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만 있는 건물에 편법으로 약국을 개설하는 사례가 늘자 정부가 약사법, 담합 금지에 따라 약국 개설 등록이 제한돼야 한다면 적극적인 규제에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서울시를 비롯한 17개 시도지사에 “2001년 개정된 약사법 내 의약분업 원칙과 의료기관과 약국의 담합 금지대책에 따라 약국등록업무에 만전을 기해 달라”며 편법을 이용한 약국개설에 주의를 당부하는 협조공문을 발송했다.
복지부는 시도지사 협조공문에서 ‘같은 층에 7개의 의료기관이 개설돼 있는 상황에서 1개 의원이 폐업(12평)한 뒤 그 자리에 생과일쥬스점(4평)과 약국(8평)을 동시에 개업할 경우’를 예로 들었다.
공문에서 복지부는 “약사법 제16조 제5항 제2, 3, 4호에 의거 의료기관과 약국간의 공간적·기능적인 독립성을 유지토록 하는 입법취지와 의료기관과 약국의 담합 금지대책을 감안할 때 이는 약국개설 등록이 제한돼야 함이 타당하다”며 지자체의 적극적인 규제를 당부했다.
이와 관련해 복지부 의료정책과 관계자는 “의료기관만 있는 층에 약국을 개설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하고 “다른 판례가 있더라도 보건소에서 개설허가를 내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판례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약사 조모(40)씨가 용인시장을 상대로 한 약국개설 등록신청 반려처분 취소 청구소송 2심에서 대법원은 “원고가 개설하기로 한 약국의 장소가 특정 의원과 업무상 배타적인 연관을 가진 것으로 소비자를 오인시킨다고 볼 수 없다”며 “약국이 의료기관과 같은 층에 있다는 이유로 약국개설을 불허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원고승소판결을 내린 바 있다.
재판부는 의료기관과 약국만 사용하는 ‘전용 통로’도 없고 같은 층에 ‘다른 업종의 가게’가 있어 의료기관과 같은 층 바로 옆 자리에 약국을 새로 개설했다 하더라도 담합의 근거로 보기에는 불충분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따라서 이 판례를 근거로 약간의 전략만 짜낸다면 의료기관과 같은 층에 약국을 개설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해 담합금지규정 자체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문제로 남는다.
이창환 기자(chlee@medifonews.com)
2005-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