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노사는 26일 한국여성개발연구원에서 제3차 산별교섭을 벌였지만, 사용자단체 구성과 사립대병원 노무사 위임 등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진전된 내용 없이 교섭을 마무리 지어, 지난해와 비슷한 양상을 띄고 있다.
이날 교섭에서는 10개 사립대병원은 교섭권 일체를 심종두 노무사에 위임, 심 노무사가 교섭에 참여하자 노조측이 사립대병원 사용자 대표로 노무사가 참석한 것에 대해 노조측이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발하면서 파행으로 치달았다.
노조측은 “노무사 위임을 절대로 용인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고, 사용자측은 “사립대병원의 현실적 상황을 이해해달라”고 응수했다. 이 과정에서 노사간의 고성이 오고 가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고, 양측 실무자들이 모두 교섭장소에서 퇴장했다.
지난해 늦깎이로 산별교섭에 참여한 국립대병원이 올해 교섭에 아직 참여하지 않고 있는 점도 논란의 대상이다. 특히 일부 국립대병원 노조에서 사용자측에 개별교섭을 제안하는 등 노조 내부의 분열도 국립대병원이 불참한 주요한 이유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서울대병원이 대표 역할을 맡았지만, 노조 서울대지부가 산별노조 탈퇴로 인해 서울대병원 역시 산별교섭에서 배제되면서 교섭을 주도할 병원이 마땅치 않다는 지적이다.
산볍교섭이 이렇게 난항에 빠진데에는 노조측 뿐 아니라 협상 당사자인 사용자측의 구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분석이다. 그간 노조는 산별교섭을 주도할 사용자단체로 병협이 적합하다는 주장을 해왔지만, 사용자측이 이를 거부해왔다
이러한 과정에서 사용자측은 별도의 조직을 구성하게 됐고, 국립대병원의 불참과 사립대병원의 노무사 위임 등의 일련의 사태가 벌어지면서 노조의 반발을 불러 일으키게 됐다는 지적이다.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병원협회가 병원의 대표격으로 산별교섭의 원만한 진행을 위해서 일정한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면서 “지난해처럼 병원협회가 일부 교섭권을 위임 받는 형식을 취한다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겠냐”는 지적이다.
한편 보건의료노조는 이러한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공세적인 입장을 취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와 같은 총파업 투쟁이 개별 병원의 타격이 적어 병원계가 안도했다면 올해는 병원별 투쟁을 펼친다는 복안이다.
이창환 기자 (chlee@medifonews.com)
2005-0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