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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醫·病갈등 시한폭탄…병원의사노조 추진 뇌관?

근무의사 처우 개선 위해 vs 단체행동으로 진료차질 우려

최근 노환규 의사협회장이 병원 의사노조를 만들겠다고 밝히며 병원계와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노환규 회장은 의사의 권리 보호와 의료제도 개선을 위해 9월중 전국의사노조 설립을 추진하겠다며 의사노조 설립은 의권 투쟁을 위한 초석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병원이라는 특수성, 상하관계에서 고용주를 상대로 전공의 등이 최소한의 권리조차 요구하기 힘든 상황에 기본적인 요구를 할 수 있는 단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반면 병원계는 봉직의, 전공의 등을 아우르는 의사 노조 설립을 추진하는 데 대해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전공의를 선동해 혼란을 야기하려는 행보를 계속할 경우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수년전에도 전공의협을 중심으로 표준화된 전공의 수련안 마련 및 전공의 처우 개선과 법적 지위 보장 등을 요구하며 노조 설립이 추진됐는데 당시에도 수련병원들은 전공의들의 단체행동 때문에 생길 수 있는 진료 공백 등을 이유로 노조 설립에 반대했다.

또 대다수 병원이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노조 설립보다는 정부의 협력 아래 수련교육 환경과 근로조건을 점진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강하게 밝혀 노조 가입을 두고 전공의와 경영자 간의 마찰이 있었다.

문제는 병원의사노조 발언이 병원계와 갈등이 커진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의사협회와 병원협회는 7개질병군 포괄수가제를 놓고 대립각을 세웠는데, 특히 노환규 회장이 병원협회는 경영자들의 단체라고 규정하며 관계는 급속히 악화됐다.

이와 함께 노환규 회장은 병원 봉직의들의 처우개선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는데 병원협회가 경영자의 입장을 대변할 뿐이고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대학교수와 봉직의, 그리고 전공의 등 협회 회원들의 권익이 그 동안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며 이들이 존중과 보호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밝히며 병원협회와 마찰을 예고했다.

또 지난달에는 봉직의를 중심으로 한 병원의사협의회가 재건준비위원회를 발족했다.

이날 1차 회의에서 “투쟁에 공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봉직의들은 병원장의 말 한 마디에도 해고될 수 있는 존재인 만큼 협의회에서 봉직의들의 신분을 보호 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병원의사협의회에서 봉직의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는데 이 부분이 병원의사노조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특히 병원의사협의회 발족에 의사협회가 적극 나서고 있는 모습도 병원계를 불편하게 하고 있는 대목. 봉직의 등이 회원 구성에 40%를 차지하는 의사협회에서 특별위원단을 만들어 추진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병원의사노조 논란이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는 노동자라는 인식이 확산됐다는 것도 큰 문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진료를 할 때는 환자를 살리는 의사이지만 병원 내에서는 근로노동자에 불과해 결국 병원여건에 따라 의사가 스스로 최상이라 생각하는 진료를 하지 못하고 기업 룰, 병원 이익에 따른 진료를 하게 된다는 것도 의미하는 것이다.

이미 전공의들이 과도한 근무시간으로 제대로 된 진료를 하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 안팎에서 나오고 있고, 이러한 현실 개선은 기존의 법적 테두리 안에서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경영자의 결정에 따르게 되는데 여기서 전공의들이 제대로 된 의견을 제시하지도, 반영되지도 않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의사가 노동자가 아니다. 국민의 생명을 책임진 공익집단이 노조를 만들어 거리투쟁하고 협상의 무기로 파업 수단까지 동원하게 된다면 사회적 혼란은 불 보듯 뻔하다’라며 반대하는 의견과 ‘최소한의 진료환경도 안되는 열악한 병원 환경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을 경영자가 못지켜 주니 스스로라도 지켜야 한다’며 노조 설립을 찬성하는 글 등 찬반논쟁이 치열하다.

특히 설비 찬성 글 중 ‘공무원·교원도 노동조합이 있고 건보공단·심평원도 민노총 소속인데 왜 의사는 노동조합을 만들면 안되냐’며 의사만은 안 된다는 사회적 편견에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글도 있다.

병원의사노조 문제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사항은 아니지만 의사와 병원간의 합의는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의사와 병원이 불협화음을 내면 결국 불안해하는 것은 국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