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첫 법안심사가 오는 29일로 예고된 가운데 의료인 및 의료기관의 자격제한, 벌칙 등을 담은 개정안들의 통과 여부가 주목된다.
지난 15일 복지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126건의 법률안을 상정, 29일 소위원회 구성 및 법안소위를 개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중 의료인 및 의료기관 처벌에 대한 내용을 다룬 개정안은 의료법, 건보법, 약사법 등이 있다. 최근 공개된 복지위 법률안 검토보고서는 이에 대한 관련 기관 의견을 확인할 수 있다.
의료법=권칠승 의원은 특정강력범죄경력자를 의료인 결격사유로 추가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이 결격사유로 추가하는 특정강력범죄는 살인·강도·특수강간·인신매매 등이다.
복지부는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직업적 특수성 및 의료인의 사회적 책임을 고려해 특정강력범죄를 범한 의료인을 결격사유로 추가하는 개정안의 입법취지에 공감한다”며 “의료인 행정처분 정보 공표도, 의료인의 강력범죄를 예방하고 국민이 보다 안심하고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려는 법안 취지에 공감한다”고 찬성했다.
반면 의료계는 수용 불가다. 의협은 “헌법상 평등원칙을 과도하게 침해하면서 특정 직업군을 불합리하게 차별하는 과잉규제”라고 지적했고, 병협은 “의료인의 면허취소·징벌적 공표행위가 개인 명예실추 등 과도한 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 측면 등을 고려해 의료정책적 관점에서 허용돼서는 안된다”고 반대했다.
간무협은 “입법취지는 공감하나 세부 처벌기준과 강도를 규정함에 있어 의료행위를 담당하고 있는 직종 등 관련 기관 및 전문가들의 충분한 논의와 검토가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원이 의원의 개정안은 무면허 의료행위 교사범에 대한 벌칙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누구든지 의료인이 아닌 자에게 의료행위를 하게 하거나 의료인에게 면허 사항 외의 의료행위를 하게 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복지부는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비의료인의 의료행위(대리수술 등)를 방지하고자 하는 입법 취지에 공감한다”며 “면허취소의 중함을 고려해 그 사유를 하위법령에 위임하기 보다는 법에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국민건강보험법=이정문 의원은 네트워크병원 등에 대한 요양급여비용 지급을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사무장병원 및 면대약국 뿐만 아니라 의료인이 다른 의료인 또는 의료법인의 면허 또는 명의를 대여해 개설한 의료기관(네트워크병원) 등에 대해서도 요양급여비용의 지급을 보류하고 이미 지급된 부당이득을 환수할 수 있도록 했다.
현 건보법은 사무장병원 및 면대약국과 달리 네트워크병원이나 약국에 대해서는 요양급여비용의 지급 보류 및 부당이득 환수의 명시적 근거를 두지 않다. 때문에 최근 대법원은 네트워크병원에 대한 요양급여비용 환수 처분은 부적법하다고 판결하기도 했다.
복지부와 건보공단은 “1인 1개소를 위반해 개설된 의료기관이나 약국을 요양기관에서 제외하는 법률적 근거를 마련하는데 기본적으로 동의한다”며 “의료법-건보법 간 충돌을 해소하고, 재정누수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며 찬성했다.
의료계 의견은 나뉘었다. 의협·병협은 반대, 치협은 찬성이다.
의협은 “수사 결과만으로 요양급여비용 지급 보류를 확대할 경우 선량한 의료기관의 경영난 및 개인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밝혔으며, 병협은 “환자(피해자)에게 제공된 의료행위와 그에 따른 발생비용이 관련 법령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의 진료비용인 이상 요양기관에서 제외해 해당 요양급여비용을 불인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치협은 “현행법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기관에 대해 의료법의 내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같은 법을 위반한 의료기관에 해당하더라도 개설허가의 취소 또는 폐쇄 전까지는 요양급여비용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는 구조”라며 “양질의 의료서비스 확보 및 효과적인 보험료 사용을 위해서는 개정안과 같이 국민건강보험 차원에서 요양기관 범주를 엄격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찬성했다.
약사법=기동민 의원은 의료기관 개설자가 소유한 의료기관 인접 시설 내 약국 개설을 금지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는 의료기관과 약국 업무를 분리해 담당하도록 한 의약분업제도 목적 달성을 위함이다.
개정안에 대해 약사회는 적극 수용한다는 입장이지만, 관계 부처 및 의료계는 모두 신중검토나 반대 입장을 밝혔다.
약사회는 “의약분업 제도 시행 이후 약국 개설장소에 대한 혼란이 가중된 상태로, 약국이 개설될 수 없는 장소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하위 규정을 통해 약국과 의료기관이 서로 독립적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 취지에 찬성한다”며 “또한, 의료기관의 부지나 시설에 대해 그 소유 뿐만 아니라 임대하는 경우에도 동일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소유의 범위에 임대도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복지부는 “개인의 재산권 행사에 대한 과도한 제한 우려가 있으므로 사회적 합의 도출이 필요하다”고 밝혔고 법무부는 “‘인접’의 의미가 불분명하며, 분할·변경·개수 후 5년이 경과했다는 사정만으로 특수관계자 등을 제외한 대다수의 경우에 약국 개설을 허용한다면 의료기관과 약국 사이의 담합이 늘어나 의약분업 입법목적에 반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제처는 “직업의 자유 및 재산권 행사에 대한 과도한 제한인지 여부, 명확성원칙 준수 여부 및 기타 집행상 어려움 등은 없는지에 대해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냈다.
병협은 “사인 간 자유로운 계약관계까지 제한하게 돼 위법성이 강하며, 선의의 법 위반자 발생, 헌법상 보장된 직업수행의 자유, 재산권 등을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을, 의협은 “사유재산에 대한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하며, ‘인접한 시설’이라는 모호한 기준으로 인해 다양한 법해석을 초래할 우려가 있고, 과도한 행정규제로 환자 등의 편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모두 반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