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근무하는 노동자의 15%는 성희롱 피해를 직접 경험했으며, 가해자의 53%가 의사라는 설문조사가 발표돼 충격을 주고 있다.
또한, 성희롱 가해자들 대부분이 외부회식 장소나 병동은 물론 심지어는 수술실과 진료실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위원장 홍명옥)는 ‘병원내 폭언과 폭행 및 성희롱 실태조사 결과’를 지난 20일 발표했다. 최근 대구 K 대학병원에서 교수에 의한 여자 전공의 성추행사건이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발표돼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보건의료노조는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특수기관이라는 점 때문에 병원내 폭언, 폭행, 성희롱 사건은 사회적으로 더 큰 물의를 빚게 되고, 피해자들이 겪는 고통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보건의료노조 산하 전국 9개 지역본부(강원, 경기, 광주전남, 대전충남, 부산, 서울, 대구경북, 울산경남, 인천부천, 전북)에서 고대의료원, 원주기독병원, 부산백병원, 부평세림병원 등 48개 병원사업장 총 1670명이 참여했으며, 조사 기간은 2008년 3월 26일부터 5월 31일까지 진행했다.
참여자 성별은 여자 90.0%(1364명), 남자 10.0%(152명)이며, 직종별로는 간호사가 69.0%로 전체 응답자 가운데 가장 높았으며, 간호조무사 7.0%. 그 외 사무행정직이 5.0%, 방사선사 3.0%, 임상병리사, 간호보조원, 병원보조원이 각각 2.0%로 나타났다.
이번 설문조사에 의하면 병원내에서 13.8%가 근무 중 폭언 및 폭력 경험, 21.6%가 폭언(욕설) 1년에 1번 이상 발생한다고 응답했으며, 가해자는 의사(교수) 38.7%, 레지던트 14.7%, 환자 혹은 보호자 16.3%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성희롱 예방 교육이 가장 필요한 대상으로 응답자들은 의사(교수) 46.0%, 환자 또는 보호자 16.0%로 꼽았으며, 피해자들은 폭언과 폭력, 성희롱의 영향으로 수치심, 분노 느끼면서 사직 충동 느끼고 있었다.
병원 내 폭언과 성희롱도 모자라 물건을 집어 던지는 행위에 대해 360명(21.6%)이 1년에 한 번 이상 일어난다고 응답했으며, 심지어 하루에 1~2번 물건을 집어던지는 피해를 당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정신적 성희롱의 경우 여직원에게 원치 않는 사적인 만남이나 교제를 요구하거나, 회식이나 야유회자리에서 여직원을 무리하게 옆에 앉히거나 술시중 강요, 보다 나은 조건을 제시하며 성적으로 유혹하는 등의 행위들이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건의료노조는 “폭언과 폭력 및 성희롱 예방 교육대상자를 의사, 환자보호자를 포함 확대 실시해야 한다”며, “성희롱 예방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그리고 제도적인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병원 사용자는 폭언과 폭력 및 성희롱을 예방하기 위한 전담기구를 설치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