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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웰빙

올림픽 대표선수, 스트레스도 ‘금메달’급?

중앙대 한덕현 교수 “부담감으로 완충역량의 ‘댐’ 범람”


올 여름을 뜨겁게 달구는 베이징 올림픽. 승자의 환호와 패자의 눈물이 공존하는 ‘각본없는 드라마’는 전국민을 TV 앞으로 끌어내며 그야말로 ‘최고의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들 선수들이 경기장에 서기까지는 가혹한 훈련과 함께 ‘금메달급’ 스트레스와 동고동락했다는 것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일. 중앙대병원 정신과 한덕현 교수가 이들의 ‘스트레스와의 동거’를 설명한다.

4년에 한번 있는 올림픽, 하필 실수가 여기서 일어난다면?
과거와 달리 현대 스포츠에서는 이미 한 선수가 발휘할 수 있는 최적의 몸 상태와 상황들을 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시합 전에 미리 검증해 놓고 있어, 선수는 계획한대로만 그대로 수행을 하면 목표 기록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곤 한다. 그러나, ‘실수’라는 변수로 인해 이러한 목표 달성이 되지 못한 경우, 특히 언론에 의해 ‘금메달 유망주’로 집중 조명을 받은 경우, 흔히 그 책임은 전부 선수의 몫으로 돌아가곤 한다.

수많은 시도 중에서 생길 수 있는 단 한번의 실패가 결승전에서 발생할 수도 있고, 가장 중요한 순간에 우연히 발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한 번의 실패는 선수에게 전부가 될 수도 있고, 선수 생활 기간의 모든 승리와 자신감을 쓸모없는 것으로 만들어 버리거나, 패배와 실패라는 커다란 낙인을 선수 자신에게 스스로 부여하게 할 수도 있다.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에게, 금메달이란 단순히 선수 자신만의 목표가 아니다. 자신을 믿고 키워준 부모, 가족, 4년을 함께 땀 흘린 코칭스태프와 동료들, 국가대표라는 이유로 자신을 응원해주는 국민들 등 선수 본인과 알게 모르게 연관되어 있는 많은 사람들의 꿈과 대리 만족을 모두 담고 있다. 따라서 자신의 실수 때문에 금메달 획득에 실패했다면 자기 자신에 대한 분한 마음을 넘어, 다른 이들에게 실망을 안겨주었다는 죄책감과 창피함이 선수들을 지배할 수 있는 것이다.

부담-불안, 완충역량의 ‘댐’을 붕괴시키다
물론 이러한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선수들은 일반인들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훈련을 매일 반복한다. 또한, 어려서부터 치러온 많은 대회 경험을 통해 선수들은 이미 승패를 경험하며 패배를 감내하는 완충역량을 가지고 있고, 이 완충작용으로 실패와 역경을 딛고 또 다시 승부의 세계에 도전한다.

하지만, 자신이 세계 최고임을 인정받을 수 있는 올림픽이라는 ‘무대’가 4년에 한 번만 열린다는 시간에 대한 부담감, 가족과 코칭스태프를 포함한 온 국민의 기대와 관심에 대한 부담감, 세계 최고의 경쟁자들을 물리칠 실력을 갖춰야 한다는 부담감 등 여러 부담감에서 오는 상승효과는 선수가 그간 쌓아온 완충역량을 넘어서게 된다.

이처럼 완충역량의 댐을 무너뜨린 부담감은 ‘불안’이라는 증상으로 선수들의 집중력을 방해하고, 수행능력을 떨어뜨리게 되며, 이것이 갑작스럽게 발생될 때 선수나 관중 모두 ‘실수’라는 현상으로 표현하게 된다.
일반 심리에서 예기불안은 앞으로 일어날 일의 가장 부정적인 결과를 예상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운동에 있어서 부담감을 동반한 예기불안은 자신의 기량이 최악의 결과를 만들게 된다는 부정적 시나리오의 서두이며, 실제로 나쁜 결과를 동반하며 죄책감이라는 후유증을 동반하게 되는 것이다.

‘약한 정신력’ 낙인은 ‘두번 죽이는’ 일
혹자는 이것을 ‘약한 정신력’이라 잘못 이해하는데, 이 ‘약한 정신력’이라는 말은 그간 많은 오해를 생산했다.
특히 체계적인 운동과 높은 집중력, 과학적 시스템의 도입으로 오랜 기간 제대로 된 훈련을 통해 좋은 성적을 올린 팀이나 선수를 그저 ‘강한 정신력을 가진’ 팀과 선수로 단순 오도하고, 반대로 정신력 강화라는 미명하에 실수한 선수들을 인격 모독적인 말과 심한 언행으로 더욱 다그쳐, 한 번 실수한 선수가 더욱 자신감을 잃어 버려 궁극적으로는 다시는 운동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게 한 경우도 있었다.

88 올림픽과 2002 월드컵 등 굵직굵직한 세계 대회를 치러 오면서, 우리 국민들은 어느덧 메달의 색깔이 아닌, 선수가 흘린 땀과 눈물에 진심어린 박수를 보내는 법을 배웠다.
실력에 버금가는 외모와 끼를 가진 선수들은 때론 큰 관심 속에 연예인 이상의 인기를 누리기도 한다.

하지만, 지난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고도 큰 좌절감과 실망으로 한동안 방황의 시간을 보내다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는 모 금메달 선수의 소감이나, 결과에 대한 부담감과 패배에 대한 걱정으로 긴 시간 동안 외로움과 우울증을 겪어 운동을 포기하고 싶었다는 어느 선수의 인터뷰는 아직도 많은 선수들이 자신의 운동 수행능력 외적인 부분으로 운동을 그만두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며, 국민 모두가 결과보다는 과정과 노력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메달색보다 한계에 대한 도전에 주목하길
선수들의 완충역량은 자기 자신만의 힘으로 키워지지 않으며, 또 역량을 넘어선 부담감은 선수 혼자만의 힘으로 해결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선수에게는 선수가 가진 능력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그에 걸맞는 목표가 부여되어야 하며, 관중 역시, 기적과 같은 승부만을 바라기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운동 경기의 규칙과 흐름, 그 안에서 뛰어난 운동 수행능력을 즐기는 선수들의 플레이를 즐겁게 감상하고 응원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여느 올림픽보다 화려한 개막식과 함께 성대한 막을 올린 2008 베이징 올림픽.
하나둘씩 전해오는 선수들의 승전보는 찜통더위도 잊게 할 만큼 시원하고 짜릿하지만, 벌써부터 여러 언론 매체들은 각 국의 금메달 숫자를 헤아려 국가 간의 메달 경쟁을 부추기고, 올림픽 흥행을 부추기는 데에만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다.

우리 관중들부터라도 이번 올림픽만큼은 선수들이 따낸 메달의 색깔에 집착하기보다, 선수들이 보여주는 인간 한계에 대한 도전을 지켜보며 함께 땀과 눈물을 흘려보는 것은 어떨까. 참고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올림픽 정신은 ‘스포츠를 통한 인간의 완성과 국제평화 증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