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광역시의 한방 치매 예방 · 관리 사업에 대한 효과성 · 안전성이 매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억 단위의 세금과 건강보험료를 지원하고도 치매 예방뿐만 아니라 인지기능 개선 · 유지 효과를 전혀 입증하지 못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바른의료연구소(이하 연구소)는 4일 보도자료를 통해 한방 치료의 치매 예방 효과를 입증하기 위해 시민을 실험 대상으로 하여 혈세 낭비 · 건강보험재정 누수를 초래한 한방 치매 예방 · 관리 사업을 즉각 중단할 것을 부산시에 촉구했다.
앞서 연구소는 2016년 · 2017년 한방치매예방관리사업 결과보고서를 분석하여 나타난 한방 치매 치료의 문제점을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다. 이어 부산시가 발표한 2018년 사업결과보고서를 확보해 사업의 실효성을 파악한 연구소는 이전 년도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결과를 도출했다.
연구소는 △대상자 선정 · 통계분석상 오류 △대상자 선정 오류에 따른 위험 △치매 환자 치료 중단을 유도하는 비윤리적 행위 △치매 예방 효과에 대한 분석 · 결과 부재 △검증되지 않는 치료법을 이용한 임상연구 △허가된 면허 외 불법 의료행위 △본인부담금 할인 의료법 위반 소지 등의 문제를 제기했다.
부산시는 경도인지장애 선별도구인 MoCA(몬트리올 인지평가) 점수로 대상자를 선정했으나 점수 기준은 부재해 있다. 또, 기사의 321명과는 달리 최종 확정 대상자를 250명으로 명시했다. 3년 연속 참여자의 MoCA 점수는 22.98점에서 23.98점으로 1점 상승했지만, 보고서의 그래프에는 23.16점에서 24.05점으로 0.89점 상승한 것으로 나온다.
연구소는 "이처럼 들쭉날쭉한 통계자료는 부산시가 발표한 사업 결과를 도저히 신뢰할 수 없게 만든다."며, "3년 연속 참여자의 30개월 간 MoCA 점수변화 추이로 인지기능 개선의 유지를 확인했으나 3년 연속 참여자는 비참여자에 비해 상태가 양호했을 가능성이 높다. 인지기능 개선 유지 효과를 입증하려면 반드시 대조군을 둔 무작위 이중맹검 임상시험을 시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탈락자 수가 지나치게 많으며 탈락한 사유도 부재해 있다고 했다.
연구소는 "치료 효과가 별로 없다고 느낀 대상자일수록 중도에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부산시는 △특별한 이유 없이 2주 이상 치료를 위해 내원하지 않은 경우 △기타 탈락 사유에 해당한다고 인정되는 경우 등 아주 엄격하면서도 자의적인 탈락 기준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성과가 별로 좋지 않은 대상자를 얼마든지 제외하여 인지기능 점수 개선 정도를 부풀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MoCA 기준으로 양성이 나와도 경도인지장애가 아닌 초기 치매일 수 있으며 인지기능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건강한 사람일 수 있다. 연구소는 "부산시는 경도인지장애를 엄밀한 진단기준이 아닌 인지장애 유무를 선별하는 도구에 불과한 MoCA 점수만을 기준으로 판단했다. 따라서 부산시 사업 대상자에 경도인지장애 외 정상인과 초기 치매환자가 혼재됐을 가능성이 아주 크다."고 했다.
연구소는 "경도인지장애 환자를 무조건 알츠하이머병 치매의 전단계로 속단해 치매치료를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면서도 아주 몰지각한 행위"라면서, "정상 노인이 경도인지장애 환자로 낙인 찍혀 장기간 한방치료를 받는 것도 심각한 문제지만 초기 치매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을 기회를 박탈당하는 것은 더욱 끔직한 비윤리적인 행위"라고 했다.
사업 대상자 제외 기준에 '도네페질 · 갈란타민 · 리바스티그민 · 메만틴 성분 등 치매진행억제제 1종 이상을 복용하는 자는 복약 중단 전제로 지원 가능'이라는 항목이 매우 심각한 윤리적 문제를 안고 있다고 했다.
연구소는 "대상자 선정단계에서 경도인지장애가 의심되는 환자라도 치매진행억제제를 복용한다는 것은 이미 치매를 진단받고 약물 복용으로 증상이 일부 호전된 상태일 수 있다."며, "이러한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복약 중단을 유도하는 것은 환자의 질병 진행을 더욱 촉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도인지장애 중 기억성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매년 10~15% 정도가 알츠하이머병 치매로 이행된다. 연구소는 본 사업이 '경도인지장애를 조기 진단 치료하여 치매를 예방'하는 것이 아닌 치매를 방치하는 사업이라고 했다.
연구소는 "경도인지장애 환자 대상으로 치매 예방 효과를 주장하려면, 치매 이행 여부에 대한 의학적 평가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그러나 부산시는 사업에 참여자 중 몇 명이 치매로 진행됐는지를 분석하지 않았다. 또, 이중맹검(double-blinded) 방식이 아니어서 인지기능 평가 시 평가자 편견이 검사 결과에 반영됐을 가능성도 있다."며, "이는 부산시 사업이 치매예방 효과에 대한 결과가 없는 속 빈 강정에 불과함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또한, 인지기능 개선 효과가 없는 약침치료를 계속 반복하여 연구윤리를 위반했다고 했다. 연구소는 "한방치매예방 치료의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았어도 부산시가 건강이 취약한 노인을 대상으로 사업을 지속하는 것은 시민의 건강 보호에는 관심이 없음을 의미한다."고 했다.
아울러 부산시가 의과 의료행위로 분류된 MMSE · MoCA 등의 인지기능 선별검사를 사업에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무먼허 의료행위를 조장한 것이라고 했다.
연구소는 "2018년 사업에서는 진료 시 본인부담금을 대상자가 지불하도록 변경됐다. 그런데 한약 · 침구치료를 시행하면 65세 이상의 경우 5천 원 정도의 본인부담금이 나오는데도 1회 진료시 1,500원 정도만을 수납한다고 한다. 이는 본인부담금 할인을 통한 환자 유인 행위로 볼 수 있다. 이에 더하여 사업 참여 한의원들은 진료비의 공단 부담금도 청구하고 있다."며, "이는 세금도 모자라 건강보험료까지 낭비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