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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정신질환자 치료는 입원이 유일? '탈원화' 루트는 많다

"치료의 연속성은 모든 정신건강정책의 기본 원칙"

故 임세원 교수의 비극적인 사건을 계기로, '마음이 아픈 사람이 편견 · 차별 없이 쉽게 치료 · 지원받는 사회를 만들자'는 고인의 유지를 실현하기 위한 탈원화의 움직임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 가운데 당사자들은 정신질환자가 치료를 기피하는 이유를 조사 · 분석하여 지역사회 돌봄 체계를 우선으로 구축할 것을 주문해왔다. 이 같은 요구가 적극 반영된 금일 토론회에서는 탈시설화를 통해 당사자의 '치료 연속성'을 지역사회에서 보장하기 위한 제도 · 거버넌스 개혁에 초점이 맞춰졌다. 

28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애리조나 주립대학 사회복지학과 오현성 교수가 '지역사회 복귀를 위한 정신건강서비스 무엇이 필요한가' 주제로 발제했다.



탈원화는 정신병원에서 살고 싶지 않은 당사자의 의지가 반영돼 등장한 탈시설화의 개념이다.

오 교수는 "과학 지식이 없었던 농경사회 때는 환각 · 환청을 겪는 이가 영적 리더 역할을 했으나 산업화 ·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정신질환자 수용 시설이 등장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60년대 도시화가 이뤄지면서 가족이 떠맡은 환자를 대신 케어하겠다는 민간사업자가 나타났으며, 이로 인한 인권 침해 · 학대가 발생했다."며 시설이 등장한 배경을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1963년 케네디 대통령 임기 당시 탈원화가 시작됐으며, 의료급여 수가 지급이 중단되면서 관련 시설이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비자의입원 비율은 감소한 반면, 자의입원은 증가 추세를 보인다.

오 교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의 입원 · 외래 요양급여 자료를 분석하며, 부족한 탈원화 의지를 지적했다. 공단 자료에 따르면, 치매를 제외하고 1인당 입원료로 2백만 원을 더 사용하는 반면, 외래 비용은 고작 5만 원을 더 쓰는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탈원화의 필요조건은 치료의 연속성(Continuity of Care)이다. 치료의 연속성은 다양한 서비스의 일관된 연계 과정으로 보장된다. 오 교수는 "치료의 연속성은 지속적으로 치료받는 개념이 아니다."라면서, "환자가 입원하여 지역사회로 나올 때 지역사회에서 어떤 서비스를 받을지에 대한 입 · 퇴원 계획이 존재해야 하며, 환자 개개인에게 알맞은 서비스를 최적화하여 제공할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1월 31일 발표한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 거주 · 치료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환자 대부분은 급성기 증상 발생 시 정신병원 · 종합병원 정신과에서 보호자에 의해 강제입원을 당하며, 퇴원하고 싶어도 가족에 의해 원하지 않는 입원을 지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퇴원 전에 계획을 적극적으로 수립한 사례는 극히 희박하며, 환자 대다수는 정신건강복지법 개정 사실을 모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사회 정신건강서비스 평가와 관련해서는 성공적인 복약관리가 지역사회 거주의 필요조건으로 제시됐다. 

아울러 중증 정신질환자와 의사 간의 파트너십이 미약한 경우가 다수 보고됐다. 일부 환자는 수년간 환자 · 의사 관계를 유지하면서 사회적 지지 · 의료서비스를 받았으나 약에 대한 자세한 설명뿐만 아니라 약에 대한 부작용 · 약의 효과성을 적절히 고지받지 못했다.

오 교수는 "많은 환자가 약에 대한 설명을 의사에게 듣지 못하며, 다른 환우에게 약의 부작용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 조사에서는 의사의 권위적 태도도 지적됐다. 복약관리를 위한 외래명령치료제 · 비자의입원 도입보다는 의사 행동이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치료의 연속성이 우리나라에 부재한 이유는 입원치료가 유일한 치료이며, 사회적 편견과 정신건강에 대한 지식 부족 때문이라고 했다.

오 교수는 "급성기 증상이 발생하면 신속한 입원이 정책 목표가 돼 버리며, 급성 질환 · 전염 위험이 없어도 대중이 원하는 안전한 감정을 위해 사회적 입원이 계속 강화되고 있다. 정신병원에서 퇴원 준비는 없으며, 지역사회에는 급성기 증상 때 의지할 서비스가 전무하다. 1년 단위로 갱신되는 예산에 의지하는 정신재활서비스 생태계는 이미 붕괴됐다."고 지적했다. 

