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의약품 수급 불안정 사태가 계속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 지적하고,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들이 제시됐다.
국민의힘 김미애 국회의원이 주최하고,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대한약사회과 공동 주관하는 ‘제약산업 육성 및 의약품 수급 안정화를 위한 정책토론회’가 9월 26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개최됐다.
이날 김동숙 국립공주대학교 교수는 ‘국내 의약품 수급 불안정 현황 및 개선과제’를 발제했다.
김 교수는 국내 의약품 공급 중단/부족 보고와 관련해 2015년 31건(공급 부족 4건과 공급 중단 27건)에서 2022년 229건(공급 부족 89건과 공급 중단 140건)으로 급증했으며, 약사의 98.6%가 의약품 수급 불안정을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우리나라의 의약품 공급 문제가 심각한 상황임을 강조했다.
특히, 공급 중단 요인은 ‘채산성’ 문제가 50.5%로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고, 공급 부족 요인으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품질 관리를 강화하면서 발생한 행정 처분 등이 늘어나면서 제조를 중단해야 했던 ‘제조원 문제’가 43.2%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러한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수급불안정 관리방안’을 제안했다.
우선 올해 초에 식약처에서 의약품 수급을 관리하는 부서가 만들어졌지만, 그 효과가 미미한 것 같다는 견해를 밝히면서 의약품 수급 불안정 등을 좀 더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조직을 구성·개선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약품 수급 불안정과 관련해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수급불안정(품절) 정의 통일 ▲가이드라인 개발 ▲대응방안 이해관계자 협의 등을 권고하고 있음을 강조하면서, 관련 협의체를 구성하는 법안을 마련하는 것과 의약품 전 주기에서 수급불안정 요인의 체계적 관리 등이 필요해 보인다는 견해를 밝혔다.
구체적으로 대응 필요 수급 불안정 정량화와 위험 단계를 설정하는 등의 ‘수급불안정 정의’를 합의하는 것이 필요하고, 관리 방안 및 단계 합의를 통해 심각도에 따른 대응방안 적용 합의와 유통/사용단계 대응 활성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한, 의약품 수급 관련 규정(의약품 안전규칙)을 개정해 약가 협상 시 공급의무 규정 강화 및 공급 부족 보고를 의무화하고, 의약품 유통량과 청구량을 상시 모니터링해 수급 불안정 위험 감지를 강화해야 하며, 기관간 주요 수집 정보 공유와 소통 강화 등 의약품 수급 불안정 위험 감지 기관간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이외에도 생산요인 대응과 관련해 원료의약품 국내생산 역량 강화 정책과 예비 수급원 등 비상 대응체계 마련을 통해 원료의약품 공급원을 다각화하는 것이 필요하며, 필수의약품 목록 관리 체계화·실용화와 위탁제조 지속 관리·확대 등을 통해 필수의약품 안정 공급을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퇴장방지의약품 제도 정비와 약가제도 지속 관리 등을 통해 저가필수의약품 채산성을 증대해야 하며, 행정처분은 정지보다는 과징금 방식으로 유도하는 한편, 지속적인 생산 품질 관리와 제조소 현장실사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감으로써 행정처분으로 인한 공급중단 위험을 관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통요인 대응방안으로는 유통업체 출고량 자율 조정 강화와 과도한 반품 문제 해결방안 마련을 통해 유통업체 분배 기능을 강화하고, 지역별·개별 도매상 재고 확인 방안을 마련해 유통정보 확인 방안을 확보하는 한편, 과다 재고 보유 모니터링을 통해 유통질서 왜곡 행위를 철저히 단속하자고 제언했다.
사용요인 대응방안의 경우, 의료기관 처방 자제 방안으로 DUR/EMR을 통한 자동 안내 방안 마련과 수급 불안정 대상 약제 및 대체의약품 안내 강화하자고 제안했으며, 수급 불안정 약제 대체조제 필요성 인식 강화와 ▲전자사후통보 ▲통합통보 등 대체조제 간소화 방안을 마련해 수급 불안정 의약품 대체조제를 활성화시키자고 덧붙였다.
이종혁 중앙대학교 교수는 ‘제약산업 선진화 및 제네릭의약품 활성화’를 주제로 발제했다.
먼저 이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의약품 수급 불안정을 겪으면서 의약품의 안정적 수급 능력 확보가 매우 중요한 국가적 과제가 됐으며, 전통적인 제약 강국으로 도약하려면 혁신 신약의 개발을 통한 산업의 글로벌화가 필수적이지만, 경쟁력 있는 제네릭의약품·개량신약의 개발을 통해 혁신신약 개발의 교두보로 삼는 전략이 필요한 시대가 됐음을 밝혔다.
