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이 추상적이고 불합리한 지원기준과 복잡한 절차 등으로 그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정부도 공감하고 있으며 더 폭넓은 지원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환자권리옴부즈만은 21일 포레스트구구에서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 이용경험 실태조사와 개선방안’을 주제로 ‘제5회 환자권리포럼’을 개최했다.
패널토론자로 참여한 보건복지부 의료보장관리과 공인식 과장은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에 대해 “작년 재난지원금을 재난적 의료비 지원과 헷갈려서 전화하시는 분들도 있었다. 그만큼 코로나19로 경제적 어려움이 있었고 그 때문에 재난적 의료비의 역할이 더 필요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재난적 의료비 지원이) 가게소득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 역할을 한다고 보기 때문에 보다 저소득층의 의료비 지원속도와 지원규모를 빠르고 크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공 과장에 따르면, 작년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은 534억원의 예산이 편성돼 354억원(66%)을 지원했다. 집행률은 2018년 30%대, 2019년 50%대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작년 1만 3400여명의 지원자에게 재난적 의료비가 지원됐고 1인당 지원비는 253만원 정도였다.
공 과장은 지원규모에 대해 “현재의 지원방식은 소득 여부에 따라 영향이 다를 수 있고, 자원 재분배의 효과가 작을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어서 보다 어려운 분들을 더 큰 폭으로 지원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며 “재난적 의료비 지원이 불가피하게 필요할 수밖에 없는 질환에 대해서도 (지원 범위 안에) 포함시키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관련 학계를 향해 “산정특례제도, 본인부담금 상한제제도,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 요양비제도 등 여러 제도가 의료비 지원사업과 어떻게 함께 역할을 해나갈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우리나라 경제발전수준, 소득수준에 따라서 재난적 의료비 지원기준이 과연 적절한가는 다시 큰 틀에서 논의와 기준 재설정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포럼 내내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의 수정과 보완 필요성이 제기됐다.
서울시 환자권리옴부즈만은 재난적 의료비 지원사업 이용 경험이 있는 환자 및 보호자 32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결과, 제도에 대해서 만족하지 않는다 60.0%, 매우 만족하지 않는다 11.6%로 부정적인 응답이 71.6%에 달했다. 불만족의 이유로는 ▲제도 내용이 복잡해 이해하기 어려워서 27.1% ▲정부 기관 직원들이 잘 몰라서 17.0% ▲제출서류 발급과정이 복잡해서 15.3% ▲다른 지원제도와 중복 신청이 안 되어서 12.7% ▲신청 시점으로부터 지원금을 받기까지 오래 걸려서 10.9% 순이었다.
아울러 재난적 의료비 지원신청 관련 건강보험공단 상담만족도에 대해 ‘만족스럽지 않다’고 응답자의 62%가 답했고,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의 사회안전망 역할 수행도 평가에서는 응답자의 66.8%가 ‘적절하게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환자권리옴부즈만 이은영 위원은 “소득기준을 과거의 의료비 지불가능성을 기준으로 지원대상자를 선정할 게 아니라 현재 및 미래 의료비 지불가능성을 판단해 지원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경제적 계층 하락 방지를 위한 사회안전망으로서의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 본연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부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위원은 “건보공단이 먼저 지원대상자 판별방식 단순화를 통해 제출서류의 종류를 줄이고, 의료기관 및 보험회사를 대상으로 정책 설명회를 개최하거나 각 서류에서 요구되는 사항을 정리한 매뉴얼을 제작하고 배포하는 게 필요하다”며 “과도한 비급여 의료비 발생에 따라 ‘메디컬 푸어’로 전락하는 것을 방지하고 사회적 안전망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가 실제적으로 필요한 대상자가 누구인지 확인하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밖에도 그는 ▲지원 상한금액을 현행 3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증액 ▲본인부담 의료비(비급여 등) 지원률 상향(현행 50% 지원에서 환자 소득에 따라 50~90% 차등 지원) ▲재난적 의료비 지원 신청기한 조정(퇴원 후 환자는 최종 진료일 다음 날부터 1년 이내로, 입원기간 내 신청기간은 퇴원일까지 확대) 방안 등을 제시했다.
국립중앙의료원 공공보건의료 교육훈련센터 유원섭 센터장도 “과도한 의료비 지출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국민들에게 의료비 일부를 지원해서 의료이용 접근성을 높인다는 것이 법의 목적인데, 그 목적이 여전히 추상적이기도 하고 현재 제도운영과 관련해 수정과 보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국가 차원에서 정책적 의지를 갖고 재난적 의료비 지원에 필요한 적절한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게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을 보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