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소송 진행 중인 전공의 의료사고 사건을 두고 의사협회와 대구시의사회가 의견충돌을 보이고 있어 내부균열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고 있다.
지난달 노환규 회장은 편지형식의 글을 통해 “2년전 경북대병원에서 급성림프모구성백혈병을 앓고 있던 환자가 전공의로부터 항암제 빈크리스틴(Vincristine)을 투여받고 열흘만에 사망한 사건은 과로에 지친 전공의가 일으킨 투약사고”라고 결론짓고 “해당 병원을 대신해 일반 의사들이 유가족에게 위로금을 모아 전달함으로써 본 사건이 의료사고로 인정과 유가족에 대한 사과를 대신한다”는 뜻을 밝했다.
이와함께 “경북대 병원은 빨리 잘못을 인정하고 다른 대학병원들은 비협조적인 행동을 그만둘 것”을 촉구하는 한편 “이번 사건의 모든 원인은 과다한 전공의 업무 때문에 벌어진 것”이라며 “하루빨리 각 병원들이 전공의 처우를 개선하기 바란다”는 말도 덧붙였다.
문제는 노회장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대구시의사회가 반발하고 나선데서 비롯된다. 지난달 30일 대구시 의사회는 성명서를 통해 “사실 확인 결과 당사자인 전공의는 실수를 인정한 적이 없고 아직 소송도 끝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노회장의 발언에 심한 당혹감과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또 “대학병원 관계자에게 문의한 결과, 환자 사망 당시 병원측에서 보호자에게 사인확인을 위한 부검을 제안했으나 보호자들이 이에 응하지 않고 장례를 치루었고 이후 부검제안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 민사소송에 이르게 됐다”는 말도 전했다.
특히 “법원에서 요청한 감정에 대해 본 지역 대학병원에서 타대학병원에 어떠한 청탁과 압력도 행사한 적이 없으며, 의료사고를 인정하거나 금전적인 문제 및 전공의에 대한 구상권 청구에 대해서도 언급한 적이 없다는 확답을 받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대구시의사회는 “이번 사태로 현재 진행중인 소송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는 신중히 고려한 후 자제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번 사태를 정리하자면, 아직 소송이 끝나지 않은 사건에 노환규 회장이 끼어들어 ‘격무에 지친 전공의 실수로 환자가 사망한 것’으로 사건을 결말짓고 전공의 근로환경 개선까지 병원에 요구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일호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은 “대구 의료사고는 무엇보다 전공의들에게 주어진 과도한 업무가 문제이며 사실 전공의에게 책임을 전가할게 아니라 병원측에서 책임을 지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또 “불쌍한 전공의의 미래를 위해서 성금을 모으는 것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어찌됐던간에 과실책임이 1차적으로 전공의에게 있음을 분명히 한 노회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끝끝내 대답을 회피했다.
현재 대구시의사회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현 의협집행부가 강한 업무추진력으로 의료계 이슈를 크게 부각시켜 안팍으로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대해서는 내부구성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사태를 계기로 민감한 사항에 대해서는 세심한 배려가 부족한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일부 의료인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건을 두고 “아직 법원 판결도 안난 사건을 의료사고로 규정, 소송에 안좋은 영향을 끼치는 게 아닌가”하는 불안감을 보이고 있다.
또 “의협이 이번 의료사고에 대해 대구시 의사회와 충분한 상의를 거쳤는지 의심스럽다”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이번 사태를 놓고 앞으로 의협과 대구시의사회가 어떻게 풀어나갈지 추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