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일 마련된 토론회에서는 보건의료 공급체계를 통합보건전달체계로 전환하여 보건의료 분야 내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부분 공감했다. 그러나 기득권 간 이해관계 조정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어 기존 인력 · 직종의 설득 없이는 공급체계 혁신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의실에서 '보건의료 공급체계 혁신과 일자리 창출 방안 모색' 토론회가 개최됐다.
이날 '보건의료 공급체계 혁신과 인력정책' 주제로 발제에 나선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김태현 교수는 급변하는 소비자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한 의료서비스 제공자의 노력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보건의료 분야에서 소비자니즈는 현장에서 구분하여 판단 내리기 어려우며, 상당한 갭이 발생한다."며, "보건의료 공급체계 혁신에 있어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정보다. 시중에는 정보가 충분히 존재하지만, 정작 알기 쉽게 제공되는 필요한 정보는 얻기 힘들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제공하는 병원평가 정보의 경우 누가 잘하는지만 공개하고 있다. '양호'라는 평가 등급은 소비자니즈에 부응하는 결과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최근 보건의료 관계자의 이목을 끄는 '환자 중심'은 환자가 아닌 의사가 환자를 방문하는 의동설을 비롯하여 △다학제적 접근 △패스트 트랙(fast track) △원스톱(one stop) 진료 △개인 맞춤형 △통합 치료(integrated care) 등의 키워드가 존재한다.
질병 예방 · 관리 및 돌봄의 패러다임 변화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커뮤니티 케어로 요약할 수 있다. 이에 △탈시설화 △일차의료기관에 대한 신뢰 △돌봄 수요에 알맞은 장기요양기관 공급 확대 △만성질환 예방 · 관리 △건강관리서비스 도입 등이 주요 과제로 제시되고 있다.
김 교수는 "소비자 중심의 니즈를 이해하고, 이를 충족할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정확한 정보의 제공 · 활용도 중요하다."며, "이 외에도 규제 개선과 관련한 많은 논의를 진행하고, 제공되는 의료서비스의 효과성을 검증해야 한다. 일차의료 강화 · 커뮤니티케어 모두 중요하지만, 시행에 필요한 인력 · 자원이 충분히 확보돼야 하는 것이 선결 과제다."라고 강조했다.

인제대학교 보건대학원 이기효 교수는 '보건의료 공급체계 혁신과 인력정책' 발제에서 건강보험에만 매몰돼 있는 보건정책을 지적하고, 공급체계 혁신을 위한 정치권 · 소비자의 역할을 강조했다.
우리나라 보건의료 공급체계는 의원 · 병원 · 종합병원 · 요양병원에 의한 단편적인 서비스, 단기 · 급성 치료병상의 공급 과잉, 치료 편중, 기능 중복으로 인한 낭비 및 분절화, 미비한 전문인력 분화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이 교수는 이 같은 공급체계가 통합보건전달체계(Integrated Health Care Delivery System)로 전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합보건전달체계는 치유(Cure)와 치료(Care)를 망라하는 포괄적인 보건서비스의 연결 · 조정 · 협력을 창출하기 위해 고안된 체계로, 다학제 팀으로 구성된 공급자가 인구 집단 · 개인의 다면적 니즈에 적합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게끔 설계됐다. 또, 소비자의 효율성 · 효과성을 충족하는 최선의 결과를 보장한다.
이 교수는 통합보건전달체계 구축을 통한 공급체계 혁신으로 의사 · 간호사 등 기존 직종 인력의 고용을 촉진하고 신규 보건의료 직종을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비 지출의 확대가 사회적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신규 일자리가 지출 확대에 비례하여 보다 확대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 이 교수는 △현존 전문직종에 대한 설득 · 협력 △국가 차원의 중장기 보건의료 인력개발 기본계획 수립 △보건의료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씽크탱크 · 컨트롤타워 마련 △해당 직업의 상세 직무 분석 및 해당 직업이 활성화된 국가의 법 · 제도 · 교육 · 자격 등의 면밀한 검토 △우리나라 현실 · 국민 요구 · 직무 분석에 근거한 직종 개발 및 자격 신설 · 규제 완화 △직종별 역량표준 개발 및 지속적 역량 성취가 가능한 교육 · 훈련 방안 개발 등을 제안했다.
이 교수는 "현 공급체계는 이미 기존의 이해관계 · 기득권 체계가 공고한 상태다. 힘을 가진 이해관계자는 기득권이기 때문에 공급체계를 바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며, "대대적으로 근본적인 혁신 및 연구가 필요하다. 고령화 속도를 감안하면 지금부터 해도 늦는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걸려 있기 때문에 정치권 · 소비자가 혁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에는 △보건의료산업학회 조덕영 전략기획부회장 △C&I소비자연구소 조윤미 대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영석 선임연구위원 △고려대 보건정책관리학부 정혜주 교수 △보건복지부 곽순헌 의료자원정책과장이 참석했다.

