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TV에서는 하얀 가운을 입고 환자의 생명을 사수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외과 레지던트 1년차의 일상을 다룬 메디컬 드라마가 한창 인기리에 방영 중이다.
메디컬 드라마는 일반인은 쉽게 근접할 수 없는 의사사회의 내면과 환자와 자신의 능력 사이에서 고민하고 성장해 나가는 의사들의 모습을 디테일하게 그려내 방영 때 마다 높은 시청률을 자랑한다.
하지만 앞으로 수년 내에 이 메디컬 드라마의 스토리가 지금처럼 외과나 흉부외과를 축으로 구성된다면 그 주인공은 동남아시아계열 외국인으로 바뀔지도 모른다.
특히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 중에 외과 혹은 흉부외과 전문의가 포함 된다면 더더욱 외국인 배우들이 등장해 열연을 펼쳐야 할 것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외과 ·흉부외과의 전공의 지원율이 몇 년째 미달사태를 거듭하다 못해 이젠 내노라하는 대학병원들도 지원자가 전무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게 의료계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우리 환경이 서구화 돼 가면서 암과 특히 심장 쪽을 다루는 흉부외과 환자들이 급증하고 있는데 의료 인력 수급은 절반에도 못 미친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몇 해 지나지 않아 제 3국의 의사를 수입해 진료에 나서게 될 것 ”이라고 경고했다.
한 때 외과는 의학의 꽃, 흉부외과는 꽃 중의 꽃 이라는 칭송을 받을 정도로 높은 인기와 그 위용을 자랑했었다.
하지만 경제성장 및 물가상승률 등에 반비례 하는 의료수가와 몸이 고되고 신경 쓸게 많은 일을 질색하는 세대의 등장이후 외과는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의료계는 이 같은 현상은 이미 예전부터 예고 됐던 일이라며 체념하는 듯하다. 의료수가 현실화와 의료법 규제 완화 등을 외치며 대책을 촉구하고 있지만 타과와의 형평성 문제 그리고 여러 가지 민감한 사안들이 맞물리면서 몇 년째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다.
이를 두고 한 관계자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 될 수도 있다”는 말을 전했다.
환자에 비해 의료진이 턱 없이 부족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진료의의 몸값(?)이 올라갈 것이고 그럼 또 지원자들이 몰리지 않겠냐는 것이다.
씁쓸한 말이지만 환자 발생률에 비해 의사가 부족해 몸값이 높아지면 전공의 지원자들 사이에서 그 진료과의 인기가 높아진 타과의 전례를 비교해 보면 당연히 예상되는 추론이기도 하다.
최근 복지부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외과 및 흉부외과 등에서 행해지는 의료행위의 점수, 즉 수가에 반영되는 상대가치점수를 상향해 진료수가를 현실화 시키겠다고 발표했다.
과연 이 대책이 어느 정도의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더 이상 의사가 현실적 어려움과 생명의 존엄성 사이에서 고민하지 않도록 정부기관은 힘이 돼 주어야 할 것이다.
환자를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가득 찬 외과 레지던트 1년차를 드라마가 아닌 현실에서 만나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