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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국민건강권 포기의 날” 약사들 분노 ‘절정’

전국 약국 25% 폐업 우려…대한약사회 투쟁선포식 예고

“전국 2만개 약국 중 약 5,000곳은 하루 처방건수가 30건도 안 된다. 그나마 일반의약품 판매로 최소한의 수입을 내던 곳들이다. 결국 그 5,000곳은 폐업하게 될 것이다”

“장관 한 사람의 사퇴를 요구해서 끝낼 일이 아니다. 국민 편의을 위한다고 풀었던 규제가 결국은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거대한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이다”

정부를 향한 약사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 한심한 정부, 무능한 정부를 넘어 ‘미친 정부’라는 과격한 표현도 서슴지 않는다.

보건복지부가 29일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 감기약, 소화제, 파스류 등의 ‘약국 외 판매약’을 판매토록 하는 약사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한다.

이로써 약을 판매할 수 있던 약사 고유의 권한이 사실상 약에 관한 지식이 전무한 일반인에게도 일정부분 넘어가게 된 셈이다. 약사들은 이번 정부의 결정에 대해 심각한 주권침해는 물론, 국민건강에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 시약사회 회장은 “오늘은 국민건강권이 무너진 날이다. 이제 국민건강권은 누가 지켜야 하나? 스스로 알아서 지켜야 된다. 약사들의 문제를 떠나 국민입장에서 통탄해야할 일”이라며 “복지부가 발표한 내용을 보면 치졸하기 짝이 없다. 의견을 제출받겠다고 하지만 이미 전문가의 도움 없이 개정안을 발표한 것이 발표 용어들만 봐도 알 수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그는 “가장 큰 문제는 우리나라 보건의료가 철학 없이 후진국형으로 되돌아간다는 점”이라며 “종편채널을 먹여 살리고 유통재벌을 살찌우는 정책의 이면을 국민들에게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젊은 약사단체들 역시 약사의 주권에 앞서 국민건강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약준모 관계자는 “어르신들은 진통제 등을 남용하는 분들이 많다. 지금까지는 약을 많이 사가시면 잔소리라도 할 수 있었다. 이제 그분들이 마트에서 ‘원플러스원’에 판매하는 약들을 쌓아두고 남용하실 생각을 하니 끔찍하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특히 복지부가 ‘약국 외 판매약’의 예시로 제안한 품목이 타이레놀, 부루펜, 아스피린(해열진통제), 베아제, 훼스탈(소화제), 제일쿨파스, 신신파스에이(파스) 등이라는 점에서 약사들은 정부가 일반의약품의 규제를 대부분 풀겠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이럴 경우, 현재 일반의약품 수입이 약국 운영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영세한 규모의 약국은 사실상 폐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결국 동네약국의 잇단 폐업으로 전문가가 없는 마트에서만 약을 구입하게 되는 상황을 초래한다는 것.

약준모 관계자는 “그간 동네약국이 해왔던 보건정보 전달의 기능은 물론 의료자원으로서의 약사기능을 무시함으로써 잃게 되는 점이 클 것”이라며 “약사도 국민이다. 정부가 국민 한사람의 생존권을 뺏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일선의 약사들 역시 이번 개정안 발표를 접한 뒤 허탈해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동작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한 약사는 “아무리 약사들이 단합이 안 되는 집단이라고는 하지만 어쩌다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일방적으로 당해야만 했는지 모르겠다. 솔직한 심정으로 약사라는 직업에 대해 회의감이 느껴지고 있다. 어느 순간부터 약사가 욕먹는 직업군이 된 것이냐”며 하소연했다.

한편, 대한약사회는 오는 2일 ‘약사법 개악저지 투쟁선포식’을 개최하고 비상투쟁위원회가 복지부 장관을 항의방문 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8월20일까지 전국 2만약국에서 대국민 100만 서명운동을 전개해 나간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