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선별등재방식(Positive List System)이 약제비 절감에는 효과적일지 몰라도 적정화 기능은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조동근 교수(명지대 경제학과)는 ‘한국의 약제비 비율, 얼마나 높은가?- 포지티브 리스트, 약제비 적정화의 길인가’라는 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조 교수는 포지티브 리스트 문제점으로 먼저 처방권 제한 및 의료소비자의 의약품 접근성 제약을 들었다.
보험대상 품목의 감소로 의사의 자율적 처방권이 제한될 수 있고 이는 환자의 의약품 접근성 제약이라는 것이다.
특히 여러 가지 의약품을 처방 받아야 하는 특정질병이나 급여등재가 되지 않은 혁신적 신약에 대한 부담은 고스란히 환자 몫으로 남아, 의료서비스의 양극화 현상이 초래될 수 있다.
보험등재 권한과 가격결정권을 가진 평가원과 건강보험공단이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하게 되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보험급여 등재목록에 자사 제품을 올리기 위한 제약사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동시에 가격협상에 대비하는 제약업체들도 큰 부담을 안을 것으로 보여지는데, 가격이 시장이 아닌 제약사와 건강보험의 협의에 의해 결정되면 이는 협의에 의한 독점가격이라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조 교수는 하이에크(Hayek)의 ‘지식의 문제’ 대두도 포지티브 리스트의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복지부는 비용대비 약효가 뛰어난 약만 선별해 건강보험을 적용함으로써 건강보험 지출을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러한 약을 ‘누가’ 선별하느냐는 쉽지 않은 질문이다.
일반의약품의 경우 널리 알려진 지식으로 선별이 쉽겠지만, 약의 효능은 비슷하지만 부작용이 개별 환자 특성에 따라 다른 경우, 어떤 약을 처방할 것인가에 대한 하이에크의 ‘정확한 현장지식’(knowledge under specific circumstances and places)을 가진 자는 임상의사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심사평 같은 정부 위원회가 국민이 먹을 약을 골라 주겠다는 것은 임상의사 사이에 사적으로 흩어진 환자 개개인에 대한 현장지식을 모두 모을 수 있다는 ‘오만’ 내지 ‘착각’에서 비롯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박재완 의원(보건복지위)이 제기한 포지티브 리스트의 위헌소지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국가 단일 독점 보험체계에서 보험등재 방식의 갑작스런 변경에 의한 제약회사의 인위적인 퇴출은, 헌법 제23조에 보장된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것.
따라서 의료보험 체계의 보장성과 제약회사의 재산권 침해를 야기할 수 있는 포지티브 리스트를 도입하려면, 시행규칙이 아닌 법률에 의한 시행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은 경청해야 할 것으로 제안했다.
조동근 교수는 약제비 적정화에 반대할 이유는 없으나, 적정화와 절감은 다른 차원의 이야기로 복지부가 보험 등재와 가격결정권을 갖겠다는 것은 국가가 의약품의 생산 및 유통, 소비를 장악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포지티브 제도는 약제비 절감은 몰라도 약제비 적정화 방안은 될 수 없으며, 이 제도는 약가정보 제공차원에서 ‘참조가격제’의 역할을 수행하는 정도로 운영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조현미 기자(hyeonmi.cho@medif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