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약 슈퍼판매 품목이 확정되면서 향후 시장경쟁을 통한 가격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러나 가격하락으로 인한 손실보다는 판매유통로 확대를 발판삼아 일반약 시장의 침체기를 벗어날 호재가 될 것이라는 여론이 우세하다.
우리나라보다 10여년 앞서 슈퍼판매를 추진한 일본의 사례를 통해서도 향후 국내 일반약 시장의 성장을 유추해 볼 수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증권가에 따르면 일본은 1998년부터 2009년까지 12년간 3차 개혁을 통해 일반약 약국외 판매가 마무리됐다. ▲1차 개혁(1998)-드링크제, 비타민 ▲2차 개혁(2004년)-소화제, 정장제 ▲3차 개혁(2009년) 일반약 95% 소매판매 허용의 절차를 거쳐 왔다.
일본의 체계적인 개혁은 잠재수요 유발에 따른 새로운 시장창출을 가져오며 ‘실보다는 득이 많은’ 결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 1차 개혁 시행 후 매년 일정하게 축소되던 일본 의약품 시장의 하락세가 진정됐으며, 2차 개혁 뒤에는 2005년 -4.0%, 2006년 -2.0%, 2007년 -1.1%로 낙폭이 점차 축소되다가, 마침내 2008년 0.9% 플러스 반등에 성공했다. 향후에도 일본 일반약 시장의 플러스 성장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보건복지부 중앙약사심의위원회 회의 결과를 통해 12개 제품이 풀린 드링크제 시장의 경우 일본의 사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슈퍼판매 이후 시장규모가 급격한 성장을 보였기 때문.
1차 개혁에 포함됐던 드링크제는 시장규모가 규제 이전 1,014억엔에서 2005년 1,300억엔으로 2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행 1년 후 거의 모든 소매점에서 드링크제가 판매됐다. 이렇듯 시장이 확대되면서 제품간 경쟁이 유발되다 보니 판매가격이 3%가량 하락하기도 했다. 그러나 평균 구입횟수가 25% 증가하면서 시장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셈이다.
이렇듯 드링크제가 빠른 성장을 보인데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잠재 수요가 유발된 점 ▲타 의약품보다 부작용 우려가 낮은 점 ▲소비자 건강에 대한 인식이 제고되면서 탄산음료 수요가 대체된 점 등을 꼽았다.
드링크제와 위장내복약의 경우 규제가 완화된 후 시장규모가 약국과 슈퍼의 비중이 50:50에 가까울 만큼 분산되는 양상도 보이고 있다.
드링크제는 규제완화 후 약국과 슈퍼의 비중이 57.4:42.6, 위장내복약은 47.5:52.5로 분산됐다.
일본의 사례에 미뤄볼 때 국내 일반약 시장도 유통로 확대를 통한 경쟁유발, 이로 인한 가격하락이 전망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박카스의 경우 약국에서 거의 마진 없이 판매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약국 독점 판매라는 틀에서 가격이 보호돼 온 것이 사실”이라며 “드링크제의 양대산맥이라 할 수 있는 ‘비타500(광동제약)’과의 경쟁을 통해 가격경쟁은 불가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경쟁을 통해 극심한 침체를 겪었던 국내 일반약 시장의 불씨가 다시 살아나길 기대하는 것이 업계 분위기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몇몇 업체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국내 제약사들의 일반약 매출은 미미한 수준이라 사실상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며 “당장 눈에 띄는 매출 성장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제약사들이 점차 일반약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슈퍼로 풀린 제품이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남은 의약품 재분류 결과를 더 지켜본 후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모 제약사 관계자는 “이 정도 수준으로는 전체적인 일반약 시장 성장을 예견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의약품 재분류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는지를 봐야 알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