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피임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개선이 절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바이엘쉐링제약에 따르면 피임약 탄생 50주년을 맞아 인공임신중절 시술을 1회 이상 받은 20대 이상 한국 여성 430명을 대상으로 피임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임신중절 수술을 받은 여성의 절반 이상이 2회 이상 수술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신중절을 경험한 여성들이 시술전에 가장 많이 사용한 피임 방법은 월경주기법이나 질외사정과 같은 자연 피임 방법(67%)이 가장 많았고 실패율이 높은 편인 콘돔을 사용했다고 응답한 여성도 36%로, 비교적 피임 실패확률이 높은 방법들에 의존하고 있었다.
'특별히 피임을 하지않았다'는 응답도 13%로 3위로 나타났으며 반면 피임성공률이 높은 피임약이나 구리 루프 등의 자궁내 장치를 사용했다는 여성은 각각 4%, 3%로 매우 낮았다.
또한 반복적으로 임신중절 시술을 받았다고 응답한 비율이 높았는데 응답자의 절반 이상(56.5%)은 2회 이상 임신중절 시술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임신중절 시술을 받은 주요한 이유로 '더이상 자녀를 원치않아서'나 '경제적인 이유로' 등 모자건강이 위험한 경우 허용되는 임신중절 시술의 범위에서 벗어난 이유가 많았다.
특히 임신중절을 경험한 여성들중 64%는 월경주기법이나 질외사정 등 자연피임방법을 사용하고 있다고 응답해 임신중절 이후에도 여전히 피임성공률이 높지 않은 방법을 고수하고 있었다.
이들 여성들은 피임 방법별 효과에 대해서도 잘못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21%의 여성들은 가장 효과가 높은 피임법이 콘돔이라고 응답했으며 월경주기법이라는 응답도 6%에 달했다. 반면 복용법을 잘 지킬 경우 피임 효과가 99%이상인 피임약의 경우 9%만이 피임효과가 가장 높다고 답해 피임약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임신중절을 경험한 여성들이 피임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인터넷이나 친구주변사람 등 비교적 비전문적인 정보 채널을 이용한다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높았으며, 배우자나 성관계 파트너를 가장 신로하는 채널로 꼽았다. 그러나 의사나 학교 성교육 과정을 신뢰한다는 대답은 각각 7%와 2%로 매우 낮았다.
한편 서울 경기 지역의 산부인과를 방문한 20대 이상 여성 41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면접조사에서는 20~30대 딸과 50~60대 엄마세대가 피임약에 대한 확보한 인식의 차이를 보였다.
엄마세대의 절반 이상인 53%는 피임약의 목적을 ‘원치 않는 임신을 예방하고 임신시기를 결정하기 위해서’라고 제한한 반면 딸세대는 다른 피임방법보다 피임효과가 뛰어나고(17.4%), 사용하기 편하며(15.7%), 피임 이외에도 여드름 개선이나 월경전불쾌장애 증상 개선 효과 등 부가적 이점 때문(12.7%)에 복용한다고 답했다.
또 피임약 복용을 꺼리는 이유에 대해서는 50~60대 응답자의 경우 몸에 안좋을것 같다거나(30.9%) 나중에 원할때 임신이 잘안될수 있을 것 같다(19.1%)는 안전성이나 가임력에 대한 오해가 대부분이었으나 딸 세대의 경우 체중증가(10.9%)나 여드름 유발(6.3%) 등 외모에 영향을 주는 부작용 요인을 우려한다는 답변이 많았다.
이임순 피임연구회 회장은 "우리나라에서 심각한 임신중절 문제는 여성들의 피임에 대한 열린 인식을 바탕으로 해결 방법을 찾아야한다"며 "20,30대 젊은 여성을 중심으로 피임을 적극적으로 상담하고 주도적으로 피임법을 찾는 트렌드가 서서히 자리잡고 있는 점은 희망적"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그러나 여전히 피임방법에 대한 전반적인 오해가 깊어 실질적인 홍보와 교육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