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집행부에 대한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실시된 특별감사가 시작 직후부터 갖가지 설과 난관에 부딪치며 순탄치 않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감사단은 의협 대의원운영위원회로부터 감사보를 추천받아 3일부터 11일까지 일정을 확정하고 감사에 돌입했지만 의협 집행부와의 입장차로 이렇다 할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감사단은 상임이사회의 연기요청에도 불구하고 첫날 예정대로 감사에 착수함에 따라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는 듯했으나, 충분한 업무협조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게다가 현재 감사단 중 일부만이 감사에 참여하고 있어 이번 감사에서 의혹을 밝힐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집행부, 소극적인 감사협조
현재 감사단은 장동익 회장이 공무로 자리를 비움에 따라 우선 가장 쟁점이 되고 있는 요정출입 및 전공의협의회 선거 개입 문제 등 전공의관련 사항에 중점을 두기로 하고 장 회장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장 회장이 귀국하는 8일 이후 조사하는 것으로 방침을 정해놓은 상태다.
이에 따라 감사단은 운영위가 제시했던 사안 중 요정출입 건 및 제반 서류검토를 우선적으로 실시할 계획이었으나 집행부로부터 관련자료를 제출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특별감사를 수행중인 한 감사는 “의협 법인카드 사용내역서를 집행부에 요구했으나 안 내놓겠다는 답변만 듣고 있다”며 “집행부가 모든 의혹을 은폐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냐”고 성토했다.
그는 이어 “의협 정관의 감사업무규정 상 감사가 자료를 요구할 경우 피감사자는 거부할 수 없도록 돼 있는데, 집행부의 이 같은 행동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아예 기가 찬다”고 하소연했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감사단이 의협 상임이사회에서 의결된 감사연기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자 의협 집행부가 의도적으로 감사를 지연시키기 위해 감사협조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풍문까지 돌고 있다.
의협 집행부는 지난 주 개최된 상임이사회에서 장동익 회장이 부재중인 점과 담당직원이 휴가인 점 등을 이유로 감사를 장동익 회장이 귀국한 이후에 실시할 것을 감사단에 요청한 바 있다.
감사단, 일부만 감사업무 착수
감사단은 예정대로 감사에 돌입했으나 4일 현재 4명의 감사 중 일부만이 실질적인 감사에 착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일 감사 첫날 2명의 감사를 비롯한 감사보가 감사에 착수함에 따라 각각 사안에 따라 감사들이 개별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여겨졌으나, 실제로는 감사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완섭 수석감사도 감사일정을 확정하는 감사단 및 감사보 예비모임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실제로 감사 4명이 의견이 다 똑같을 수는 없고 다를 수 있다”고 전제하고 “하지만 그렇다고 대외적으로 감사단이 분열되는 것을 보이는 것은 아니며 많은 사람의 뜻에 따라 모든 사안에 대해 감사를 실시하기로 한 것”이라고 말해 감사단 사이에 이견이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이번 특별감사를 수행중인 모 감사는 “감사단이 모두 참여하지는 않고 있다”며 “현재 감사단 내부에서도 사안에 대한 인식이 다른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감사단은 보다 적극적인 조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그는 “감사단이 수사기관이 아니라 다소 한계는 있겠지만 증거자료 확보를 위해 동분서주 하고 있다”고 말하고 “의협 포탈 사이트 서버다운 문제의 경우 인위적인 것이냐를 밝히는 것이 문제인데, 감사단이 이를 증명하기 보다 집행부가 과실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즉, 의료사고에 대한 의사의 ‘무과실 책임 입증’의 경우처럼 이번 감사에 있어서도 의협 집행부에 대해 이 같은 접근방식을 택한다는 방침이다.
장 회장에 대한 감사단 대처 미미
감사단의 일부만 감사에 참여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자 일각에서는 감사단의 대처에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비록 장 회장이 공무로 출타중이기는 하지만 민감성과 비중을 고려할 때 의협의 중차대한 감사인 만큼 장 회장에 대한 문제를 출국이후로 미룰 것이 아니라 당장이라도 귀국조치를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즉, 피감사자의 사정까지 고려해 가며 감사단이 감사일정을 잡는 것은 감사단으로서의 독립적인 권한이라기보다 감사단에 부여된 권한을 적절히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번 장 회장의 미국 출장이 공무수행을 위한 목적이었다면 관련 담당이사를 대동했어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의심의 여지가 있는 만큼 강력한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장동익 회장은 공식적으로 민간보험 관련 업무차 이사진의 동행 없이 미국을 방문하고 있는 것으로 돼 있다.
이에 대해 의료계 한 관계자는 “의협 회장이 공무상 해외로 나가게 되면 관례상 담당 이사를 대동하게 돼 있고 특히 민간보험과 관련된 업무라면 보험담당 이사를 대동하는 것이 이치상 맞지 않겠느냐”며 “하지만 회장 단독으로 움직였다면 의문이 있는 만큼 감사단이 귀국조치를 했어도 무방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감사가 적극적이지 못한 것은 감사자격이 없는 것”이라며 “의협 집행부를 두둔하는 것인지 흠집내기 싫은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감사단의 태도를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이번 감사자체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아예 감사 자체를 거부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제 막 첫발을 디딘 특별감사가 안으로는 집행부의 소극적인 협조와 밖으로는 감사의 공정성에 대한 의심 등 고초를 겪고 있어 힘겨운 감사일정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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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장훈 기자(ppvge@medif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