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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당번약국 시행, 약사들 “우리는 피곤해!” 불만

일방적인 약사 희생 강요 우려…지방약국 시행 어려워

보건복지부가 일반약 슈퍼판매의 대안으로 대한약사회가 제안한 당번약국 운영을 시행키로 한데 대해 ‘현실성 없는 무리한 방안’이라며 약사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번 발표를 두고 일선에 있는 약사들이 “약사의 희생만 강요한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것. 심야약국과 달리 이번 당번약국은 전국 규모로 실시되기 때문에 약사들의 협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에서 이들의 목소리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들이 불만을 제기하는 주장의 요점은 매출에서 극히 미미한 부분을 차지하는 가정상비약을 팔기위해 자정까지 약국 문을 여는 것은 경영면에서도 무리가 따를 뿐 아니라, 약사들의 개인적인 삶에 대한 희생을 요구하는 방안이라는 것이다.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이하 약준모)은 복지부 발표가 있던 3일 논평을 통해 “위 아래로 소통이 전혀 되지 않는 상황과 한정된 틀 속에서 대안찾기를 골몰하다 결국 회원들을 육체적, 정신적 혹사의 길로 내모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며 대한약사회를 비난했다.

약준모에 따르면, 현재 전국 약사들은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연간 평균 노동시간인 2357시간 보다 무려 1500여 시간을 더 일하고 있다.

여기에 현실적으로 내방객이 거의 없을 것인데도 불구하고 두 시간씩 야근을 더 하라는 것에 대해 “약사들더러 개인적인 삶을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포기하라는 강요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현장에 있는 약사들의 반응도 다르지 않다. 특히 지방약국의 경우 자정까지 약국 문을 여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의견이다.

강원도에서 근무하는 A약사는 “병원 근처가 아닌 약국은 솔직한 얘기로, 먹고살기 힘든 수준이다. 겨우겨우 문만 열고 있는 것이다”며 “평소에도 손님이 없는 약국들이 자정까지 문을 열고 손님을 기다려야 한다니 이제 그런 스트레스까지 견뎌야 하냐”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서울이라면 모르겠지만 지방에서 당번약국이 제대로 시행이 될지 의문”이라며 “초기에는 어떨지 모르지만 없는 손님을 기다리다 보면 금세 지칠 것”이라고 전했다.

지속적으로 당번약국이 제대로 시행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또 있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B약사는 “시행초기부터 시민단체와 언론에서 제대로 문을 여는지 감시할게 뻔하다”며 “몇 군데만 문을 열지 않아도 ‘(당번약국은) 실패했다’며 슈퍼판매에 대한 요구가 금방 나올 것”이라고 회의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약준모는 시행에 앞서 ▲심야시간대 약 구입 불편관련 검증 ▲지자체와 협의해 지역여건 맞게 시행 ▲치안에 대한 안전장치 마련 ▲대한약사회 산하 총괄 기구 설치 등의 대책마련을 요구했다.

그러나 당번약국이 이르면 이달 중순께부터 시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옴에 따라, 약사들의 요구가 반영되기에는 시간이 촉박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