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 간호사로 대표되는 보건 · 의료 인력을 전반적으로 늘려야 한다. 증가하는 의료비 이상으로 늘려야만 사회적 효율성이 담보된다."
22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의실에서 열린 '보건의료 공급체계 혁신과 일자리 창출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인제대학교 보건대학원 이기효 교수가 '보건의료 공급체계 혁신과 인력정책' 주제 발제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이날 이 교수는 건강보험에만 매몰된 우리나라 보건 · 의료 정책을 비판하며, 기득권으로 공고한 현 공급체계를 소비자 니즈에 적합하고 비용 효과적인 통합보건전달체계로 조속히 전환할 것을 주문했다.
이 교수는 "건강보험 정책은 여러 사람의 노력으로 좋아지지만, 공급체계는 1960년대 시스템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기존 이해관계 · 기득권이 이미 공고하기 때문이다. 힘을 가진 이해관계자는 이미 기득권이기 때문에 공급체계 개선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며, "고령화가 심화하고 문재인 케어가 추진되면서 건강에 대한 소비자 지출 비중은 점점 커지게 된다. 이 가운데 국민 의료비가 폭증할 것은 명백하다. 국민 의료비는 공급체계에서 사용되기 때문에 비용 효과적 · 효율적인 체계로 개선되지 않을 경우 어려운 상황은 닥치게 된다."고 우려했다.
현 공급체계는 △의원 · 병원 · 종합병원 · 요양병원에 의한 단편적 서비스 제공 △단기 · 급성기 치료병상 공급 과잉 △치료 편중 △기능 중복으로 인한 낭비 및 분절화 △미비한 전문인력 분화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할 방안으로 이 교수는 통합보건전달체계(Integrated Health Care Delivery System)로의 전환을 제안했다.
이 교수는 "사람의 의료 요구는 급성기부터 만성 · 재활진료까지 의료 연속선상에 놓여 있다. 이 연속선상에 따라 환자는 적합한 의료기관에서 적합한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아야 한다. 비용효과적인 서비스 제공이 가장 중요하다. 의료시스템은 국민 니즈에 적합해야 하며, 공급자가 요소마다 갖춰져야만 비용효과적 시스템을 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보건 · 의료 공급체계에는 외래진료기관, 간호 시설(Nursing Facility), 가정보건기관(Home Health Care Agency) 등이 부재해 있으며, 지역사회 중심 서비스 · 노인요양시설 · 생활지원시설 · 주거시설 · 성인 데이 케어 센터(Adult Day Care Center)도 미비하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는 의료기관 또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조직이 의료법에 규정돼 있다. 공급자가 창의적으로 서비스를 개발하려 해도 의료법에 규정돼 있지 않으면 누구든 만들 수 없다. 이는 시장에서 저절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정부가 정책적으로 판을 마련해주지 않는 이상 결코 실현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신규 공급자로 △외래진료기관 △아급성 진료기관 △간호 시설 △가정보건기관을 제안했다. 외래진료기관의 경우 기존 외래 일차 진료를 담당한 의원이 단독 개업에서 탈피하여 외래진료기관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급성 진료서비스 확충은 독립기관보다는 급성 병원의 병상 일부를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간호시설은 급성기 치료를 마친 환자 대상으로 간호 서비스를 제공하며, 노인병원의 급성 진료서비스와 장기요양시설 서비스 중간 정도에 위치하게 된다.
이 교수는 "대대적 · 근본적인 혁신과 연구가 필요하다. 지금부터 해도 사실 굉장히 늦다. 고령화 속도를 감안할 때 지금부터 무언가 시도해도 5~10년이 걸린다. 이 문제는 사실 굉장히 다양한 이해공급자의 이해관계에 걸려있기 때문에 그냥 내버려 두면 절대 되지 않는다. 정치권과 소비자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선진국에서는 전체 고용 인구의 10%가 보건 · 의료 분야 일자리에서 종사하며, 우리나라는 약 4%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 교수는 "전체 고용인구의 6% 정도를 더 늘릴 수 있는 분야가 바로 보건 · 의료 분야다. 의료비가 증가하면 늘어난 만큼 더 많은 수의 인력이 보건의료 분야 직업을 갖게 해야 한다. 삶의 질이나 소득 주도 성장을 위해서라도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 그것이 사회적 · 경제적 효율성을 보장하는 길이다. 이를 위해 기존 직종 인력의 고용 촉진과 신규 직종 인력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선진국은 고령화 추세에 맞춰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5~10% 수준으로 늘리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2000년대 초반 의과대학 입학정원 동결 이후로 별다른 증감이 없는 상태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는 객관적으로 볼 때 의사 수가 적다. 의사 수 증원은 정치권 · 소비자가 강력하게 요구하지 않으면 어렵다. 이 문제도 연구 및 실행 의지가 필요하다. 선진국 중 의사가 적은 편인 영국도 우리나라보다는 많다. 그런데도 최근 의과대학 정원을 늘렸고, 당장 의사가 부족하여 외국 의사를 2천 명 정도 수입하겠다는 계획이다."라면서 "의사 · 간호사로 대표되는 보건 · 의료 인력을 전반적으로 늘려야 한다. 증가하는 의료비 이상으로 늘려야만 사회적 효율성이 담보된다. 전문 직종도 필요하다. 한국은 10여 개 직종에 불과한데 선진국은 70개가 넘는다. 일부는 너무 세분돼 있어 해당 직종이 실제 필요한지 우리가 연구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건의료 전문 직종 창출을 위한 체계적인 접근을 주문했다.
이 교수는 "지방대학에서는 보건의료계열 학과가 거의 탑이다. 의대 · 간호대뿐만 아니라 인문 · 사회계열에서도 보건행정 쪽에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이 몰린다. 그러한 과를 하나 더 늘리면 청년 취업도 해결할 수 있다."며, "그러나 기존 직종들은 대체로 반대한다. 의사 · 간호사는 새로운 직종이 생긴다는 것에 대해 찬성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설득하고 협력을 구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이 외 △국가 차원의 중장기 보건의료 인력개발 기본계획 수립 △보건의료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싱크탱크 · 컨트롤 타워 마련 △우리나라 현실 · 국민 요구 · 직무 분석에 근거한 직종 개발 및 자격 신설, 규제 완화 등을 제안했다.
이 교수는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의대뿐만 아니라 타과 대학의 교육시스템을 만들면 5~10년 후에 인력이 배출된다. 국가적으로 큰 곤란이 닥쳤을 때 하면 이미 늦다. 지금 시기를 놓치면 굉장히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지금이라도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하며, 하다못해 실태조사 · 연구라도 하고, 무엇이 필요한지 식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