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이 진료기록을 불성실하게 기재한 상황에서 의료소송이 발생한 경우 과실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제17민사부(부장판사 이경춘)는 원고 김 모씨가 A병원의 과실 때문에 신생아가 사망에 이르렀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에서 피고에게 4800여만 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의료진이 진료기록을 불성실하게 기재해 진료경과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일어난 불이익은 환자에게 부담시킬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원고 측 주장에 따르면 지난 2007년, A병원은 간호사를 통해 원고인 김 씨에게 내진을 시행했으며 간호사는 의사의 지시 없이 자궁수축제인 옥시토신을 투여했다. 특히 의료진은 분만 중 태아심박동수와 자궁수축 감시를 세심하게 하지 못하였을 뿐 아니라 태아곤란증을 의심할 수 있는 상황에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결국 신생아는 이같은 의료진의 과실 때문에 저산소성 허혈성 뇌손상을 입어 사망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반면 A 병원 측은 “신생아가 분만 중 태아곤란증을 겪었다고 보기 어려우며 의료진의 의료상의 과실도 없었을 뿐 아니라 신생아의 사망과 인과관계가 있다고 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이에대해 재판부는 의료진이 태아곤란증을 의심할 수 있는 상황에서 내진 등을 제대로 하지 않고 무리하게 옥시토신을 투여했는지와 관련,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주치의인 김 모 씨가 잠시 출근해 원고 김 씨를 진찰했다고 주장하나 진료기록상 기재를 찾아볼 수 없으므로 옥시토신 투여 전후와 그 사이 내진은 간호사들에 의해 모두 시행됐다고 봐야한다”고 밝혔다.
또 옥시토신을 사용하는 경우 자궁 과다수축으로 인한 태아심박동수의 변화 등에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세심한 관찰이 필요함에도 일정 시간동안 A병원 의료진이 태아심박동수를 관찰했다는 진료기록은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재판부는 “의료진이 분만 중 산모와 태아에 대한 감시ㆍ관찰을 세심하게 하지 않은 상태에서 옥시토신을 투여하고 투약량을 늘려갔다”며 “의료진이 태아곤란증에 대한 적절한 조치 없이 무리하게 질식분만을 시행해 신생아가 사망에까지 이르게 됐다고 볼수 있는 근거가 상당하다”고 판단, 이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다만 태아심박동수의 측정만으로 태아곤란증을 정확하게 진단하기는 어렵고 원고 김 모씨가 분만 직전 교통사고를 당했다는점, 분만 36주 5일 무렵에 헤르페스 감염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해 피고의 책임비율은 20%로 제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