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 건강보험연구원이 최근 재정운영위원회 구성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진행, 그 의도가 공급자 위주의 위원회 구성을 위한 것이 아니냐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연구원은 지난 22일부터 ‘건강보장 정책결정구조의 미래지향적 발전방안-국민참여를 중심으로’란 제목 하에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연구원은 이번 설문조사에 대해 “국민 참여가 어떤 방식으로 변화해야 하는지 정책적 대안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취지를 밝히고 있다.
설문조사에서는 보건복지가족부,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운영 중인 건강보험제도 관련 위원회에 대한 의견을 묻고 있다. 설문내용을 살펴보면 △각 위원회별 구성 비율의 적정성 △각 위원회별 전문성 △투명성 △신뢰성 △민주성 △책임성 △국민참여 및 개선방안 등의 내용을 중심으로 질의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설문조사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으로 가입자단체측은 세 번째 주제인 ‘전문성’분야에 대한 질문이다. 전문성 분야에 대한 질의사항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①각 위원회별로 위원들이 위원회 특성에 맞게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전문성 강화가 필요한 단체인지 기입해 주시오.
②가입자(국민)의 위원회 참여가 직능을 대표하는 단체에서 각각 대표를 추천하는 방식으로 운영, 전문성과 관련해 문제가 제기…이런 문제점과 관련해 가입자를 대표하는 구성원을 전문성을 갖춘 직능 단체에서 여러 명을 추천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
이와 관련 가입자단체 관계자는 “가입자가 의료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설문조사에서 전문성을 운운하는 것 자체는 위원회 시스템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이번 설문조사는 분명 의도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가입자의 비전문성을 근거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설문결과 사용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가입자단체측이 이처럼 설문조사 자체를 두고 의도성을 지적하는 것은 지난 건보공단 재정운영위원회에서 복지부 관계자의 발언과 연관성이 있다는 추측 때문. 당시 복지부 관계자는 재정소위 위원들에게 “협상이 가능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재정운영위원회의 존립을 검토할 것”이라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즉, 가입자단체측은 복지부 관계자의 발언에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로 인해 위원회 구성을 변화시키겠다는 의도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복수의 건강보험 재정운영위원회 위원은 이번 건강보험연구원의 설문조사와 관련해 “왜, 조사를 할까?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한 “설문조사에서 전문성 운운하는 것은 곧 ‘공급자’를 이야기하는 것 아닌가? 위원회가 전문성만을 가지고 일을 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공급자 입장에서 볼 때 의료계 중심으로 움직여지지 않는다는 점에 불만을 품고 압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복수의 재정위 위원들은 위원회에 가입자들의 참여가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약제급여평가위원회의 경우 임상적 유용성은 임상의만이 있어도 가능하지만,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소비자부담이 될 수밖에 없으므로 으당 가입자의 참여가 있어야만 한다는 것.
서울대 간호대학 김진현 교수는 “건강보험 재정운영위원회는 가입자들만의 모임이다. 현재의 상황을 볼 때 모든 위원회에 의료계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이번 설문조사는 기존의 틀을 깨려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
그는 또 “전문성여부는 공급자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위원회에서 전문성이란 건전한 상식을 말하는 것이다. 이번 설문조사의 의도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의문”을 제기했다.
가입자단체가 이처럼 설문조사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것과는 달리 건강보험연구원의 입장은 “단순한 연구”라며 확대해석 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연구원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설문조사는 가입자, 공급자, 공익 등을 1:1:1로 약 100여명의 건강보험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한다고 한다.
건강보험연구원 관계자는 “설문조사는 연구보고서에 한 부분으로 팀 과제 중 하나이다. 따라서 가입자단체측이 주장하는 것처럼 공급자 중심으로 위원회를 바꿔야한다는 의도는 없는 것”이라며, “이번 연구의 목적은 가입자의 목소리를 어떻게하면 더욱 담아낼 수 있는가 이다. 그리고 시기적으로 민감한 때에 설문을 진행하는 것 역시 과제가 늦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건강보험연구원 강암구 원장 역시 “설문조사는 각각의 의견을 조합해 제도의 개선점이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일 뿐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설문조사가 아무리 건강보험연구원의 자체연구지만 향후 정책을 결정하는 당사자 입장에서는 어떻게 활용될 것인가는 예측할 수 없다. 연구원 관계자 또한, “이번 설문조사를 복지부 입장에서는 관심있게 볼 것 같다”고 말해 향후 설문조사결과의 사용에 관심이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