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의사협회(이하 병의협)에서 복지부의 고혈압 약제 급여 고시개정안에 대해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지난 9월 26일 보건복지부는 고혈압약제 사용에 대한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약제) 고시개정안』을 입안․예고했다.
병의협은 이에 대해 “고혈압 약제사용 지침을 마련하고 이를 강제하겠다는 의도”라며 “치료의 지침은 합리적이고 과학적 근거나 전문가들의 합의에 기반을 둔 최신치료 동향을 반영할 수 있는 것이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고시개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고혈압 약물 치료의 문턱을 높히고, 약물 투여시기를 늦추며, 약물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다수의 장치를 마련하는 데만 심혈을 기울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는 것.
이어 “이 개정고시안을 따른다면 약제비는 절감될 수 있지만 적극적인 약물치료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약물치료의 억제는 고혈압 치료를 방해하여 자칫 환자의 건강을 크게 해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개정고시안의 지침을 따르는 것이 합리적이고 최선의 치료를 담보하는 것인지 최근의 고혈압 치료 동향을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병의협은 고혈압 치료동향에 대해 설명하며 지난 2002년 Lewington 등이 Lancet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허혈성 심장질환, 뇌혈관질환등의 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수축기 혈압 115mmHg/확장기 혈압 75mmHg를 기점으로 매 20/10mmHg씩 상승할때마다 2배씩 가파르게 상승했다”고 밝혔다.
또 “심지어는, 지난 2001년 Vasan 등이 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고혈압 진단기준을 만족하지 않는 130-139/85-89mHg 범위의 “전고혈압(Prehypertension)” 사람들의 심혈관계 질환 발생률이 120/80mmHg 이하인 사람에 비해 무려 2배나 높음을 보고한 바 있다“고 전했다.
이어 “140/90mmHg를 넘어가는 고혈압 환자의 경우에는 더욱 적극적으로 혈압을 조절할 것을 권고하고 있는 것이 세계적인 고혈압 치료의 경향”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경향에 따라 2007년 미국심장학회(American Heart Association, AHA)는 고혈압 예방과 진료 지침을 발간했는데 이에 따르면 “보다 더 적극적인 치료를 권고하고 있으며, 저염식을 포함한 엄격한 식이 요법을 시행하여도 혈압 강하효과가 뚜렷하지 않으며 (수축기 혈압 3.0mmHg ~ 6.8mmHg 강하), 이와 같은 생활습관 교정으로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는 뚜렷한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140mmHg/90mmHg 에서부터 조기에 약물치료와 생활습관교정(체중감량, 저염식등)을 병행할 것을 권고하였고, 120- 139/80-89 mmHg 의 “전고혈압” 환자에서 생활습관교정을 단독으로 시작하도록 권고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즉, 생활습관교정을 단독으로 사용하는 것은 120-139/80-89 mmHg 수준의 전고혈압 환자에서만 권유하며, 140mmHg/90mmHg 이상의 “고혈압” 환자는 초기부터 적극적인 약물치료를 시행하고 생활습관교정은 보조적인 요법으로 함께 시행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또 140mmHg/90mmHg 의 1단계 고혈압에서도, 1제로 조절을 시도하여 조절이 안 되는 경우에는 2제이상의 복합 약물치료를 시행하도록 하는 등, 매우 적극적인 치료를 하도록 하고 있다. 이상과 같이 최근의 치료경향은 적극적인 약물치료 및 생활습관 교정을 권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병의협은 금번의 보건복지부 고시개정안에 대해 “위험인자가 없는 140/90mmHg 의 환자에게는 초기 약물치료를 금지하고, 160/90mmHg를 넘는 경우에만 초치료로 약물 투여를 허가한다. 또한, 심한 고혈압으로 4제 이상의 약물을 투여할 필요가 있는 환자는, 반드시 먼저 소견서를 작성하여 제출한 경우에만 투약을 허가한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한민국 국민은 10년 전인 2003년 이전의 진료지침에 따라 고혈압을 치료받으라는 것”이라며 “최신 치료경향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고혈압은 심근경색, 심부전, 뇌출혈, 뇌경색을 비롯한 수많은 심혈관질환의 가장 강력한 위험인자”라며 “이러한 질환들은 일단 발생하면 치료에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소모할 뿐만 아니라 환자와 가족에게는 크나큰 고통을 안겨주게 된다. 따라서 적극적인 초기 치료가 오히려 치료비용을 줄인다. 위에 언급한 바와 같이 권위 있는 고혈압 관련 해외전문가 단체가 적극적인 고혈압 약물치료를 권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병의협은 “합리적인 고혈압 약물치료 조차도 어렵게 만들어 약제비용을 줄여보겠다는 보건복지부의 시도는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라는 속담을 생각나게 한다. 비용이 절감된다면 국민 건강이 위험에 빠지더라도 개의치 않겠다는 발상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관치의료가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는 생각이다. 보건복지부는 속히 고시개정안을 철회하기 바란다”고 전했다.