이어 국내 제약산업의 선진화를 위해서는 혁신신약 뿐만이 아니라 경쟁력 있는 제네릭의약품 개발을 활성화시키는 전략이 필수적이며, 제네릭의약품의 생산능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은 의약품 주권 확보 차원에서 중요한 문제이자 건강보험 재정의 안정화 및 환자의 치료 접근성 향상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사항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상황은 특허가 만료돼서 제네릭 의약품 출시돼도 제네릭 사용을 촉진할 수 있는 부분들이 없어 특허 관련 신약의 지출 및 사용량이 큰 편이고, 제네릭 의약품의 사용량 증가가 굉장히 제한이 있는 구조를 갖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 교수는 완제의약품 자급률 대비 원료의약품의 자급률이 급속히 저하되고 있는데, 제네릭의약품 가격 인하로 인한 저가의 중국·인도 원료 사용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허만료 후 오랜 기간이 지난 제네릭의약품은 우리나라의 가격이 높고, 최근 특허가 만료된 제네릭의약품은 우리나라의 가격이 낮은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특허만료 후 일정기간 동안 우리나라의 제네릭의약품 가격이 낮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해외의 제네릭의약품 가격은 급속히 낮아지는 반면, 우리나라의 제네릭의약품 가격은 유지되는 경향이 있어 가격 역전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교수는 품절(위험) 의약품 공급에 기여한 경우에는 약가 인하 면제 등처럼 ▲고난이도의 제네릭의약품 생산을 위한 기술·자금 지원 ▲원료 국산화 지원 ▲약가 우대 ▲규제 완화 등 제네릭의약품에 대한 정부 지원책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했다.
또, 재정 절감효과가 큰 제네릭의약품에 대한 신속 허가 및 약가 인하 차등 실시 혜택을 부여하는 등 제네릭의약품의 재정 절감효과 극대화를 위해 신속한 제네릭의약품 개발을 지원하는 제도적·행정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제네릭의약품 약가 사후관리 제도의 합리성 확보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우선 현재의 제네릭의약품의 가격만을 기준으로 해외의 약가보다 높다고 해서 가격을 인하하는 것에 대한 타당성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는 등재 시(해외의 제네릭의약품 가격이 높은 시기)에는 해외의 약가를 참조하지 않고, 해외의 제네릭의약품 가격이 낮은 시기에 해외가격을 참조해 가격을 인하하는 것은 타당하지 못하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기등재의약품 재평가에 해외가격을 참조하는 경우 우리나라의 등재 초기 제네리의약품의 재정 절감분이 상당하므로, 이를 약가사후관리에 반영할 수 있는 기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저가 거래 시 제약사의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시장 경쟁에 의해 제네릭의약품의 사용이 촉진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만약 정부가 불가피하게 제네릭의약품 가격을 인하하고자 한다면, 그 이전에 가격 인하가 사용량 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며, 제네릭의약품 사용 시 의사·약사·환자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제도 설계를 통해 제네릭의약품의 사용을 보다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필기 대한약사회 부회장은 동일한 공장에서 동일한 원료와 동일한 공정으로 이름만 다른 똑같은 의약품들이 제조되고 있는 것이 현실임에도 약사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이러한 현실을 몰라 대체조제를 수용하지 않는 것에 대해 한탄하면서 위와 같은 경우에는 통보 의무를 면제하는 것이 마땅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또한, 대체조제를 위해 처방전을 교류하는 과정과 관련해 21세기 전자정부 시대에서 고작 대한의사협회가 반대한다는 이유만으로 팩스를 이용해야만 하는 것에 대해 비판하며, 전자 송부 시스템을 국내에서도 구비할 수 있음으로 이를 반영해 해결해야 의약품 수급 불안정을 해결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절차를 제대로 마련해 운용할 수 있음을 지적했다.
더불어 민 부회장은 의약품 공급 중단 시 생산 재개 및 생산 확대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도록 의약품도 비축해야 함을 강조했다.
특히, 의약품을 비축하면 공급 부족 시 1~3개월의 시간을 벌 수 있음과 함께 다른 공급원을 찾아서 대비 및 문제를 개선할 수 있음을 강조하면서, 의약품 생산 관련 대책은 많이 나와있는 것에 반해 비축에 대한 대책은 없는 것을 꼬집으며, 국가가 재정으로 지원해서 국민건강보험 심사평가원과 식약처에서 지정한 필수의약품을 비축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마지막으로 민 부회장은 수급 불안정을 해결하기 위해 의약품을 많이 생산하면 사용량이 일정수준 증가한 급여의약품을 대상으로 약의 가격을 최대 10% 낮추는 제도인 ‘사용량 약가 연동 협상제도(Price-Volume Agreement)가 이뤄지는 것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협상 시 의약품 수급 불안정 해결을 위해 생산량을 늘렸으니까 다음 해에는 PVA를 면제해주는 등의 약속을 미래 해주어야만 제약사가 안심하고 대량 생산을 할 수 있다면서 관련 규정을 신설해 의약품 수급 불안정 상황 한정해서는 PVA 부담에 대해 덜어주도록 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