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협회는 복지부가 산부인과계와 비공개 회동을 통해 포괄수가제 등 8개 사안에 대해 개선하겠다는 보도내용에 대해 매우 불쾌한 입장의 성명서를 냈다.
대한의원협회는 25일 성명서를 통해 “지난 20일 산부인과 학회 및 의사회 등 산부인과계와 보건복지부 사이에 비공개 회동이 있었다”며, “최근 언론 보도에 의하면 정부는 분만수가 인상, 다인실기준 완화, 태아심음자궁수축검사 수가 인정,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초빙료 산정 인정, 요양병원입원료 산부인과전문의 차등 산정 인정, 자궁질도말세포검사 채취료 부분 요양급여 대상 별도수가 산정, 질강처치료 수가 인정, 포괄수가제 개선 등 총 8가지 사안에 대한 보고서를 내고 앞으로 산부인과계와 논의를 통해 구체화시키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의원협회는 “왜 지금인가”라 묻고 “위 8가지 사안은 이미 수년에 걸쳐 산부인과계가 정부에 제안한 내용이다. 전혀 새삼스러울 것이 없는 내용이다. 그 동안 정부는 철저히 산부인과계의 의견을 무시해오다, 지금에서야 그 문제를 들어주겠다며 ‘끝장토론’ 운운하며 호들갑을 떨었다.”고 지적했다.
또 “강성 의협 집행부의 약화, 의사내부 분열 획책 및 의사 길들이기가 필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강성인 의협 집행부와의 대화는 철저히 단절한 채, 대신 각 과별 각개격파를 통해 의사내부를 분열시키고 의협 집행부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쉽게 얘기해서 의협 집행부 말 듣지 않고, 대신 정부 말 들으면 떡고물 하나 더 주겠다는 심산이다. 이미 예전부터 사용해왔던 정부의 간교한 술책에 불과하며, 의협 집행부가 힘이 없을 때에는 의사들의 어떠한 제안도 무시로 일관했던 그들의 과거가 이를 증명한다.”고 비난했다.
의원협회는 산부인과계의 빈익빈 부익부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명에서 “정부가 제시한 8개 사안은 주로 분만을 위주로 하는 대형 산부인과가 혜택을 보는 사안이다. 대부분의 산부인과 의사들은 분만을 접은 채, 피부 비만과 같은 산부인과와 관련이 없는 비급여 진료로 연명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산부인과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것이라면 산부인과 의사들이 산부인과 의사로서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수가 몇 가지 조정하는 정도의 미봉책으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수 없으며, 오히려 산부인과 내부의 부익부 빈익빈만 악화시킬 것”이라고 반발했다.
협회는 상대가치 총점 고정의 원칙을 들어 문제를 지적했다.
“정부는 각 과별 모든 행위에 대한 상대가치의 총점을 고정하고 있다. A라는 행위의 상대가치가 상승하면, 총점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다른 행위의 상대가치가 감소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전제했다.
이에 따라 “만약 이번 정부의 제안처럼 산부인과의 몇 가지 행위에 대해 수가 인상이 이루어지면, 상대가치 총점을 고정하기 위해 다른 행위의 상대가치는 감소할 수밖에 없다.”며 “설령 산부인과의 상대가치 총점이 다소 증가한다 해도 결국 다른 과의 상대가치가 조정될 가능성이 높아 과간 갈등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전형적인 조삼모사 정책”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만약 다른 행위의 상대가치 인하 없이 상기 사안들의 수가가 현실화되려면, 정부 스스로 상대가치 총점을 고정시키는 원칙을 버려야 하며, 또한 수가인상을 위한 별도의 재원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이러한 부가적인 조치 없이 수가인상 운운하는 것은 또 하나의 의사 기만 행위가 될 것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성명에서는 이 사안이 결국 정부에 대한 신뢰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의원협회는 “정부는 자신들이 불리하거나 상대의 힘이 강할 때는 상대의 요구를 들어주는 척 하다가, 상황이 역전되어 정부의 힘이 강해지면 언제던지 기존의 약속을 뒤집어 왔다. 대표적인 것이 의약분업이다. 자신들이 불리할 때 수가인상이라는 당근을 제시하고, 자신들이 유리할 때 가차없이 수가를 인하시켜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포괄수가제의 가장 큰 피해자 중 하나인 안과 역시 마찬가지였다. 행위별수가제보다 더 높은 수가를 책정하여 포괄수가제로 유도한 후, 대부분의 안과의사들이 포괄수가제에 참여하자 느닷없이 행위별수가를 근거로 수가를 인하시켜 버렸다”는 지적이다.
의원협회는 이번 사안 역시 마찬가지라는 주장이다. 즉 “그들의 의도대로 의협 집행부의 힘이 약해지거나 의사들이 분열되는 양상을 보인다면, 정부는 언제든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릴 것이 분명하다. 결국 정부에 대한 신뢰의 문제”라고 밝혔다.
“정부의 과거 행태가 정부를 신뢰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정부 정책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정책에 대한 신뢰성을 담보해야 하나, 지금까지의 정부 행태는 신뢰성을 전혀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의원협회는 이번 사안을 산부인과를 살리기 위한 근본적인 정책이 아닌, 의사들의 분열을 획책하는 불순한 의도의 미봉책으로 규정한다고 밝혓다.
성명에서 “정부가 정말 산부인과를 살릴 의도가 있다면, 산부인과 의사가 오로지 산부인과 진료행위만을 통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정부 정책에 신뢰를 가지도록 그간 자신들이 행해왔던 행태에 대한 뼈저린 자기반성이 선행되어야 하며,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는 가시적인 행동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산부인과 역시 정부와 단독으로 협의하는 것이 자칫 의료계의 분열을 이끌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이라는 것을 분명히 인지해야 할 것이며, 소소한 미봉책에 만족하여 회원들을 더 큰 수렁으로 빠트리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