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약국외판매 가정상비약 품목을 공개했지만 제약업계는 시큰둥한 분위기다.
보건복지부가 잠정확정한 24개 품목가운데 현재 생산중인 13개 품목을 놓고 봤을 때, 각 품목별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낮은데다 소포장, 장소제한 등의 사항을 고려하면 매출증가로 이어지기는 힘들다는 분석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약국외판매를 통해 매출이 대폭 증가된 대표적인 예는 동아제약 ‘박카스’다.
특히 슈퍼공급을 위해 재생산된 박카스F의 경우, 음료시장의 비수기인 9월 출시됐음에도 급격하게 매출이 성장해 박카스의 2011년 매출은 전년 대비 26.6% 가량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박카스는 동아제약 매출의 15%이상을 차지하는 대표품목이라는 점에서 타 상비약과 비교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실제로 이번에 포함된 ‘판피린’의 2010년 매출은 237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2.8% 수준이며, ‘훼스탈’의 매출은 86억원으로 한독약품 전체 매출의 2.7% 밖에 되지 않는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박카스는 매출 1000억원이 넘는 블록버스터다. 이번에 지목된 품목들도 각 효능에서는 대표품목이지만 회사 전체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낮은 제품들이기 때문에 공격적인 마케팅을 준비하는 회사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가 약국외판매로 잠정 확정한 상비약 품목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품목은 ‘타이레놀’이다. 2010년 기준(IMS 및 각사 공시자료) 매출액은 283억원 가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타이레놀은 이번에 발표된 품목 가운데 유일하게 다국적제약사가 판매하고 있는 품목이다.
타이레놀을 제외한 품목 가운데서는 한독약품의 ‘훼스탈’과 삼일제약의 ‘부루펜’, 대웅제약의 ‘베아제’가 높은 매출을 기록하는 제품군이다.
훼스탈의 경우 ‘훼스탈골드정’의 매출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훼스탈플러스정’은 약 86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삼일제약의 대표품목인 ‘부루펜’은 연매출 83억원을 기록하고 있으며, 베아제는 ‘베아제정’과 ‘닥터베아제정’을 합한 매출액이 50억원대다.
동아제약 ‘판피린’의 경우 ‘판피린큐’까지 합한 전체 매출액은 237억원에 달하지만 복지부가 약국외판매로 검토하고 있는 ‘판피린티정’은 1억원대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약 비중이 지난해 들어 16~17%수준으로 크게 낮아졌다. 판매, 유통로가 확대된다 하더라도 전문의약품에 치중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업계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