미국 애리조나에서는 중증 정신질환자 대상으로 1개의 조직이 엄격한 심사를 진행하며, 심사를 통과할 경우 의료급여 등으로 각종 정신건강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애리조나의 1인당 의료급여 정신보건예산 지출 금액은 약 27만 원으로, 우리나라는 9만 7천 원에 불과한 수준이다. 

오 교수는 "급성기 증상 서비스 시스템이 중요하다. 많은 환자는 급성기 증상이 언제 발현될지 두려워한다. 애리조나에서는 이 잠재적인 공포를 지원하는 시스템에만 2017년 기준 180억 원을 사용했다."고 언급했다. 

치료는 병원 · 지역사회 거주는 복지라는 이분법적 인식이 치료의 연속성을 파괴하고 재원 조달 방식의 차별을 조장한다. 정신의료기관은 서비스 양에 비례해 매출이 발생하는 건강보험 · 의료급여가 주 수입원이며, 정신재활시설은 1년마다 선출직 공무원 심사를 받아야 하는 정부예산으로 유지된다. 치료의 연속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정신의료기관 · 정신재활시설에 차별적으로 적용되는 각종 제도의 개혁이 필요하다.

오 교수는 "교사 · 경찰관 등 비정신보건인력이 가진 정신건강에 대한 인식 개선과 지역사회 정신보건서비스 접근성 향상이 정책 목표가 돼야 한다. 교화시설 · 사법체계의 정신보건 진단 능력을 강화하고, 입원을 억제하는 지역사회 중심의 급성기 증상 완화에 초점을 두고 치료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입 · 퇴원에 대한 환자 자기결정권 및 병원과 지역사회 간 정보 교류도 강화해야 한다. 지역사회 재통합을 촉진하는 방식으로 보험급여체계를 전환하고, 경제적 안정 및 주거 확보를 권리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보장제도 운영 과정이 바뀌지 않으면 정신보건 서비스 질은 절대 변화할 수 없다고 했다. 

오 교수는 "실증연구에서 효과가 검증된 다양한 당사자 중심 접근이 도입돼야 한다. 당사자 중심 접근은 중증 정신질환을 진단받고 회복에 성공한 동료지원가 등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동료지원가는 정신보건 전문가가 경험하지 못한 낙인의 느낌을 알고 있다. 또, 약제 부작용은 먹어본 사람과 먹어보지 못한 사람의 얘기가 다르다. 중증 정신질환이 미치는 삶의 다양한 영역에 대한 이해도 정신보건 전문가가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끝으로 오 교수는 당사자가 주인으로서 정책 거버넌스에 필수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환자 · 가족을 비롯하여 의사가 아닌 전문가는 정책 결정에서 들러리로 전락해 있다. 오 교수는 핵심 의사결정 조직에 당사자 목소리가 반영돼야 하며, 당사자 조직이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에서 보건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 신하늘 사무관은 △정신질환자 절차보조 시범사업 △정신장애인 가족지원 및 동료지원가 양성 사업 △정신응급대응체계 개선방안 마련 △병원 기반 사례관리 시범사업 등을 언급했다. 

신 사무관은 "작년 말부터 서울 · 부산 · 경기 대상으로 절차보조시범사업을 신규로 진행 중이다. 동 사업으로 정신질환자의 치료 · 지역사회 복귀 과정에서 환자를 둘러싼 여러 환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입원 환자에 대한 각종 권리구제 · 절차와 관련 정보를 안내하며, 정서적 지지 기능을 하도록 했다. 아직 시범 단계이지만 회복 과정을 겪은 동료인 정신질환 당사자 단체가 참여해 공감대 형성 · 치료 도움 등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신장애인 동료지원가 양성 및 가족 지원 사업의 경우 사업 계획이 검토되는 대로 금년 안에 예산 확보가 추진될 예정이다.

신 사무관은 "보건복지부에서는 지난 1월에 정신응급대응체계 개선방안을 마련하여 지방자치단체에 배포했다. 개선방안은 △정신응급통합정보시스템 구축 △지역별 정신병원 당직체계 구축 △경찰 · 소방 등 유관기관 협력을 포함한다. 정신질환에 의한 급성기 질환 발현 · 자살시도자 등 응급상황을 조기 개입하여 빠른치료로 연계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며, "정신의료기관 입원 환자가 퇴원 시 치료가 중단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점을 중요하게 생각하여 병원 기반 사례관리 시범사업도 올해 중에 추진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