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급대원 인력 증원도 중요하지만, 교육 · 관리도 중요하다."
28일 오후 1시 30분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열린 '중증응급환자 사망을 줄이기 위한 응급의료체계 리폼 토론회'에서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응급의학과 김호중 교수(이하 김 교수)가 이 같이 강조했다.
김 교수는 먼저 응급의료 전달체계 개선 방안 논의 시 환자 사망률이 항상 언급되는 점에 대해 지적했다.
앞서 '응급의료 전달체계 혁신 방안' 주제로 발제한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는 △응급센터 수가 너무 많거나 △진료량이 적거나 △병원 규모가 작은 경우 또는 △중증외상환자를 권역응급외상센터가 아닌 곳으로 이송할 경우 환자 사망률이 증가하는 현상을 언급한 바 있다.
김 교수는 "미국이 말 안 듣는 나라를 컨트롤하기 위한 수단으로 인권을 언급한다. 인권을 건들면 결국 그 자리에 나올 수밖에 없다."며, 이 같은 맥락에서 응급의료체계 개선 논의 시 반드시 사망률만을 따져야 하는지를 반문했다.
번개탄 자살을 시도한 일산화탄소 중독 환자를 치료하는 방안으로 전국 응급센터에 고압산소치료시설을 구축하자는 제안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김 교수는 "언제부터 응급의학과에서 고압산소치료를 했는지? 자살 환자를 줄이려면 부탄가스 · 번개탄 관리부터 해야 한다. 전국 병원에 고압산소치료시설을 마련해서 도대체 어떻게 할 건지?"라고 역설했다.
응급의료체계 개선을 위해 오는 2022년까지 구급대원을 12,273명으로 100% 증원한다는 소방청 계획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요지는 구급대원을 많이 뽑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중증도 분류에 '잠재응급'이라는 이상한 단어가 들어있는데, 구급대원 대다수는 맥박수가 분당 48회인 말도 안 되게 의식이 없는 환자를 잠재응급으로 표시해서 온다. 아는 구급대원을 붙잡고 왜 이렇게 표시했냐고 물어보니 써야 할 서류가 너무 많아서 잠재응급으로 표시한다고 했다. 이를 간부에게 보고했는데 간부가 '걔 잘라야겠네?'라고 말했다. 구급대원이 너무 안쓰러워 죽겠다."라고 언급했다.
인력 증원도 중요하지만 이를 어떻게 관리하고 교육할 건지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현실성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교수는 "미국은 환자 머리 뒤쪽에 구급대원이 앉아 앰부(Ambu-bag, 수동식 인공호흡기)를 짤 수 있기 때문에 안전띠를 안정적으로 맬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환자 오른쪽에 구급대원이 앉게 돼 있어 안전띠를 매기가 어렵다."며, "중앙응급의료센터 · 중앙소방학교 등에서 강연하는 도중 구급대원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안전띠를 맬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비율이 48%나 됐다. 구급대원이 중증환자를 이송하면서 안전띠를 맬 생각을 못 했다는 게 충격적이다."라고 말했다.
금년 7월 2일 광주광역시 운암동 교차로에서 119구급차가 승합차와 충돌하여 전복된 사건과 관련하여, 구급대원 2명 · 환자가 튕겨 나온 상황에서 구급대원이 엉금엉금 기어가 환자를 병원으로 옮기는 장면이 블랙박스 영상으로 온라인에 공개됐고, 네티즌들은 해당 구급대원을 칭찬 · 격려하며 훈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를 김 교수는 중증환자 이송 체계에서 개선해야 할 심각한 내용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전문과 진료지도에 대해 김 교수는 "조만간 구급차에 CT가 도입될 것 같다. 즉, 구급대원이 CT를 찍어 신경과 환자로 판명되면 신경과 전문의가 정리(arrange)하겠다는 거다. 이는 한 번쯤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 응급의학은 아직도 발전 중이며, 진료지도에 있어 굉장히 많은 시행착오를 겪는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좀 있으면 지리산에 권역센터 만드는 게 아니냐'고 얘기한다. 우리가 놓치지 말고 고민할 것이 너무 많다. 급성심근경색 환자 대다수는 체한 증상 하나 때문에 구급차를 부를 시간을 못 벌고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며, "응급의학과를 믿어주고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좀 더 신바람 나게 근무할 환경을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