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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의대 첫 석좌교수로 새로운 모델 제시하고파”

경희동서신의학병원 유명철 교수



현역에 있을 때 보다 조금 더 여유롭게 그를 만날 수 있을 거란 기대는 인터뷰 섭외에서부터 보기 좋게 빗나갔다. 퇴임 전 못지않게 환자를 돌보고, 바쁜 병원업무 탓에 연락을 취한 날로부터 며칠을 기다려야 했기 때문이다. 퇴임 이 후 더 바빠진 건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가 멋쩍게 웃으며 대답했다.

“우스갯소리로 백수가 과로사 한다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제가 꼭 그런 것 같아요. 그전에는 진료보고 학생들 가르치기지만 하면 됐지만 지금은 퇴임을 축하한다는 주변사람들 인사도 받아야 하니까 더 바쁘네요.”

퇴임식 이후 하루는 눈코 뜰 새 없이 빠르게 지나갔다는 말이 그의 응접테이블을 보자 더 와 닿는다. 크기가 제법 되는 테이블 위는 마치 한창때의 현역시절을 연상시키듯 하얀 서류더미로 가득 차 있었다.

“지금 새롭게 추진하는 일은 없어요. 말 그대로 저는 이제 일선에서 물러난 퇴임교수니까요. 다만 제가 그동안 해온 일들에 대한 정리를 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36년간의 열정을 바친 곳이다. 하루아침에 그동안의 일들을 모두 마무리한다는 게 어쩌면 무리이다. 그러나 아직 해야 하고 하고 싶은 일들이 너무 많다. 그리고 그 일들은 그 삶의 전부라고도 할 수 있는 환자들에 의해 끝없이 생겨난다. 그렇기에 그에게 ‘퇴임’은 그저 나이라는 숫자가 부여하는 하나의 작은 의미일 뿐이다.

“쉬고싶지 않나, 이젠 좀 쉬라고 하는 주위사람들의 성화도 만만치 않지만 저는 아직 때가 아닌 것 같아요. 하루아침에 생활패턴을 바꾸면 몸과 마음도 갑자기 늙어버리게 되고 무엇보다 아직은 저를 찾고 있는 환자들을 떠나고 싶지가 않네요.”
예전과 업무 환경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퇴임은 그에게 지난 36년을 되돌아보게 해주는 쉼표가 됐다. 그는 이 쉼표를 통해 자신이 걸어온 길을 ‘열정, 꿈, 의지, 그리고 끈기’ 이 4개의 단어로 표현할 수 있게 됐다고. 그런데 앞으로 여기에는 한 단어를 더 추가된다. 그것은 바로 석좌교수라는 타이틀에서 오는 ‘영예’이다.

탁월한 연구업적 또는 사회활동으로 국내 및 국제적으로 명성이 있는 자를 교육과 연구활동을 위해 특별히 임용한 것이 석좌교수인 만큼 그것이 주는 무게감이 만만치 않다.

“‘석좌교수’라는 것 자체가 의과대학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라 기쁘기도 하지만 사실 어깨가 무겁습니다. 왜냐하면 앞으로 이 타이틀을 달고 하는 일 하나하나가 제 뒤를 이을 제자들의 귀감이 될 테니까요. 조금 욕심을 부리자면 정교수 때와는 또 다른 모습의 ‘모델’이 되고 싶습니다,”

그렇기에 그는 앞으로 제자들에게 더 많이 노하우를 전수하고 더 많이 양보할 생각이다. 또한 그동안의 연구자료를 모아 논문발표도 계속할 계획이다. 모두 석좌교수로서의 본분을 다하기 위함이다.

의사로서의 숙명이라고 여겼던 봉사활동도 계속된다.

“의사가 되길 참 잘했다고 느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봉사’입니다. 현역에 있는 동안 전국을 돌며 320회 47,000여명을 무료진료를 했었죠. 제가 더 이상 진료를 할 수 없게 될 때까지 봉사는 늘 제 소명이 될 것입니다. 만약, 조금 달라지는 게 있다면 예전에 갔던 곳을 다시 찾게 되는 정도 일 것입니다.”

또한 그가 20년 전 설립한 인공관절연구재단의 활동도 강화해 연구 지원대상도 더욱 늘리고 연구비 지원에도 힘을 실어줄 예정이다.

인생을 운동경기에 비유한다면 지난 36년 교수 재임기간을 ‘전반전’, 그리고 퇴임이후의 지금을 ‘후반전’이라고 생각한다는 유 교수. 그 인생의 후반전에는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