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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배부른 투정?···의사 기러기아빠 ‘한숨’

지속적인 외로움에 경제적 어려움 겹쳐

최근 KBS ‘인간극장’에서 방송되고 있는 기러기 아빠로 생활 중인 40대 소아과 개원의의 일상을 담은 5부작 다큐멘터리가 논란이 되고 있다.
 
방송은 4년 전 아내와 두 자녀를 미국 보스턴으로 유학을 보낸 후 밀려드는 외로움으로 시작된 무절제한 생활을 다잡고, 자상한 의사이자 만능 스포츠맨, 수준급의 살림 실력을 겸비하며 홀로서기에 당당히 성공한 기러기아빠의 일상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내용이 첫 방송된 14일 이후 많은 시청자들은 그의 고민을 ‘배부른 사람의 투정’으로 밖에는 안 보인다고 비난했다.
 
5년 전 아내와 자녀 한명을 미국으로 보내고 기러기아빠 생활을 하고 있는 또다른 40대 내과 개원의는 이런 비난이 못내 섭섭하다.
 
“혼자 한국에 남은 이후 학회활동이나 취미활동에 더욱 매진하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은 안다”고 운을 뗀 그는 “좀 과장해서 얘기하자면 모든 의사가 같은 상황에 있지는 않다”고 자조적인 푸념을 늘어놨다.
  
자녀의 유학을 위해 살던 집을 전세로 내놓고 원룸에서 혼자 생활하고 있는 그는 여전히 그리움과 외로움, 여기에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에는 환자수가 대폭 줄어 유학자금을 제대로 보내주는 것이 어렵다”며 “그러나 유학 중인 자녀가 부담을 느낄 것 같아 내색하지 않고 생활비를 아껴서 송금하고 있다”고 말했다.
 
월수입의 90%를 송금하고 있다는 기러기아빠 3년차 40대 개원의는 “남은 10%로 혼자 밥 해먹기 참 힘들다”며 “그나마 제약회사 직원이 밥을 사거나 세미나 때 식사 나오는 날 꼭 참석하는 것을 외식으로 생각하고 살고 있다”며 현재생활을 전했다.
 
실제 올해 초 사단법인 하이패밀리가 실시가 한 조사에서 기러기아빠들은 정서적 문제, 건강관리에 이어 경제적 부담을 현실적 어려움으로 꼽았다.
 
이와 함께 뒷바라지를 위해 떠난 부인의 귀국거부, 오랜만에 만난 자녀와의 소통 어려움 등 가족해체 현상도 피해가기 힘들다.
 
한 봉직의는 “가족을 동반해 미국연수를 떠난 동료의사 중 연수를 마칠 때 본인만 귀국하고 부인과 자녀들은 현지에 남은 경우가 있다”며 “그런데 자녀가 학교와 현지생활에 잘 적응했는데도 부인이 한국으로 돌아올 생각을 안 해 고민하더라”고 전했다.
 
‘현재 생활에 불만족하지만 다시 돌아오게 할 수도 없어서, 힘들지만 현 생활을 그래도 유지할 수 밖에 없다’는 연세대 최양숙 박사의 조사결과처럼 의사 기러기아빠의 현실은 배부른 투정과는 거리가 멀다.
 
조현미 기자(hyeonmi.cho@medif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