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곧 여름 바캉스 시즌이다. 바캉스 시즌, 남녀를 불문하고 산과 바다로 떠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바캉스와 늘 따라다니는 말이 있다. 바로 “바캉스 베이비”이다.
즐거운 여름휴가가 끝나고 난 후 원하지 않은 임신을 하는 경우가 흔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피임생리연구회는 원하지 않는 임신을 예방하기 위해 반드시 피임할 것을 당부하고 나섰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피임생리연구회의 이예경 위원(산부인과전문의)은 “여름 휴가철에는 응급 피임약 처방을 문의하는 10~20대 미혼여성이 평소보다 크게 증가한다”며 “여름 휴가지에서 들뜬 기분 때문에 피임 없이 관계를 가졌다가, 원하지 않는 임신을 한 젊은 여성들이 당혹해 하는 모습은 안타깝기 그지없다”면서 바캉스 베이비 문제의 심각성을 꼬집었다.
더 큰 문제는 매년 여름 휴가철마다 같은 모습이 되풀이된다는 것이다.
원하지 않는 바캉스 베이비는 더 이상 없어야
이예경 위원은 피임문제에 있어서라면 “설마 내가”, “한 번은 괜찮겠지” 이런 식의 방심은 절대 금물이라고 주의를 당부한다. 또한, 성 관계를 시작한 여성이라면 피임에 대한 정확한 지식과 사전 피임계획 등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예경 위원은 “응급피임약에 대한 맹신은 절대 금물”이라며 “20대 미혼여성들의 경우, 응급 피임약을 사후 피임약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미리 처방해 달라’거나 ‘여러 회 복용할 수 있는 분량을 한꺼번에 처방해 달라’는 식으로 의사로서 절대 들어줄 수 없는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또한 사후 피임약이란 용어는 관계 후에 피임을 해도 된다는 식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므로 바른 표현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즉, 반드시 피임은 사전에 이루어져야 하며, 응급 피임약은 효과나 여성건강 면을 볼 때,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면 가급적 복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응급 피임약, 24시간 이내 응급 시만 복용…오남용은 금물
응급 피임약은 성관계 후 몇 시간 후 복용하느냐에 따라 피임 효과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
응급 피임약은 관계 후 24시간 이내 복용 시 95%의 피임 효과를 보이나 25~48시간 사이는 85%, 49~72시간 내 복용 때는 피임효과가 58%에 불과하기 때문. 또한 성관계 후 72시간이 지났다면 오히려 복용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따라서, 응급 피임약의 복용 후에도 임신이 될 수 있으므로 생리가 늦어진다면 반드시 임신 여부를 확인해 보아야 한다.
이예경 위원은 “응급 피임약의 효과는 월경 주기마다 한 번뿐이고, 한 번의 복용은 단 한 번의 성관계에 한해 효과가 있다”면서 “응급 피임약을 반복해 사용하는 것 또는 응급 피임약 복용 이후의 성관계에 대해서는 피임의 효과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응급 피임약 복용 후 다시 성관계를 가질 때에는 반드시 피임을 해야 하며, 호르몬제가 생리를 늦추거나 이미 임신했을 가능성도 있으므로 이때는 콘돔이나 살정제처럼 호르몬제를 포함하지 않는 피임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또한 응급 피임약은 첫 복용 시 평균 75%의 피임효과가 있지만, 반복해서 복용하면 피임효과가 현저히 감소되며, 먹는 피임약의 20~30배에 달하는 고용량의 호르몬을 함유하고 있어 오심, 구토, 두통, 피로, 유방통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의의 처방을 받아야 한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피임생리연구회는 해마다 되풀이되는 바캉스 베이비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올 여름 피임에 대해 지속적인 홍보활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한편, 지난해 산부인과 의사들의 모임인 피임연구회가 응급피임약 처방실태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바캉스 철인 7월(25%)과 8월(23.5%)에 이어 연말시즌인 12월(22.2%)에 응급피임약을 가장 많이 처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일주일 중 응급피임약 처방률이 가장 높은 요일은 월요일이 93.9%로 다른 요일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처방 시간대는 오전(60%)에 가장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