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준비 중인 약가인하 방침에 대해 제약사 CEO 116명이 서명한 탄원서가 14일 청와대 등에 전달됐다.
한국제약협회(회장 이경호)는 지난 6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미래위원회 4차 전체회의에서 그간 진행됐던 계단식 약가산정방식을 폐지하고, 특허만료 오리지널 의약품과 제네릭 약가인하를 논의하자, 다음날인 7일부터 각 회원사의 서명을 받기 시작했다.
정부가 논의하고 있는 약가인하 방안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퍼스트 제네릭이 등재된 오리지널 특허만료약의 경우 현행 보험약가를 80%에서 70%로 낮추고, 퍼스트제네릭의 경우에도 1년 이후 제네릭이 5개 이상인 경우 50%수준의 ‘동일성분 동일함량 동일가격’으로 가겠다는 것.
제약협회는 이에 대해 “기등재목록정비사업과 시장형실거래가제도로 인해 최소 1조원~최대 2조원의 약가인하 충격이 있는 상황에서 또 다시 정부가 3조원 가량의 피해가 발생하는 약가인하 정책을 강행한다는 것은 제약산업 말살정책”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탄원서에는 이미 진행되는 약가인하의 충격과 기업경영의 어려움을 감안해 추가 약가인하 정책은 기등재목록정비사업이 종료되는 2014년 이후에 검토해 줄 것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탄원서는 청와대와 보건복지부,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등 관계기관은 물론 의협, 약사회 등에도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제약사들의 목소리가 1주일여만에 결집될 수 있었던데는 “더 이상은 두고 볼 수 없다”는 제약업계의 의지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불과 2~3년내 쏟아진 약가인하 정책만 몇 가지냐”며 “처음에는 건강보험 재정 적자로 인한 정부 고충도 이해하려고 했지만 이제는 상식적인 수준을 벗어났다. 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정책을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내놓고 있다”고 비난했다.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책임을 제약사의 책임으로 돌리는 듯한 정부의 태도에 대해서도 불만이 터져 나왔다.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따지고 보면 건강보험 재정 악화를 초래한 것은 정부의 잘못된 정책 탓”이라며 “환자식대 보험화 등 포퓰리즘 정책을 펼친 뒤 적자난 재정을 왜 제약사의 희생으로 떠넘기는가”라고 항의했다.
이어 그는 “인기를 끌기 위해 앞뒤 생각 않고 책임도 지지 못할 정책을 만든 뒤 적자가 나니까 약값이 비싸다느니 하는 이유를 들어 메우려 한다”며 “제약산업이 몰락하면 다음엔 누가 책임을 질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복지부는 휴가일정 등으로 건정심을 2주가량 늦춰 이번 약가인하에 대한 방안은 다음달 초쯤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