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구경북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로 톡톡히 활약한 바 있는 생활치료센터가 다시 가동된다.
정부는 19일 태릉선수촌을 생활치료센터로 활용, 서울의료원 의료진이 환자 치료·관리를 책임진다. 가파른 수도권 확산세를 감안해 향후 4~5곳의 치료센터를 추가 개소할 예정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김강립 1총괄조정관은 “기존에 감염병 전담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 가운데 증상이 상당히 진전돼 생활치료센터 전원이 타당하다고 판단되는 환자들을 신속하게 전원하는 조치를 진행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 대구에서 겪었던 어려움을 반복하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며 “환자의 증상에 따라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 병상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서울시와 정부가 운영 중인 3개(남산유스호스텔, 태릉선수촌, 은평소방학교)의 생활치료센터 가동률은 25%(전체 764병상) 수준이다.
한편, 서울시는 김현수 서울대병원장을 공동위원장으로 해 서울지역 15개 병원장이 참여하는 ‘재난의료협의체’를 구성해 민간 의료기관 병상확보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에도 역할 기대해도 되나?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시행된 생활치료센터는 K-방역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이미 해외에서 많은 주목을 끌었으며 그 효과성이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대구 경북지역의 폭발적인 환자 증가로 의료붕괴설까지 돌고, 확진자를 격리치료할 음압병실과 확진자의 동선 등을 조사할 역학조사관도 부족한 상황에서 생활치료센터는 확진자 증가세를 누그러뜨린 일등공신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당시 김신우 대구시 감염병관리지원단장은 “기존 입원 환자와 신규환자, 대기환자의 경증도를 따져 생활치료센터와 병원에 분산시킨 덕분에 병상 가동 능력을 높였다”며 “다수 확진자를 생활치료센터에 격리시켜 폭발적인 확진자 증가세를 잠재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생활치료센터가 중증환자에게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할 수 있는 유용한 방법이 됐다는 분석결과도 있다.
경북대구7(LG디스플레이 구미 기숙사) 생활치료센터 의료진으로 참여한 강원대병원 김충효 교수팀은 생활치료센터를 운영하며 분석한 결과를 국제학술지인 대한의학회지(JKMS)에 게재했다.
김 교수팀은 논문을 통해 “세계 모든 나라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면서 병상을 잠식해 다른 중증 질환자가 입원하지 못하는 심각한 의료자원 문제를 격고 있다”며 “생활치료센터는 병원 건물이 아닌 이미 지역사회에 존재하는 시설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으로서는 가장 효율적이고, 코로나뿐 아니라 다른 전염병이 확산될 때도 적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밝혔다.
서울대병원 조비룡 공공진료센터장도 “생활치료센터가 감염병 확산으로 인한 의료공백을 저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인정한 바 있다.
한편, 대한적십자사 서울특별지사는 18일 태릉선수촌 생활치료센터에 구호품을 지원했다. 이번에 지원한 구호품은 운동복 400벌과 담요 400장으로 구성됐다. 적십자 서울지사는 서울시 생활치료센터 입소자가 증가할 경우 추가 구호품 지급도 고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