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능력 손상은 간성 뇌병증(hepatic encephalopathy) 환자에게 나타나는 신경학적 증상 중의 하나이다. 스페인의 연구진은 항염제인 이부프로펜을 사용해 만성 간부전에 걸린 마우스의 인지 기능을 개선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선행연구에 의하면, 간성 뇌병증 환자는 고암모니아혈증(hyperammonemia)과 염증으로 말미암아 뇌의 기능에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연구진은 문맥-대정맥션트(PCS: portocaval shunt) 삽입으로 만성 간부전이 발생한 마우스를 대상으로, 염증으로 인한 뇌의 변화가 학습능력을 손상시키는가의 여부를 연구했다.
연구진의 분석에 의하면 PCS 마우스는 IL-6의 수준이 증가하고 COX와 iNOS의 활성이 증가하였는데, 이는 염증이 발생하였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PCS 마우스는 학습능력이 저하되었지만, 이부프로펜을 장기적으로 투여한 후에는 학습능력이 완전히 회복되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이부프로펜은 ‘글루타메이트-NO-cGMP 경로’를 회복시키는 효능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더욱이 이부프로펜은 대뇌피질의 염증발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두 가지 효소인 iNOS와 COX의 활성을 정상화시켰으나, IL-6의 수준은 정상화시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부프로펜은 NSAID의 하나이므로, 항염효과 외에도 특히 신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NSAID는 염분과 수분의 저류를 촉진하고 신장독성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부작용으로 말미암아 NSAID를 간경화환자에게 투여하는 것은 비교적 금기시되어 있다.) 연구진은 이부프로펜이 신장에 독성을 발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부담을 가졌지만, 실제로 이부프로펜은 크레아틴의 농도를 약간 증가시켰을 뿐 나트륨이나 요소의 혈중농도에는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의 연구자들은 “염증은 고암모니아혈증에 의한 신경•심리적 변화를 악화시킨다”는 이론을 제기해 왔다.
이번 연구에 의하면, PCS 마우스가 고암모니아혈증과 염증을 겪었지만, 이부프로펜을 이용하여 염증을 저하시킴으로써 암모니아의 혈중농도가 여전히 높음에도 불구하고 학습능력이 개선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기존의 학설을 지지하는 것으로서, 간성 뇌병증을 치료하는 데 있어서 염증을 감소시키는 치료전략이 유효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항염제가 인지기능을 개선시키는 메커니즘은 아직 불분명하지만, 이번 연구가 그 메커니즘을 시사하는 통찰력을 제시한 것만은 분명하다.
이번 연구결과에 의하면, 이부프로펜은 IL-6의 수준을 정상화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IL-6이 인지능력 손상에 기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러나 이부프로펜은 COX의 활성을 감소시켰는데, 이는 COX의 활성이 학습능력 손상에 관여한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다.
더욱이 이번 연구결과는 ‘글루타메이트-NO-cGMP 경로’의 결함에 의한 cGMP의 생성 감소가 학습능력을 감소시키는 데 관여한다는 것을 시사한다.(사실, 연구진은 2005년 1월 Hepatology에 발표한 논문에서, PCS 마우스에게 비아그라를 투여해 cGMP의 생성을 증가시킴으로써 인지기능을 회복시킬 수 있음을 이미 밝힌 바 있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인지기능 손상에 염증 메커니즘이 관여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부프로펜 등의 항염제를 복용하는 관절염환자는 알츠하이머병의 위험이 감소한다는 역학적 연구결과가 나와 있으며(Neuroepidemiology 2004 Jul-Aug;23(4):159-69 ), 더욱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동물모델의 경우 이부프로펜이 인지결손을 개선시킨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되어 있다.
한편 이부프로펜이 파킨슨씨병을 예방하는 효능이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이같은 연구들의 배경에는 “신경퇴행성 질환의 근저에는 염증이 관여하고 있다”는 공통적 인식이 깔려 있다.
이번 연구의 의의는 이부프로펜의 항염기능이 간성 뇌병증 환자의 인지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음을 입증함으로써, “염증이 인지기능의 손상에 관여한다”는 견해를 지지하는 근거를 제시했다는 데 있다.
다만 NSAID의 부작용을 회피하는 새로운 선택적 COX 저해제를 개발하는 것이 앞으로의 연구과제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