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민 장관이 약가인하를 강행하겠다고 밝히면서 제약협회가 어떤 최후 승부수를 띄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국정감사 첫 날인 26일은 제약업계 최대 현안인 약가인하가 ‘뜨거운 감자’가 되리라는 업계관계자들의 예상과는 달리 다소 싱겁게 마무리됐다.
특히 지난 20일 심평원 국정감사에서 일부 보건복지위원회 의원들이 약가인하의 가혹함을 지적한터라, 제약업계로서는 이들이 임채민 복지부장관을 향해 강하게 지적해줄 것을 내심 기대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오히려 결론은 임 장관의 약가인하 강행 의지만 확인한 자리가 됐다. 임 장관은 제약업계에 지나친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약가인하는 불가피하며 예정대로 내년 1월 변경고시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약가인하로 최소 50만명 어려움에 처해”
약가인하에 대한 언급은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인 자유선진당 이재선 의원의 입에서부터 나왔다.
이 의원은 정부의 8.12약가인하 정책으로 향후 15만여명, 가족포함 60만 여명 이상의 대량 고용위기가 일어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제약협회가 주장했던 2만여명 실직에서 한발 더 나간 파급력을 전망한 것.
이재선 의원은 “최근 추진하려는 정부의 무리한 약가인하 정책은 제약업계의 경쟁력을 악화시켜 대규모 실업자를 양산하고, 제약산업의 투자위축을 불러와 결국 국민들이 더 큰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의원에 따르면 3조원대의 제약업계의 손실 및 감축 분은 취업유발계수 10억원당 8.4명임을 감안할 때 30%대의의 대규모 실직효과가 나타나 37개 주요 제약업계 2만 5000여명을 비롯, 원료생산, 유통 등 유관산업 및 가족까지 확대하면 최소 50여만명이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정부의 강압적인 약가인하 정책이 ‘자칫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산간 태우는 격’으로 대량실직사태와 투자위축, 기업 경영난으로 이어져 국가 경제에 큰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의원은 “건강보험의 약제비 증가원인을 종합적으로 면밀히 검토해 국가적으로 그 정책이 단편적인가, 아니면 합리적이고 적정한가에 대한 신중성이 요구된다”며 전면검토를 촉구했다.
정부가 내놓은 ‘당근’ 정책 실효성 의문
또한 정부는 약가인하 발표 이후 ‘혁신형 제약기업’을 선정해 지원하는 ‘제약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키로 한데 이어 지난 20일부터 ‘범부처전주기 신약개발사업’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약가인하라는 ‘채찍’과 함께 제약업계에 주는 일종의 ‘당근’인 셈인데, 그 실효성에 대해 의문이라는 것이 그간 업계의 분위기다.
국감에서도 역시 이 같은 지적이 나왔다.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은 “10개 이상의 글로벌 신약을 개발하겠다는 데 총 사업비는 고작 1조 600억원”이라며 “한 개의 신약개발 연구비에 평균 12년간 한화 약 1조원 이상이 투입되는 걸 볼 때 우리 정부의 예산은 1/10 수준”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국내 제약사의 경우 가장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임상 3상 시험에서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정부의 현재 신약개발사업 기획 보고서는 임상 2상까지만 지원한다는 가정 하에 기획됐다는 것.
이재오 의원은 “2상까지만 지원하기로 가정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실제 필요비용은 4조~6조8000억원”이라며 “부족한 예산을 감안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약협회, 29일 임시총회서 어떤 카드 꺼낼까
한편, 정부 스스로 약제비 증가의 원인이 약가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인하만을 강조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한나라당 원희목 의원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은 2009년 약제비 증가분석요인과 관리방안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약제비 증가의 원인에 의약품의 가격은 요인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의료기관 이용횟수와 노인인구의 증가로 인한 외래증가 및 처방수의 증가를 요인으로 분석했다.
원 의원은 “약제비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약가가 원인이 아니라 의료이용량과 처방량이 요인”이라며 “약가를 일괄적으로 인하해도 의료이용 제한과 처방량을 제한하지 않으면 약제비는 계속 증가할 것이고,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임 장관이 ‘예정대로 강행’의 뜻을 굽히지 않으면서 제약업계는 사실상 ‘최후의 몸부림’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미 제약협회는 긴급이사회를 소집해 8만 제약인 궐기대회와 하루 동안 전 회원사 생산중단을 시행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따라서 오는 29일 열릴 임시총회에서 제약협회가 어떤 초강수의 카드를 꺼내들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