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갈등의 주원인으로 쉽게 지목되는 세대 차는 비단 일반 사회에서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의사회 운영에서부터, 개원에 이르기까지 의료계 안에서도 이 같은 세대 차는 풀어야 할 쉽지 않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가령 서울시 모 구 의사회의 경우 회원간 세대 차가 굉장히 큰 편에 속한다.
때문에 의사회 모임을 한번 열려고 해도 전 회원이 골고루 참여하기가 매우 어렵다.
왜냐하면 젊은 회원들은 보통 늦게까지 진료를 하는 반면, 나이든 회원들은 일찍 진료를 마치기 때문에 같이 모일 수 있는 시간을 잡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모임의 중요 직책을 맡기려고 해도 젊은 회원들은 잘 하지 않으려고 하고, 나이가 있는 회원들은 역량에 한계가 있어 업무 수행에도 어려움이 많다는 것.
세대 차로 인한 어려움은 이뿐 만이 아니다.
개원했다고 대대적인 판촉 행사라도 벌일라치면 유인행위로 보건소 고발이 들어와 실사가 나오기 일쑤다.
박윤석 골든와이즈닥터스 개원경영컨설팅 팀장은 “상대적으로 지금보다 개원여건이 좋았던 50대 이상의 의사들은 젊은 의사들의 적극적인 병원 마케팅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한다.
개원가 불황을 타개하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의사들 사이에 세대 차를 극복해야 한다”며 의사들도 의식이 변해야 함을 강조했다.
한 의사회 소속 임원은 “십 년 전까지만 해도 개원한다는 전단지가 고작이었지만, 지금은 온라인은 물론 버스광고까지 하는 걸 봤다. 회원들끼리 내놓고 홍보에 대해 뭐라고 그러진 않지만, 다 시대가 변해서 그렇겠거니 하고 여긴다”며 이미 불평할 때조차 지났다고 전했다.
또한 “예전엔 병원 이름이 너무 요란한 것 아니냐, 개원했는데 인사를 하러 오지 않는다는 등의 지적도 종종 있었지만, 요새는 대부분이 그런 추세다 보니 그러려니 한다”고 덧붙였다.
모 개원의는 “원로들이야 개원만 해도 잘 되는 시절을 보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누구는 돈 들여서 홍보나 광고 하고 싶어서 하는 줄 아느냐”며 “지금은 그때에 비해 병원 수가 수 십배나 늘었는데 가만히 손 놓고 있다가 적자 나면 누가 책임질 거냐”는 말로 입장 차를 드러냈다.
한 원로 개원의는 “물론 시대가 변하기는 했지만, 예전과 같은 선후배간의 정이나 같은 의료인으로서 동업자 정신이 많이 사라진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메디칼PR 송영진 대표는 “강남에 개원한 원장과 시골에 개원한 원장의 입장은 다를 수 밖에 없듯이, 각자의 여건과 형편 차가 있는 건데 단순히 옛 시절만을 생각해서 가타부타 하는 태도는 병원 운영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충고했다.
그는 “간혹 자신은 몇 십 년 동안 해 온 진료이기 때문에 이 분야에선 최고라는 단순한 논리로 홍보 해 주기를 원하는 원장들도 있다”며 “개원이나 병원 홍보 시 병원도 사업이라는 의식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지현 기자(jhchoi@medif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