보건의료산업학회 조덕영 전략기획부회장은 신기술에 대한 의료수가 반영 및 의료공급시스템에 대한 반영, 의료보험 재원의 효율적 사용 · 지원 등을 통한 일자리 창출 방안을 제안했다.
조 부회장은 "디지털 헬스 · 정밀의료 · CDSS(임상의사결정지원시스템) 등의 기술을 의료 환경에 도입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우리나라 상황에 비춰볼 때 이에 대한 의료수가 반영 및 법 · 제도적 정비가 선결된다면 의료를 비롯한 의료산업 분야 일자리 창출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다."면서, "디지털헬스 · 정밀의료 등 의료기술을 통한 의료서비스 제공에 대해 법 · 제도 · 재정 지원, 불균형한 의료공급체계 개편을 통한 의료 재정의 효율적 사용, 공공지출 부문의 재원에 대한 추가적 확보 등이 일자리 창출의 출발점이다."라고 말했다.

C&I소비자연구소 조윤미 대표는 의료서비스 질적 성장 측면의 보건의료 직종 · 직능의 다양화를 긍정했다.
조 대표는 "소비자가 요구하는 새로운 서비스 창출 · IT 기술 활용이 논의될 때마다 기존 인력 · 직종 간 이해다툼이 있다. 보건의료영역의 직능 · 직종 개발 및 민간 부문의 일자리 창출은 자기 직종의 이익만을 고집하는 기득권의 생각 전환 없이는 어렵다. 직능을 다양화하면 이와 연결한 의료인 고유 서비스가 발달하고, 새로운 수요층도 형성돼 급성기 의료기관도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며, "턱없이 부족한 의사 · 간호사 인력을 충족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인력을 개발 · 공식화하고, 자기 업무 범위 내에서 정당하고 합법적인 직종으로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신영석 선임연구위원은 GDP 대비 의료비 지출과 일자리 수가 비례하는 점에 착안하여 자분 배분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제안했다.
신 위원은 "우리나라 의사 수는 OECD 평균의 3분의 2에 불과한데 국민의 의료 이용량은 2배가 넘는다. 의사 1인당 매출액은 OECD 평균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이러한 차원에서 보건의료 공급체계 혁신이 필요하다."며, "전체 재정 중 어느 정도를 의료비에 할애할 수 있는지 고민할 상황이다. 2017년 기준 국민의 의료비 부담률은 27%에 근접한다. OECD 평균은 34%다. OECD 평균보다는 아직 낮으나 어디까지 국민이 부담할 수 있을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자 중심의 통합의료체계와 관련해서는 "디지털 헬스케어 등 신기술을 접목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정보 교류가 필요하지만, 현재는 개인정보보호법 등의 규제에 묶여 있다. 외국에서는 공공성에 부합하는 경우 일부 허용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 환자 비밀 보호 상태에서 공급자 간 정보 공유가 통합과 맞물리면 비용 절감 · 의료 질 담보와 더불어 일자리 확보도 가능해질 것이다."라고 했다.

고려대 보건정책관리학부 정혜주 교수는 정신보건 인력 · 재활 관련 인력 · 보건교육사 등 다양한 인력을 활용하여 맞춤형 가정방문 케어를 수행할 것을 주문했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직종들의 전문성 제고만으로도 훨씬 다양한 보건의료 생태계를 형성할 수 있다. 신규 직종 도입에서는 질 낮은 일자리가 되지 않도록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우리나라 의료 관련 서비스 직종은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으나 차이는 크지 않다. 더 많은 해외사례와의 비교로 적절한 인력 양성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또, 지역사회에서 원하며 지역사회에서 활동할 보건의료 인력은 현 상황과 비교할 때 매우 다양하다. 커뮤니티케어에서 소외돼 일하는 남성 · 여성 · 어린이에 대한 케어를 통해 케어 대상을 개인이 아닌 가정이라는 공동체, 더 나아가 지역사회라는 공동체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보건복지부 곽순헌 의료자원정책과장은 앞선 발제 내용에 전적으로 동의하면서도 이미 형성된 기득권 간 이해 조정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곽 과장은 "의료자원정책과에서는 아급성과 관련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요양병원 기능 분화 및 재활병원에 대한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기득권 간 이해 조정이 쉽지 않아 사업이 빠르게 진행되지 않는다."며, "간호인력과 관련해서는 최근 보건복지부 내 간호정책 TF가 신설됐기 때문에 널싱홈 등 간호 관련 영역에서 정책 개발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활성화가 안 돼 있었던 가정간호도 커뮤니티 케어의 조명을 받으면서 개선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사 · 간호사 인력 확대와 관련해서는 "간호사 면허 절반가량은 장롱면허처럼 보이나 일부는 방문간호 관련하여 병원이 아닌 다른 곳에서 근무하고 있다. 실질적으로는 장롱면허 숫자가 많지 않다. 간호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간호사 처우개선과 관련하여 간호사 증원이 필요하다."며, "의사 인력은 공공의전원 신설 및 의 · 한 일원화 방향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올해 새롭게 의료 인력 수급 추계가 들어가면서 구성된 수급추계TF에서 의료계를 참여시켜서 접점을 모색하여 의사인력 방향을 함께 고민하고자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