고로 무산되는 듯하다가 12월 5일 외국인 의료 관광객만을 진료 대상으로 하는 조건부 개설 허가가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지사(이하 원 도지사)에 의해 내려졌다. 해당 병원은 성형외과 · 내과 등 진료 과목을 4개 과로 한정하고, 국민건강보험법 · 의료급여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번 원 도지사의 결정에 대해 의료영리화를 우려하는 각계각층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의료계 · 시민단체는 이번 설립이 의료영리화의 단초로 작용해 건강보험 붕괴를 야기할 것이라며 허가 철회를 외쳤고, 국회에서도 복지부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를 멈추고 불허를 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하여 보건의료노조는 12월 15일 촛불집회를 개최했으며, 내년 1월 3일 제주도청 앞에서는 보건의료노조 집중 집회 투쟁을 열 예정이다.
◆ 외과 수련기간 3년 단축에도 전공의 미달은 여전

11월 15일 복지부는 외과 레지던트 수련기간을 4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는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 시행규칙' 일부개정을 공포하면서, 이를 2019년 신규 외과 레지던트부터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개정으로 외과 수련 과정은 세부 분과 수련이 없어지고, 필수 외과수술 · 입원환자 관리 중심 체계로 개편됐다.
그런데 2019년도 전공의 모집에서 전국 외과 전공의 모집 기관 47개소의 지원율은 약 83%로, 지난해에 이어 정원 미달 현상이 반복됐다. 외과 수련기간 단축이 전공의 미달 현상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셈이다.
반면, △석해균 선장 △귀순 북한군 등 총상 · 외상 치료 분야의 권위자인 이국종 교수가 권역외상센터장으로 근무하는 아주대병원의 경우 정원 3명을 초과한 4명이 외과에 지원하는 등 금년도에 대이변이 일어났다. 아주대병원 외과 지원자는 2년 연속 0에 수렴해 권역외상센터에서 매년 인력 부족을 호소해왔다. 의료계 관계자는 이국종 교수가 외과 인력 부족을 호소하여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규정된 낙태, 색출 수사까지?
낙태죄에 대한 위헌 소송이 진행 중인 8월 17일 복지부는 낙태를 비도덕적 진료행위로 규정한 의료관계 행정처분규칙 일부 개정안을 공포 ·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해당 고시에서 의사가 형법 270조(의사 등의 낙태, 부동의 낙태)를 위반해 여성을 낙태하게 한 경우 면허 자격 정지 1개월에 처한다.
이에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잠재적 범죄자가 되지 않기 위해 복지부 고시가 철회될 때까지 낙태 전면 거부를 선언할 것이라며 성명을 발표했고, 간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여성 · 산부인과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모자보건법 · 형법을 시대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가운데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3천여 명의 여성이 모여 임신 중단 전면 합법화 시위를 열어 낙태죄 폐지를 요구했다. 사회적 반발이 거세지자 복지부는 낙태수술에 대해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올 때까지 행정처분을 유보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경찰이 지난 9월 경남 소재 A산부인과를 방문한 26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낙태 여부를 조사한 사실이 알려지자 큰 파문이 일고 있다. 경찰은 해당 병원이 낙태 수술을 한다는 진정을 접수받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해당 병원을 이용한 여성의 인적사항을 확보했다. 이 같은 사실에 분노한 여성단체는 경남지방경찰청을 찾아가 관계자를 면담하고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