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제약산업 전망을 두고 제약업계 안팎에서 느끼는 온도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가에서는 하반기 제약업계 실적이 반등할 것이라고 예상하는데 반해, 제약업계 종사자들은 오히려 약가인하 등의 정부 정책으로 인해 침체기가 악화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먼저, 주요 증권사들은 하반기 들어 제약산업이 침체기를 벗어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2,000억원에 달하는 고혈압치료제의 연이은 특허만료와 대형 제네릭 신제품 출시, 여기에 곧 시행을 앞둔 슈퍼판매를 통한 일반약 시장 활성화 등이 상승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에 따라 하반기 제약산업은 정부 규제 정책 시행에 따른 악재 반영과 함께 침체된 제약사들의 외형 성장이 회복되고, 블록버스터 고혈압치료제의 특허 만료와 함께 대형제네릭 신제품의 출시로 국내 제약사의 점유율 상승이 예상된다는 것.
증권가에서는 정부 규제로 1년 가까이 지속된 악재 요인이 “이미 주가에 모두 반영될 만큼 반영됐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HMC투자증권 최종경 선임연구원은 “작년 하반기부터 제약업종은 국내 제약사 중심으로 영업실적 악화를 동반한 주가하락이 이어지고 있다”며 “그러나 하반기부터는 실적 반등과 함께 주가 반등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이런 상황에서 리베이트 단속 강화와 함께 근절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어 대형 제약사 주도의 시장 재편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약가에 직접적인 타격을 줬던 기등재의약품목록정비 사업은 이미 주요 적응증군에 대한 약가 인하가 마무리 돼 추가 인하에 대한 우려가 크지 않다는 의견이다.
2,000억원대 규모의 고혈압치료제들이 특허만료 되면서 기대했던 제네릭 시장 확대도 하반기부터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미 630억원대의 ‘아타칸’(아스트라제네카), 670억원대의 ‘아프로벨’(사노피아벤티스)가 특허만료 됐으며, 오는 11월에는 820억원대의 ‘디오반’(노바티스)도 특허만료 된다. 따라서 제네릭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동아제약, 종근당 등의 상위 제약사들의 시장점유율 상승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최근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일반약 슈퍼판매에 역시 업계에는 이득이 될 것이라는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의약외품으로 전환을 준비 중인 48품목에 대해 현재 제약사들은 약사들과의 관계, 신규 유통망 지출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지만, 향후 약사법 개정으로 감기약, 해열제, 소화제 등의 슈퍼판매가 이뤄지면 극심한 침체기에 놓여있던 일반약 매출이 전환기를 맞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반면, 현장에서 피부로 체감하는 제약업계 관계자들의 입장은 다소 차이가 있다. 얼어붙은 영업환경으로 인해 기대했던 제네릭 호황기는 먼 얘기가 돼 버렸고, 정부가 오리지널과 제네릭의 약가인하 방안을 공식화하면서 불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분위기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지난 1년도 겨우 버텼는데 약가를 또 인하하겠다는 정부가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상반기, 하반기, 올해, 내년의 문제가 아니라 요즘 같은 분위기면 한국 제약산업이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생존이 달린 시기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증권쪽에서 어떤 기준으로 하반기에 더 나아질 것이라고 예측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갈수록 정부의 압박은 강도가 세지고 갈수록 업계는 힘들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다른 제약사 관계자도 “쌍벌제와 공정경쟁규약이 도입되면서 신제품을 내놔도 영업할 길이 쉽지가 않다”며 “특허만료 약이 쏟아진다고 한들 신제품의 영업이 막히고 다른 품목은 약가가 줄줄이 인하되는데 하반기라고 나아질게 뭐가 있겠냐”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