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7 (화)

  • 구름많음동두천 20.9℃
  • 구름조금강릉 22.7℃
  • 흐림서울 21.7℃
  • 맑음대전 24.6℃
  • 맑음대구 25.7℃
  • 구름조금울산 23.8℃
  • 맑음광주 23.4℃
  • 구름조금부산 25.1℃
  • 맑음고창 23.7℃
  • 구름많음제주 23.0℃
  • 구름많음강화 21.1℃
  • 구름조금보은 22.0℃
  • 맑음금산 23.5℃
  • 구름조금강진군 24.4℃
  • 구름조금경주시 25.0℃
  • 구름조금거제 24.9℃
기상청 제공

병원/의원

“의협측 설문조사…출구전략으론 가장 큰 패착”

권용진 교수, 전문가단체 입장 포기 등 3가지 문제점 제시

대한의사협회의 포괄수가제에 대한 대국민 여론조사는 의사협회가 전문가 단체를 포기하는 것과 같은 만큼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와 함께 정부와의 대화를 공개적으로 제안해 포괄수가제에 대한 논의와 함께 수가체계 전반, 건강보험 패러다임 자체로 아젠다를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서울의대 권용진 교수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설문조사 방침 철회하고, 정부와 대화를 공개적으로 제안해야 한다'는 글을 통해 이 같이 주장했다.

권 교수는 “의협의 설문조사 방침이 진실이 아니길 바란다”며 의협 설문조사에 대해 세 가지 문제를 제기했다.

권용진 교수는 “의사협회는 전문가단체로서 그들이 고유하게 가지는 ‘전문성(지식과 직업윤리)’을 근거로 사회에 의견을 말하는 단체”라면서 “국민들에게 물어보겠다는 것은 그들이 전문가 단체로서 정체성을 포기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라고 환기시켰다.

그는 이어 “설령 의사협회가 전문가 단체로서가 아니라 이익단체의 위상으로 주장을 하고 있다고 한다면, 그 상대가 국민과 정부인데 상대방에게 의견을 물어서 내 입장을 정하는 꼴이 된다”고 꼬집었다.

권 교수는 “지금까지의 의사협회 주장이 이익단체로서 행동이라면 의료의 질 하락 같은 얘기는 전문성에 근거한 주장이 아니라 그냥 전략”이라며 “이들의 얘기를 안 들어 줘도 되는 얘기로 이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협상과 전략 차원으로만 생각해보면 더 큰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앞으로도 의사협회는 중요한 결정을 할 때마다 국민들에게 물어보겠느냐는 것이다.

그는 “내가 정부나 시민단체라면 수가 협상때마다 설문조사 하자고 하겠다”면서 “결국 의사협회는 백전백패할 게 뻔하다.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선례를 남길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권 교수는 “많은 회원들이 협상 전문가라고 자처했던 노환규 회장이 무엇인가 더 큰 전략을 갖고 있을거라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도 “국민을 볼모로 하겠다고까지 했던 의사협회가 택한 ‘출구전략’ 치고는 지금까지 한 일 중에 가장 큰 패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마 내가 정부라면 세군데 쯤 시민단체나 정부기관에 부탁해서 여론조사 하고 있을 것”이라며 “더 곤란한 지경이 되기 전에 ‘설문조사’ 방침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대로 가면 회원들이 돌아서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의사협회는 점점 나 홀로 강경투쟁을 하게 되고(국회 앞 또는 복지부 앞 천막농성과 단식투쟁 같은) 몇 사람은 격려방문을 하겠지만, 저수가 체계라는 건강보험의 근본문제를 고쳐야 한다는 민초 의사들의 주장은 공허한 메아리가 될 공산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에 권용진 교수는 정부와의 대화를 공개적으로 제안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권 교수는 “결국은 대화의 테이블을 만들어야 하는데 의사협회가 너무 작은 이슈를 들고 감정적으로 싸움을 벌이고 있다”면서 “지금이라도 수가체계 전반, 건강보험 패러다임 자체로 아젠다를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물론 마주 앉는다고 하더라도 당장은 정부도 의사협회도 많은 연구와 대안을 갖고 있지 못하다”며 “이런 현실이 서로 할 말을 없게 만들고 그냥 싸움을 계속 해야 하는 상황만 연장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유일한 대안은 일단 서로 마주앉아 미래를 위한 대안을 공동 모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용진 교수는 “의사 회원들과 국민들에게 모든 과정과 논의 근거를 공개하면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면서 “정부가 한 5억 원쯤 내고 의사협회가 2억 원쯤 내서 공동연구를 해가면서 미래를 모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대로 가면 모두가 패배자가 되는 슬픈 결론만 남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