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수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심각한 문제 중 하나는 '임신'이다. 임신 전공의는 근로기준법 제74조(임산부의 보호)에 의거해 시간 외 근로를 명령받을 수 없으나 수련 · 진료 공백으로 사실상 추가 근무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그러나 전공의가 충분한 진료 역량을 키워 전문의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정해진 수련 기간 · 수련 시간을 준수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에 전문가는 수련 공백을 최대한 줄이는 방향에서 임신 후 12주 이내 혹은 임신 후 36주 이상의 고위험 시기에만 수련을 제한하는 전공의법 개정안을 제안했다.
25일 오후 2시 30분 서울드래곤시티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제2차 대한수련병원협의회 정기총회 및 심포지엄에서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김재중 교수(서울아산병원 교육부원장, 이하 김 교수)가 '임신전공의의 적정수련' 주제로 발제했다.
근로기준법 제74조(임산부의 보호)에 따르면, 사용자는 임신 중인 여성 근로자에게 시간 외 근로를 강제해서는 안 되며, 근로자가 임신 후 12주 이내 또는 36주 이상의 고위험 시기인 경우 하루 2시간의 근로시간 단축을 허용해야 한다.
전공의법 제7조(수련시간 등) · 제8조(임산부의 보호)에서는 전공의가 1주일 80시간을 초과 수련해서는 안 되고, 여성 전공의에 대한 출산 전후 휴가 및 유산 · 사산 휴가는 근로기준법 제74조를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임신 전공의의 근로시간에 대해 주당 80시간의 전공의법이 아닌 주당 40시간의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유권해석을 냈다. 즉, 일반근로자와 동일하게 주 40시간이 전공의의 정상 근로시간으로, 나머지 40시간은 연장 근로에 해당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40시간이 정상 근로시간이면 나머지 40시간은 연장근로에 해당한다. 이는 연장 근로가 가능하지 않다는 근로기준법에 저촉된다."고 했다.
임신 전공의는 근로자이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에 의거해 당직 · 휴일 및 연장 근무가 어려우며, 본인 의사에 따라 근무 환경을 변경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수련 · 진료 공백은 예외 없이 발생하게 된다.
반면, 전공의는 피교육자 신분으로, 전문의 역량을 갖추기 위한 수련 과정을 필수적으로 거쳐야 한다.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 제5조(수련기간)에서는 여성 전공의가 수련기간 중 출산한 경우 수련기간에서 3개월이 제외되는데,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 시행규칙 제4조(수련기간의 변경)에서는 휴가 · 휴직 등 부득이한 사유로 1개월 이상 수련받지 못한 경우 추가수련을 받도록 한다.
수련과정은 각 학회에 위임된 상태로, 현재는 학회별 수련 프로그램에 따라 수련 과정을 거친 전공의만이 전문의가 될 수 있다. 수련 공백이 발생하면 추가수련을 해야 하며, 추가 수련기간이 3개월을 넘어가면 그해 전문의 시험을 볼 수 없다.
김 교수는 "미국에서는 수련 공백으로 인한 추가 수련을 Makeup Time이라고 한다. 이는 추가가 아닌 보충이다. 추가는 자칫하면 했는데 더 한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건 안 했기 때문에 메꾸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근로기준법상 임신한 인턴의 수련시간은 주 80시간을 기준으로 연 2주 휴가를 적용하면 최대 47.4%까지 감소하는데, 임신하지 않은 인턴과 비교하면 무려 62.5%까지 감소한다.

일각에서는 추가수련이 필요 없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법령에 규정된 수련기간의 개월 수만 채우면 되고 △수련프로그램이 정량적으로 돼 있기 때문에 해당 숫자만 채우면 문제가 없으며 △역량 중심 프로그램으로 개선하여 역량이 부족한 경우만 추가수련을 하면 된다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전문의 역량은 진료 과정에서 경험하는 질환 · 환자 및 경험 시간을 통해 얻을 수 있다."며, "결국 역량은 환자를 진료하며 얻어지기 때문에 수련 과정에서 환자를 보는 시간에 의해 결정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경우 허용되는 수련공백이 모든 전공의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며, 허용된 범위를 넘어서면 모든 전공의는 예외 없이 추가로 수련해야 한다. 영국에서 전공의 수련은 매년 승급 심사가 있고, 심사 시 수련 기간을 채우지 못하면 해당 기간만큼 반드시 추가수련을 해야 승급된다. 캐나다 · 유럽에서도 법으로 정해진 기간만큼 휴가를 사용하며, 사용 기간만큼 추가수련을 해야 한다.
김 교수는 "전공의는 의사 신분이기 때문에 진료 공백 시 의료 인력으로 대체해야 한다. 공백을 메꾸는 인력에는 의사 · 비의사 인력이 있다. 미국은 5만 명 이상의 입원전담전문의 · 10만 명 이상의 비의사 의료인력을 가지고 있다. 영국에서는 의대 정원을 60% 늘렸고, 수련기간 중 단계별 선발 과정에서 탈락한 인원으로 공백을 대체한다."며, "우리나라는 의료인력 지원이 안 되고 있다. 그나마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로 인해 약간의 희망이 있다. 그러나 입원전담전문의는 말 그대로 전문의여서 전공의의 갭을 전부 메꿀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주 80시간의 수련시간은 40시간의 근로시간에 연장근로를 더한 시간이기 때문에 아무런 대책이 없다. 그러나 만일 근로기준법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상위법인 전공의법에 새 규정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전공의법 제8조(임산부의 보호) 제2항에 임신 후 12주 이내 혹은 임신 후 36주 이상의 고위험 시기에만 수련을 제한하는 세 가지 개정안을 제안했다.
△첫 번째 개정안은 '수련병원장은 임신한 여성 전공의에게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의 시간과 토요일 · 공휴일에 수련을 명할 수 없다. 단, 임신 후 12주 이내에 있거나 임신 후 36주 이상에 해당하는 임신 여성 전공의에게는 4주 평균 주 40시간 이상의 수련을 명할 수 없다' △두 번째 개정안은 '수련병원장은 임신한 여성 전공의에게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의 시간에 수련을 명할 수 없다. 단, 임신 후 12주 이내에 있거나 임신 후 36주 이상에 해당하는 임신 여성 전공의에게는 4주 평균 주 40시간 이상의 수련을 명할 수 없다' △세 번째 개정안은 '수련병원장은 임신 후 12주 이내에 있거나 임신 후 36주 이상에 해당하는 임신 여성 전공의에게는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의 시간에 수련을 명할 수 없고, 4주 평균 주 40시간 이상의 수련을 명할 수 없다'이다.
이 중 김 교수는 두 번째 개정안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세 번째 개정안은 고위험 시기를 제외하고 모두 정상근무를 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모성보호법 취지와 계속 부딪힌다. 두 번째 규정을 적용하면 휴일에 수련을 어느 정도 지속할 수 있고, 수련 공백도 많이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의료 전문주의(Medical Professionalism)는 환자의 이익을 내 이익 위에 두는 개념이다. 나는 이 개념을 전공의들에게 항상 얘기하고 있다. 전공의들도 수련 과정에서 이를 반드시 지켜달라."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