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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대한병원장협의회, “필수의료, 의대정원 관련 의료계와 진지한 논의 거쳐야”

프랑스 우유 가격 조정, 조선 당백전 발행에 비유해 ‘의대정원 확대’가 불러올 결과 경고

대한병원장협의회가 의대정원 확대를 과거의 ‘정책 실패’에 비유하며 의료계와의 논의를 촉구했다.

대한병원장협의회(이하 협의회)는 7일 성명서를 통해 ”정부는 필수의료, 의대정원 수 등 문제에 있어서 의료계와 진지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며 “의사를 늘리면 필수의료가 해결된다는 것은 해괴한 논리”라고 반대표를 던졌다.

성명서에서는 2월 1일 발표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포함된 비급여 혼합진료 금지를 언급하기도 했는데, 이를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비유하며 “정의와 대의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검수완박의 문제점을 누구보다 대통령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비급여 혼합진료 금지는 의사들에게 진료권을 박탈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전문 분야는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역설적 사실을 전문가 집단인 의사들은 잘 알고 있다”며 “전문가 집단인 의협·병협과 진지한 논의를 통해 정책의 방향성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는 경구를 잊지 말라. 정부가 내놓은 정책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 통렬히 반성하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아래는 대한병원의협의회의 입장문 전문이다.

18세기말 프랑스에서는 혁명이후 시민들에게 더 많은 우유를 공급하기 위해 우유 가격을 강제로 내리는 정책이 시행됐다. 19세기 조선에서는 왕실의 위엄을 세우고 국가기강을 바로잡기 위해 경복궁을 중건하는 재정 조달을 위해 당백전을 발행했다. 2017년 대한민국에서는 의료 복지를 강화하기 위해 보장성 강화 정책, 이른바 ‘문재인케어’가 시행됐다. 세 정책 모두 선의로 시작됐지만 결과는 모두 알고 있다.

지난 2월1일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는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을 발표했고, 2월 6일 의대 입학생을 2000명 증원한다고 통보했다. 우리는 지난 정권에서 임금을 올리면 경제가 나아질 것이라는 괴상한 논리에 휘둘렸는데, 이번 정권은 의사를 늘리면 필수의료가 해결될 것이라는 해괴한 논리를 들고 나왔다. 의사가 부족해 지역의료 격차가 발생한다거나 필수의료 공백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지난 1월 現 야당대표가 보여주지 않았던가.

또한 비급여 혼합진료 금지는 비급여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마치 지난 정권의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을 다시 보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정의와 대의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검수완박의 문제점을 누구보다 現 대통령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비급여 혼합진료 금지는 비급여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자들에 의해 자행된 폭거로 의사들에게 진료권을 박탈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의 비대칭이 지배하는 전문 분야의 특징은 수요가 공급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는 역설적 사실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의료 전문가가 아니므로 이번 정책의 의미를 모르겠지만, 전문가 집단인 의사들은 언젠가 보고 겪었던 이 정책의 결과를 잘 알고 있기에 재고를 요청하며, 전문가 집단인 의협·병협과 진지한 논의를 통해 정책의 방향성을 결정해야 한다.

우유 가격을 강제로 내린 로베스피에르, 당백전을 발행한 흥선대원군의 결말은 이미 역사가 보여줬으며, 소득주도 성장의 인한 결과로 우리나라 경제가 어떻게 되었는지 겪고 있기에, 의사를 늘려 의료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단순한 발상을 더 깊이 들여다보아야 한다. 의사,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가 집단의 지적 권위는 비전문가의 마타도어에 대항해서 사회를 바로잡는 길라잡이 역할을 해야 하며, 우리는 지금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는 경구를 잊지 않길 바라며, 지금 정부가 내놓은 정책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 통렬히 반성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